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여전히 돋보이는 V8 엔진의 존재감 그리고 MRC…쉐보레 카마로 SS

입력
2021.07.22 11:30

몇 년 전 자동차 업계에서는 ‘지난 50년보다 앞으로의 10년이 더욱 큰 변화가 이어질 것’이라는 표현이 아낌 없이 사용되었다.

실제 한세기 가량 이어진 내연기관의 종말을 선언한 브랜드도 속속 데뷔하고 있을 뿐 아니라 효율성으로 이목을 끌었던 디젤 엔진 역시 빠르게 지워지고 있다. 여기에 가솔린 엔진 역시 ‘다운사이징 터보’ 엔진이 중심을 잡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마주한 쉐보레의 카마로 SS는 꽤나 인상적인 존재다. 대담하고 강렬한 스타일은 물론이고 시대의 흐름과 너무나 동떨어진 대배기량 V8 엔진은 그 존재만으로도 ‘호기심’을 자극하는 요인일 것이다.

그렇게 무척 오랜만에 마주한 쉐보레 카마로 SS와의 주행을 시작했다.

시승을 위해 준비된 쉐보레 카마로 SS는 꽤나 존재감을 과시한다. 4,785mm에 이르는 긴 전장과 각각 1,895mm와 1,350mm의 전폭과 전고는 대담하고 강렬한 스포츠카, 그리고 ‘아메리칸 머슬카’의 대담함을 노골적으로 드러낸다. 여기에 2,812mm의 긴 휠베이스는 안정감을 더한다. 참고로 V8 엔진과 각종 요소들이 더해졌음에도 1,715kg의 공차중량은 되려 가볍게 느껴진다.

‘퍼포먼스’를 정의하는 디자인

지난 2016년 데뷔한 6세대 사양의 부분 변경 모델인 현재의 카마로는 국내 시장에서 ‘가성비’ 부분에서 최고의 수준을 자랑할 뿐 아니라 일반적인 터보, V6 사양이 아닌 고성능 V8 모델인 SS 사양을 기반으로 하고 있어 시각적인 부분에 있어서도 매력을 과시한다.

실제 시승을 위해 준비된 카마로 SS는 말 그대로 시선을 집중시킨다. 물론 여전히 대중들에게는 ‘카마로’라는 존재보다는 파괴지왕 ‘마이클 베이(Michael B. Bay) 감독의 작품 중 ‘최고’와 ‘최악’으로 동시에 평가 받는 ‘트랜스포머 시리즈’의 범블비로 더욱 익숙한 게 사실이다.

푸른 차체의 카마로의 전면은 ‘화난 모습’이라 표현해도 아깝지 않다. 부분 변경을 거치며 다소 맹한 느낌이 될 것 같았지만 ‘SS 사양’ 특유의 대담한 바디킷 덕분에 6세대 특유의 미래적이면서도 ‘신생 카마로’ 본연의 감성을 보다 명료하게 과시한다.

특히 검은색 보타이 엠블럼과 DRL를 강조한 헤드라이트, 그리고 대담하고 강렬하게 다듬어진 디테일의 보닛 및 바디킷은 ‘퍼포먼스에 대한 자신감’을 노골적으로 드러낸다. 특히 보닛의 파워돔은 후술할 V8 엔진에 대한 기대감을 한껏 높이는 부분이다.

측면에서는 머슬카, 혹은 포니카로 불리는 미국식 고성능 쿠페의 감성이 노골적으로 드러난다. 선과 면의 연출, 그리고 곡선을 그려내는 실력은 최신의 감성이지만 높은 보닛과 길게 이어지는 차체, 그리고 짧은 데크의 비율은 ‘클래식 카마로’를 떠올리게 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후면 디자인은 쉐보레 특유의 듀얼 램프 스타일의 리어 콤비네이션 램프를 더하고, 5세대 대비 한층 타이트하고 깔끔하게 다듬어진 차체를 통해 스포티한 감성을 살리는 것 역시 잊지 않았다. 여기에 리어 스포일러, 그리고 듀얼 머플러 팁이 역시 ‘스포츠카의 감성’을 훌륭히 살린다.

미국적 감성으로 피어난 카마로 SS

제법 긴 공백을 깨고 돌아온 5세대 카마로의 실내 공간은 말 그대로 ‘카마로의 오리지널리티’의 부활을 알리는 것 같았다. 대시보드의 구성, 클러스터의 디테일 등 각종 요소들을 말 그대로 ‘클래식 카마로’의 감성을 노골적으로 느끼게 한다.

그리고 이러한 감성을 이어 받은 6세대 카마로 역시 마찬가지다. 디티얼 요소를 더했으나 여전히 클래식한 감성을 제시하는 계기판과 스티어링 휠 등이 눈길을 끈다. 여기에 수직으로 서 있는 듯한 대시보드 및 센터페시아의 모습 역시 만족감을 한층 높인다.

쉐보레 브랜드, 그리고 카마로의 ‘가격 구성’ 등에 맞춰 실내 공간에 그리 고급스러운 소재가 적용된 건 아니지만 깔끔한 모습, 그리고 충분히 ‘스포티한 감성’을 느낄 수 있는 디테일이 곳곳에 더해진 모습이다.

여기에 동급의 차량에서 쉽게 느낄 수 없는 ‘리어 뷰 카메라 미러’ 시스템, 보스 사운드 시스템이 더해져 차량의 매력을 더욱 높인다. 다만 대시보드에 자리한 마이링크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의 디스플레이 패널이 탑승자를 향해 엎어져 있는 형태라 시인성이나 사용성이 다소 불편한 모습이다.

길고 높은 보닛으로 인해 실내 공간이 다소 좁게 구성될 수 있겠지만 막상 도어를 열어 보면 ‘실내 공간의 거주성’을 충분히 느낄 수 있다. 붉은색 SS 엠블럼이 돋보이는 스포츠 시트는 체격이 큰 탑승자도 충분히 수용한다. 낮은 전고로 헤드룸이 다소 낮지만 레그룸도 여유롭고, 드라이빙 포지션도 훌륭하다.

물론 2열 공간은 다소 좁을 수 밖에 없다. 실제 실내 공간이 그리 크지 않고, 반대로 1열 공간에 많은 비중을 두다 보니 2열의 절대적인 공간이 협소하다. 게다가 2열 시트의 헤드레스트 역시 없이 제작되어 ‘2열 공간의 거주성’보다는 차라리 2열 시트 폴딩 후 추가적인 적재 공간으로 활용하는 것이 보다 효율적으로 느껴진다.

카마로 SS의 적재 공간을 그리 넉넉하지 않다. 실제 트렁크 게이트를 열어 보면 체격에 비해 제법 작은 공간이 확인된다. 다행이라 한다면 트렁크 게이트가 차체 위쪽 방향으로 크게 개방되어 공간 활용성이 상당히 좋고 2열 시트의 폴딩까지 가능해 상황에 따라 더 높은 만족감을 누릴 수 있다.

출력과 사운드의 매력을 과시하는 카마로 SS

쉐보레 카마로 SS의 핵심은 바로 GM의 아이덴티티와 고성능 모델의 헤리티지를 고스란히 계승한 최신의 고성능 V8 엔진이 자리한다.

최고 출력 453마력, 그리고 62.9kg.m의 풍부한 토크를 과시하는 V8 6.2L 스몰블록 LT1 엔진은 붉은색 ‘카마로’ 레터링을 새겨 성능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낸다. 여기에 10단 자동 변속기, 그리고 후륜구동의 레이아웃을 통해 보다 우수한 운동성능의 매력을 드러낸다.

이를 통해 쉐보레 카마로 SS는 정지 상태에서 단 4초 만에 시속 100km까지 가속할 수 있으며 다양한 속도 영역에서의 ‘풍부한 성능’을 과시한다. 덧붙여 배기량 대비 제법 준수한 7.4km/L의 공인 복합 연비(도심 6.0km/L 고속 10.5km/L)를 갖췄다.

선 굵게, 그리고 더욱 대담하게 달리는 카마로 SS

쉐보레 카마로 SS와의 본격적인 주행을 위해 도어를 열고 시트에 몸을 맡겼다.

최신의, 혹은 유럽적 감각이 더해진 세련된 스포츠카의 감성은 아니지만 견고하고 두꺼운 중갑 안에 철저하게 보호 받는 감성이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여기에 계기판이나 스티어링 휠 등이 제시하는 ‘독특한 감성’ 역시 만족감을 높인다.

엔진 스타트 버튼을 눌러 시동을 걸면 곧바로 풍부한 사운드, 진동이 전해지며 V8 6.2L LT1 엔진의 존재감이 드러나며, 이와 동시에 리어 뷰 카메라 미러가 활성화 되며 ‘압도적 후방 시야’의 매력을 느낄 수 있다.

거대한 V8 엔진이 과시하는 최고 출력 453마력, 62.9kg.m의 토크를 말 그대로 어지간한 고성능 모델을 압도하는 풍부한 성능이다. 딱히 실제 주행을 하지 않더라도 이러한 성능을 5천만원대에서 구매할 수 있다는 점은 분명 외면할 수 없는 매력일 것이다.

강력한 성능의 V8 엔진을 품고 있는 만큼 엑셀러레이터 페달을 밟으면 곧바로 압도적 출력이 전개될 것 같지만 실제 차량의 움직임은 무척이나 부드럽고 평온한 모습이다. 실제 운전자가 ‘달리겠다’라는 의지 없이 부드러운 페달 조작을 한다면 카마로는 말 그대로 ‘일상적인 차량’ 수준의 움직임을 이어간다.

그러나 운전자가 의지를 갖고 엑셀러레이터 페달을 짓이기 시작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실제 드라이빙 모드를 스포츠, 트랙 등으로 바꾸고 달리기 시작하면 V8 엔진이 압도적 성능을 거침 없이 드러낸다.

실제 강력한 출력이 전개되며 후륜이 손쉽게 미끄러질 뿐 아니라 풍부한 사운드가 노골적으로 전개된다. 연출된 사운드가 아닌 대배기량에서 전개되는 사운드인 만큼 ‘감각적인 만족감’이 더욱 돋보여 일반적 주행이 아닌 트랙에서 ‘경험을 해보고 싶다’라는 욕심이 생긴다.

V8 엔진에 합을 이루는 변속기는 10단 자동변속기로 앞서 설명했던 ‘일상의 부드러움’ 그리고 ‘폭발적인 운동성능’의 매력을 공존시킨다. 실제 낮은 RPM을 유지하는 일상적인 주행에서는 말 그대로 부드럽고 매끄러운 감성을 제시해 대배기량 엔진의 가장 큰 우려인 ‘효율성’ 개선에 공을 들인다.

그러나 드라이빙 모드를 스포츠, 트랙으로 바꾸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생각보다 빠르고 명확하게 조율되는 변속을 통해 운전자의 만족감을 높인다. 게다가 상황에 따라 적극적인 수동 변속 조작을 지원하는 패들시프트 역시 소재는 아쉽지만 조작감은 상당히 뛰어나 ‘운전의 즐거움’을 한층 살린다.

차량의 움직임에 있어서는 확실히 스포츠카의 성격이 드러나면서도 ‘생각보다 편한 주행’을 제시한다.

실제 일상적인 상황에서의 움직임, 도심에서의 제한 속도 등을 준수하는 수준에서는 생각한 것보다 한층 부드럽고 나긋한 모습이다. 물론 강인한 차체와 하체 셋업 등의 존재감이 드러나기 때문에 요철 등을 지날 때에는 탑승자에게 노면 질감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편이지만, 시트 자체가 여유로운 편이라 만족감이 우수했다.

강력한 제동 성능을 과시하는 브렘보 사의 브레이크 시스템 역시 일상에서 사용하기에 매끄럽게 다듬어져 있어 ‘고성능 스포츠카’가 익숙하지 않은 운전자라도 손쉽게 다룰 수 있어 ‘차량의 만족감’이 상당히 우수한 모습이다.

물론 드라이빙 모드를 스포츠, 트랙으로 바꾸고 차량의 성능을 적극적으로 끌어 내면 ‘압도적 출력의 스포츠카’의 매력이 드러난다. 거침 없는 출력의 전개와 사운드의 매력, 그리고 나긋하지만 운전자에게 신뢰도를 높이는 스티어링 휠 시스템은 물론 후륜구동 레이아웃에 힘을 더하는 eLSD가 그 ‘운동 성능’에 힘을 더한다.

그리고 현존하는 최고의 서스펜션 시스템 MRC(마그네틱 라이드 컨트롤) 역시 존재감을 드러낸다. 운전자의 의지가 아닌 차량의 판단에 따라 서스펜션의 감쇄력을 조율하기에 처음에는 운전자가 카마로 SS(정확히는 MRC)와의 ‘동기화’를 위한 시간이 필요하다. 대신 적응을 마치고 차량을 믿고 달리기 시작하면 탁월한 운동 성능을 경험할 수 있다.

한편 카마로 SS를 시승하며 자유로를 주행, 그 효율성을 확인했다.

그리고 그 결과는 꽤나 인상적이었다. 실제 자유로 주행 초반이 다소 정체되어 주행의 흐름이 좋지 않았지만 약 37분이 넘는 시간 동안 51.8km의 거리를 달린 카마로 SS의 평균 연비는 무려 15.9km/L에 이르며 예상 외의 성과, 뛰어난 차량 가치를 명확히 느낄 수 있었다.

좋은점: 대담한 스타일, 만족스러운 공간, 그리고 V8 엔진의 퍼포먼스

아쉬운점: 아쉬운 2열 공간, 대배기량 엔진으로 인한 세금 부담

여전히 매력적인 대배기량 스포츠카의 가치

쉐보레 카마로 SS보다 더 좋은 차량, 그리고 더 빠른 차량들은 매우 많다.

하지만 쉐보레 카마로 SS의 가격, 그리고 전국에 전개되어 있는 한국지엠의 서비스 채널 등을 고려하자면 카마로 SS는 대배기량 차량의 숙명이라 할 수 있는 ‘자동차세’의 부담을 제외한다면 2021년의 기준으로도 충분히 매력적이고, 소유욕을 자극하는 차량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촬영협조: HDC 아이파크몰 용산, 한국지엠

모클 김학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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