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을 금빛으로 물들일 ‘골든데이’는 24일이다. 하지만 양궁 대표팀 선수들의 도전은 하루 전인 23일부터 시작된다. 이번 올림픽부터 새로 도입된 혼성 단체전의 출전 선수를 랭킹라운드로 가리는 날이다. 대진표를 짜기 위해 진행되는 긴장감 없던 랭킹라운드가 대표팀 내 최고를 뽑는 혼성팀 선발전을 겸하게 된 셈이다.
도쿄올림픽 양궁 랭킹라운드는 개막식이 열리는 23일 오전과 낮에 진행된다. 오전 9시에는 강채영(현대모비스) 장민희(인천대) 안산(광주여대) 등 여자 선수들이, 오후 1시부터는 김우진(청주시청) 오진혁(현대제철) 김제덕(경북일고) 등 남자 선수들이 사대에 선다. 70m 사로에서 72발을 쏴 1등부터 64등까지 가린다. 메달은 걸려 있지 않다. 다만 개인 성적과 각 나라 선수들의 합계에 따라 개인전, 남녀 단체전, 혼성 단체전에서 높은 시드가 주어져 유리한 대진으로 토너먼트를 치를 수 있다. 어느 팀과 대결하든 결국 메달을 향해가는 세계 최강 한국에겐 현지 적응을 마친 뒤 하는 마지막 실전 훈련 성격이 짙었다.
하지만 이번 대회 랭킹라운드는 태극궁사들에게 남다른 의미다. ‘세계 최초 올림픽 양궁 3관왕’에 도전할 기회가 이 경기를 통해 주어지기 때문이다. 혼성 단체전은 국가당 한 조만 출전할 수 있다. 조는 여자 1명, 남자 1명으로 구성된다. 각 대표팀의 전략에 따라 출전 선수를 정할 수 있지만, 한국 대표팀은 랭킹라운드에서 가장 좋은 성적을 낸 선수들에게 혼성 단체전 출전 자격을 주기로 했다. 선수 한 명 한 명이 우열을 가리기 힘들 정도의 기량인 만큼 컨디션이 가장 좋은 선수에게 이튿날 혼성 단체전 출전 기회를 주겠다는 취지다.
한국 양궁은 1984년 LA올림픽 여자 개인전에서 서향순이 첫 금메달을 거머쥔 이후 온갖 기록을 경신하며 세계 최고 자리를 지켰다. 이제 웬만해선 나오기 힘든 ’최초’ 타이틀에 도전하기 위해선 먼저 23일 내부 경쟁에서 승리해야 한다.
모두가 3관왕을 꿈꾼다. 여자 국가대표 최종 선발전 1위였던 강채영은 “도쿄올림픽은 3관왕이 처음으로 나올 수 있는 대회다. 한국 선수면 누가 3관왕이 되든 상관없지만, 이왕이면 내가 그 3관왕에 오르고 싶다”며 욕심을 숨기지 않았다. 2016 리우올림픽에서 700점을 쏴 신기록을 보유한 김우진도 기록상 가장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양궁에는 늘 변수가 있다. 김제덕-장민희는 올림픽을 앞두고 치러진 시뮬레이션 경기 혼성 단체전에서 김우진-강채영 조를 꺾었다. 최초 남자 개인전 금메달의 주인공 오진혁의 마지막 투혼도 기대된다. 오른쪽 어깨 회전근 4개 가운데 3개가 끊어진 상태인 그는 이번 올림픽에 모든 것을 쏟아부을 각오다.
양궁 첫 메달이 걸린 혼성 단체전은 24일 열린다. 남녀 단체전과 마찬가지로 선수당 2발(총 4발)을 쏴 총점이 가장 높은 팀이 세트를 가져간다. 세트 승리 땐 2점, 동점 땐 1점을 부여해 더 많은 총점을 획득한 팀이 승리한다. 한국 양궁은 이후에도 25일 여자 단체전, 26일 남자 단체전, 30일 여자 개인전, 31일 남자 개인전 등 금빛 랠리를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