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14일 중·장기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12개 법안 입법 패키지인 ‘피트 포 55’(Fit for 55)를 발표했다. 유럽연합은 2030년 온실가스 배출량을 1990년 대비 55%(기존 목표는 40%)로 줄이고, 2050년 탄소중립을 법으로 명시한 기후기본법도 6월 제정했다. 미국은 2030년 온실가스 배출량을 2005년 대비 52%(기존 목표는 26%)로 줄이고, 2050년 탄소중립을 바이든 대통령의 행정명령에 근거해 추진하고 있으나 국내 정치상 아직 법안에 근거하지는 못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의 탄소감축과 탄소중립을 위한 행동이 구체적 단계로 진입하면서 우리 정부와 대선 주자들도 차기정부의 2030년 상향된 탄소감축 목표 달성 방안을 앞다투어 내놓고 있다. 우리 정부의 2030년 탄소감축, 2050년 탄소중립 목표와 실행 방안에는 미국과 유럽연합과 같은 절실함과 긴박함이 아직 보이지 않는다.
최근 미국과 유럽연합이 기후 위기 대응을 경제정책과 외교·안보의 중심축에 놓으면서 통상과 외교·안보 질서가 변화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우리로서는 왜 미국과 유럽이 저렇게 경쟁적으로 탄소감축과 중립의 실질적 성과를 내기 위해 매진하고 있는지를 면밀히 파악해야 한다.
바이든 미국 정부와 유럽연합 모두 탄소감축 목표 달성을 국내와 해외 양면게임으로 본다. 미국과 유럽연합 모두 국내적으로 목표 달성까지는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특히 미국은 경제구조상 석유가스 개발산업과 내연기관 자동차산업의 개편과 맞물린 문제라 오바마 정부의 주요 기후변화 정책은 트럼프가 집권하면서 모두 뒤집어졌다.
오바마 정부의 기후정책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2019년 말 현재 12% 감축 달성에 그쳐 2020년까지 배출량을 2005년 수준보다 17% 낮은 수준으로 줄이겠다는 코펜하겐 협정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 2020년 말 기준으로 보면 21% 감축 달성이 이루어졌으나 코로나 팬데믹의 예외적 상황에서 이루어진 것으로 실제 감축으로 보기는 힘들다. 미국의 2015년 파리 협정 감축목표는 2025년까지 26~28%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4월 글로벌 기후정상회의에서 새로운 감축목표인 2030년까지 52%를 제시하였다.
이제 바이든 정부가 2030년 상향된 목표를 무슨 수단으로 어떻게 달성할 것인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오바마 정부 이후 미국의 탄소감축이 주는 교훈은 최소 비용으로 단기간에 탄소 감축 효과를 낼 수 있는 분야는 전력부문이라는 것이다. 바이든 집권 전 2005년 이후 미국의 전력부문에서는 이미 탄소가 40%만큼 감소한 상태였다. 바이든 정부는 2030년까지 전력부문에서 탄소를 80% 감축하는 ‘30x80’ 전략을 추진할 예정이다.
바이든 정부의 고민은 2005년 이후 전력부문 이외의 운송, 건물, 산업공정 등에서의 탄소감축은 거의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으며 특히 자동차는 2030년까지 여전히 주요한 배출원이라는 점이다.
이러한 국내 감축 노력도 중국과 개도국이 감축에 같이 나서지 않으면 기후 위기 대응의 실질적 효과를 내지 못한다는 점을 미국과 유럽연합은 반복해서 강조하고 있다. 사실 바이든 정부의 2대 국정 어젠다는 기후 위기 대응과 중국과의 전략경쟁이다. 중국의 탄소 감축 협력을 끌어내면서 동시에 중국과 세력경쟁을 해야 하는 상충된 양대 목표가 미국정부의 고민이다. 일부 진보적 민주당 세력은 기후목표 달성을 위해 중국에 대한 압박을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공화당에서는 기후 대응 실적을 위해 바이든 정부가 중국에 양보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이제 우리도 사회적으로 합의된 어떠한 탄소감축 목표를 설정할 것이며 무슨 수단으로 달성할 것인지 진지하게 논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