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말'이 연일 꼬이고 있다. 과감하고 단호한 '직설 화법'은 그의 트레이드마크다. 검사 시절 국회에 출석해 거침없이 제 할 말을 하던 모습에 유권자들은 환호했다. 정치인이 된 뒤론 말의 힘을 다소 놓쳤다. 매일 작정하고 내놓는 메시지는 별로 임팩트가 없고, 잇단 실언 논란만 부각되고 있다.
윤 전 총장은 지난 17일 광주 5·18민주묘지를 참배한 후 "5·18 정신을 헌법 전문에 반영하는 데 찬성한다"고 밝혔다. 사회 통합과 중도로의 외연 확장을 위한 메시지였다.
그러나 윤 전 총장의 발언엔 일관성이 없었다. 그는 20일 대구를 찾았다.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해 '대구 봉쇄론'이 오르내린 것을 돌이키며 "대구가 아닌 다른 지역이었다면 민란부터 일어났을 것"이라고 했다. 대구 민심을 잡겠다는 의욕이 앞서 지역감정을 자극한 것이다. '이념에 얽매이지 않는 새 정치를 하겠다'던 포부와도 어긋난 발언이었다.
정치 신인이 발언 실수를 하는 것은 불가항력에 가깝다. 문제는 윤 전 총장이 수습 과정에서 일을 더 키운다는 것이다. 윤 전 총장은 최근 "노동자가 주당 120시간이라도 바짝 일하고 쉴 수 있게 해야 한다"는 발언으로 곤욕을 치렀다. "스타트업 청년들에게 주 52시간제에 예외를 둬 달라는 건의를 들었다"고 해명했지만, 그가 만난 청년은 피고용인이 아닌 스타트업 대표들이었다. 120시간 발언 논란을 "여론의 왜곡 조작"이라고 낙인찍기도 했다.
윤 전 총장의 메시지 관리 실패로 윤석열이라는 자산 가치가 떨어질 가능성을 국민의힘은 걱정하고 있다. 대구·경북(TK) 지역 국민의힘 의원은 21일 "정치인이 일관된 방향성 없이 '사이다 메시지'를 남발하면 '사이다'가 아니라 '사고뭉치'가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윤 전 총장의 최근 발언들에 대해 "정치적 발언이라 이해하지만, 고유한 색이나 가치를 잃지 않고 당에 합류하셨으면 좋겠다"고 했다.
윤 전 총장 캠프 관계자는 "여의도식 정치 화법에 익숙하지 않은 윤 전 총장이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얘기하면서 빚어진 오해"라고 설명했다. 번드르르하게 말하는 기성 정치인과 꾸밈 없는 윤 전 총장의 '스타일'이 다른 게 문제라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