예천양조 "영탁, 막걸리 모델료 150억 요구"… 영탁 측 "사실무근"

입력
2021.07.22 18:33
예천양조-영탁, '모델 재계약 불발' 놓고
예천양조 "3년간 150억 요구… 상표 사용 문제없어"
영탁 "요구한 적 없어… 상표 사용 허락받아야"

영탁막걸리를 판매해온 농업회사법인 예천양조가 트로트 가수 영탁과 모델 재계약이 불발된 이유에 대해 "영탁 측이 3년간 150억 원을 요구했다"고 22일 주장했다. 또 영탁의 이름이 들어간 상표는 계속 사용해도 법적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영탁 측은 "예천양조에 150억 원을 요구한 사실이 전혀 없다"고 반박했다.

이날 예천양조는 입장문을 통해 "영탁 측이 모델료와 별도로 상표 관련 현금과 회사 지분 등 1년에 50억씩, 3년간 150억 원에 달하는 금액을 요구했고 최종기한일까지 금액 조율을 거부했다"고 밝혔다. 예천양조는 지난해 4월 영탁과 1년간 광고모델 계약을 했고, 지난달 14일 계약 만료로 재계약을 논의했으나 최종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예천양조는 재계약 무산 이후 영탁을 단기계약으로 이용한 악덕기업으로 몰려 불매운동까지 일자 입장문을 발표한 것으로 보인다.

예천양조는 재계약이 불발됐지만 '영탁' 이름이 들어간 상표는 앞으로도 적법하게 사용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정영훈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의 검토 의견을 근거로 "가수 영탁은 '영탁'의 상표권자나 전용사용권자가 아니고,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에 의해 보호되는 상품표지 '영탁'의 보유자도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앞서 예천양조는 제품명에 대해 백구영 회장의 '영'과 탁주의 '탁'을 합친 명칭으로 가수 영탁과는 무관하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영탁 소속사 밀라그로의 법률대리를 맡고 있는 법무법인 세종은 영탁 측이 무리한 요구를 한 적이 없다고 즉각 반박했다. 올 초 예천양조와의 재협상에서 계약금과 판매수량에 따른 로열티를 받고 상표를 사용하는 식으로 협의가 진행됐는데, 협상 조건은 50억 원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또 예천양조가 최종기한일에 그동안의 논의를 다 엎고 대형 법무법인을 통해 영탁의 동의 없이 상표를 사용할 수 있다는 내용을 통보하는 문건을 보냈다고 주장했다.

법무법인 세종은 "예천양조의 주장은 법리적으로 타당하지 않을 뿐 아니라 '영탁' 상표를 사용할 권한은 영탁 측에 있다"며 "분쟁이 계속되는 경우 특허청의 판단 및 법원의 판단에 따라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허청은 지난달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상표법 제34조 1항에 따라 업체가 영탁의 승낙을 받지 못하면 상표를 등록할 수 없다"는 해석을 내놓은 바 있다.

예천양조는 지난해 5월 영탁막걸리를 출시했다. 상표에 대해선 2019년부터 '진탁' '영탁' '회룡포'까지 상품명을 3개 지어놓고 고심 끝에 '영탁'을 출원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당시 영탁이 한 방송에서 트로트곡 '막걸리 한잔'을 부른 직후 상표를 사용해 영탁의 인기를 이용한 게 아니냐는 눈총을 받기도 했다.

이소라 기자
양승준 기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