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최고 단계에도 휴가지로 몰리는 사람들

입력
2021.07.22 17:00
제주는 수도권 4단계 이후 관광객 더 늘어
강원은 규제 덜한 속초·양양으로 ‘풍선효과’
부산 호텔은 예약 대기자 명단까지 등장

22일 이른 점심시간, 제주 시내 유명 맛집 앞에는 대기표를 받은 관광객 수십 명이 대기용 의자에 바짝 붙어 앉아 번호가 불리길 기다리고 있었다. 식당 주변은 수시로 오가는 렌터카와 캐리어를 끄는 관광객으로 북적거렸다. 식당 종업원은 “코로나 4차 대유행이니, 거리두기 격상이니 해도 식당을 찾은 관광객 수는 크게 변화가 없다"며 "점심시간엔 항상 수십 분씩 대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수도권 거리두기 4단계 시행에 따른 '풍선효과'와 여름 휴가철이 겹치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세가 상대적으로 덜한 비수도권 관광 지역에 인파가 몰리고 있다. 일일 신규 확진자가 1,800명대로 치솟고 수도권 4단계 연장이 기정사실화하면서 이런 현상은 더욱 심화할 전망이다. 하지만 비수도권 역시 하루 확진자가 500명대로 급증한 터라, 올여름 인구이동이 자칫 코로나19의 전국적 대유행이라는 비상 사태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팽배하다.

22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수도권에 4단계 거리두기가 시행된 지난 12일 이후 제주를 찾는 관광객은 증가 추세다. 제주도관광협회에 따르면 수도권 4단계 시행 후 첫 주말인 16~18일 제주 유입 인구는 11만2,400명으로, 전주(9~11일, 10만7,900명)보다 4,500명가량 늘었다.

제주에 온 관광객들이 해수욕장과 맛집, 유명 카페 등에 상시적으로 몰려들면서 방역상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협재해수욕장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A(53)씨는 “확진자가 사상 최대라지만 올 사람들은 다 오는 것 같다"며 "한철 장사를 하는 입장에서 좋은 일이지만, (코로나19 전파가) 언제 어디서 터질지 모르니 살얼음판을 걷는 심정”이라고 말했다.

제주도는 이번 주부터 거리두기를 3단계로 격상하며 대응에 나섰다. 지난 12일 2단계 상향 후 일주일 만이다. 도는 앞으로 더 많은 관광객이 찾아올 것을 대비해 3단계 해제 시점도 따로 정하지 않았다.

강원 동해안 지역은 거리두기 단계가 상대적으로 낮은 양양군과 속초시에 피서객이 몰리는 풍선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실제 해수욕장이 문을 연 지난 17일 이후, 거리두기 4단계 지역인 강릉시는 관광객이 지난해보다 8~9%가량 줄어든 반면 속초를 찾은 관광객은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양양은 서핑을 즐기는 20, 30대가 많이 찾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엔 수도권에서 만나 동해안에 함께 가자면서 카풀 멤버를 구하는 글이 쇄도하고 있다. 하지만 양양만 해도 최근 이틀간 확진자 15명이 나오는 등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부산 지역은 신규 확진자가 이틀째 100명을 넘어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는 와중에도 관광객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시내의 한 특급호텔은 이달 초 객실 예약이 완료됐지만, 객실의 75%까지만 운영하라는 정부 지침에 맞춰 예약 취소를 유도하고 있는 실정이다. 호텔 관계자는 “예약이 끝난 상태인데도 '대기자 명단에 올려 객실이 비는 대로 이용할 수 있게 해달라'는 고객 문의가 많다"고 말했다.

해운대의 유명 식당은 벌써부터 이달 말과 다음달 초 예약이 진행되고 있다. 이 식당 관계자는 "지금은 비교적 여유가 있지만, 다음 주가 되면 기존 손님에 피서객 예약이 겹치면서 자리를 잡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제주= 김영헌 기자
속초= 박은성 기자
부산= 권경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