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가석방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20일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삼성전자 화성캠퍼스를 방문한 자리에서 “이 부회장이 8월이면 형기의 60%를 마쳐 가석방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언급하고 이재명 경기도지사도 “재벌이라고 혜택을 부여하는 것은 옳지 않지만 불이익을 줄 필요도 없다”고 말하면서 가석방 가능성이 제기됐다. 그러나 일각에선 법치주의를 어기는 것이라는 반대 의견을 피력하고 있다. 국민 여론을 면밀히 살펴 결정해야 할 것이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구자열 한국무역협회 회장 등 경제단체장들은 지난 4월 세계적으로 반도체 산업 경쟁이 격화하는 환경을 거론하며 이 부회장의 특별사면을 청와대에 건의했다. 중요한 투자 결정 등 경영 정상화를 위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종교계도 특별사면을 탄원했다. 최근 현대리서치가 조사한 국민 여론은 사면·가석방 찬성 의견이 68.8%로 반대 의견(27%)을 압도한다.
법 적용에 예외가 있을 수 없다며 반대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21일 국정농단 사건의 핵심 범죄에 대해 가석방을 허용한다면 “사법 정의와 법치주의가 무너지게 될 것”이라며 가석방 심사 대상에서 배제할 것을 법무부에 촉구했다. 앞서 교수 등 781명이 참여한 ‘이재용의 특별사면·가석방에 반대하는 지식인 일동’은 “법치주의의 근간과 공정의 시대 가치를 무너뜨리는 처사”라는 선언문을 냈다.
대통령 고유 권한인 사면과 달리 가석방은 법무부의 결정이라는 점에서 정치적 부담은 덜하다. 그러나 재벌 오너에 대해 경제 발전에 기여했다는 이유로 형사처벌을 덜어주는 일이 과거만큼 쉽게 허용되는 분위기는 아니다. 이 부회장의 다른 혐의에 대한 재판이 진행 중이라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이 부회장이 가석방 요건을 채웠다 해도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돼 있는지를 살피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