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단계 해도 1784명 역대 최다 확진자... "지역 간 이동제한 검토하라"

입력
2021.07.21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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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하루 신규 확진자가 1,784명을 기록했다. 역대 최다 발생 기록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수도권 거리두기 4단계가 힘을 못 쓰고 있으니 추가 방역 조치를 내놔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21일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에 따르면 이날 0시 기준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1,784명이었다. 역대 최다였던 지난 14일 1,614명보다 170명이나 더 많다. 서울 599명, 경기 450명, 인천 126명 등 수도권에서만 1,175명이다. 비수도권에서도 확진자들이 골고루 나오기 시작했다.

지난 12일부터 수도권에 거리두기 4단계를 적용했으나 사실상 큰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날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출석한 정은경 질병관리청장도 "현재의 확산세가 아직 정점이 아니다"며 거리두기 단계 조정에 대해 "기간을 연장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영준 방대본 역학조사팀장은 확산세의 가장 큰 요인으로 "전파력이 강한 델타 변이 바이러스의 유행과 이동량"을 꼽으며 “델타 변이와 이동량이 상호작용하면서 ‘n차 전파’와 ‘조용한 전파’를 낳고 있다”고 진단했다.

방역당국이 집계한 델타 변이 감염자의 연령대별 비중을 보면 지난 17일 기준 △20대 23.3% △30대 19.9% △40대 19.1% △50대 14.9% 순이었다. 박 팀장은 "비슷한 연령대에서 옮기는 또래집단 간 전파가 활발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이는 백신 접종 완료 후에도 코로나19에 감염되는 '돌파감염' 문제에도 연결된다. 방대본에 따르면 19일 기준 돌파감염은 모두 647명으로, 백신별로 보면 △얀센 364명 △화이자 145명 △아스트라제네카(AZ) 138명으로 나타났다. 방대본은 이 이유를 '백신의 효능'보다는 '접종 대상자의 차이'에서 찾았다. 얀센 백신의 효능이 가장 떨어져서가 아니라, 접종자들이 상대적으로 젊을수록 사회적 활동량이 많다 보니 재감염되는 경우가 많다는 설명이다. 그나마 돌파감염자 중 위중증 진행자는 4명에 그쳤고, 사망자는 없었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현재 수도권에 적용되고 있는 거리두기 4단계보다 더 강력한 방역 조치가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 줄잇고 있다.

김우주 고려대 의대 감염내과 교수는 "낮에는 4명까지, 밤에는 2명까지 모이는 4단계가 엄격하긴 하지만, 유흥시설 일부를 제외한 다중이용시설은 대부분 풀어줬다"며 "지금은 ‘사회적 거리두기’가 아니라 사실상 ‘개인 간 거리두기’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델타 변이에 대응하고 이동량을 줄이려면 다시 '다중이용시설 집합금지'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또다시 다중이용시설 집합금지를 적용하기는 현실적으로 무리라는 신중론도 있다. 최재욱 고려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고령층에 대한 백신 접종 덕에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 수가 어느 정도 줄어든 상황이라 3차 대유행 때처럼 통제하긴 어렵다"며 "비수도권 확산을 막기 위해 비수도권 지역을 4단계 수준으로 끌어올리거나 지역 간 이동을 제한하는 방안을 고려하는 게 더 낫다"고 말했다.

방역당국은 25일 이후 수도권에 적용될 거리두기 단계 조정 문제를 논의 중이다. 이기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제1통제관은 "이번주 상황을 보고 금주 말 결정한다"며 "저녁 6시 이후 모임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를 검토하고 있는 단계"라고 말했다.

한편 50대 대상 백신접종 사전예약 시스템이 연일 오류를 일으키고 있는 데 대해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IT(정보통신기술) 강국인 한국의 위상에 걸맞지 않는다"며 "질병관리청뿐 아니라 전자정부를 담당하는 행정안전부와 IT를 담당하는 과학기술정통부 등 전문 역량을 갖춘 부처와 범정부적으로 대응하라"고 지시했다. 이날 오후 8시부터 24일 오후 6시까지는 50대 전 연령층에 대한 접종 예약이 진행된다.

박소영 기자
정지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