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객이 즐겨 찾는 부산 명소를 3개 권역으로 나누면 해운대와 광안리해수욕장이 있는 동부산권이 압도적이고, 태종대와 흰여울문화마을 등을 포함한 원도심권이 뒤를 잇는다. 서부산권에서는 감천문화마을이 유일하다. 서부산권의 사상구는 여행지로 널리 알려지지 않았지만, 부산의 유명한 여행지와는 또 다른 매력을 지닌 곳이다. 코로나19 상황이 호전되면 뻔하지 않은, 그래서 새로운 부산의 모습을 만나보길 바란다.
첫 일정은 삼락생태공원이다. 레포츠 시설을 비롯해 야생화단지, 연꽃단지, 습지생태원 등 자연체험장을 갖추고 있다. 봄에는 사상강변축제와 삼락벚꽃축제, 여름에는 부산록페스티벌이 열릴 만큼 넓다. 현재는 야생화단지에서 무궁화와 부처꽃의 향연이 볼만하고, 연꽃단지에는 연분홍 연꽃과 수련,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종 2급 식물인 가시연꽃이 고상한 자태를 뽐낸다. 날씨는 뜨거워지는데 연꽃 향은 속절없이 짙어간다. 77·110·138-1번 시내버스 혹은 부산김해경전철 괘법르네시떼역 하차 후 도보 이동.
백양산 웰빙숲길은 자연과 호흡하는 건강 산책로다. 목재 덱 쉼터, 숲속테마놀이터, 편백림, 태교·명상숲, 가족이야기숲 등 녹음이 가득한 휴식 공간이다. 새소리와 물소리를 들으며 삼림욕을 즐길 수 있고, 계곡에서는 탁족으로 무더위를 식힐 수 있다.
부도탑을 지나면 운수사 경내로 접어든다. 운수사는 약수터에서 안개가 피어올라 구름이 된 것을 보고 지은 이름이라 한다. 임진왜란을 겪은 후 1660년에 복구된 대웅전(보물 제1896호)은 부산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건물로 알려져 있다. 낙동강이 시원하게 내려다보이는 전망도 이 사찰의 자랑이다. 173·31·338번 시내버스 운수사 입구 하차 후 도보 이동.
사상구의 역사와 추억을 전시한 사상생활사박물관도 볼만하다. 규모는 작지만 속은 알차다. 1전시실(강, 사상 삶의 젖줄), 2전시실(모래톱에 불어온 근대화의 바람), 3전시실(사상의 오늘과 미래)에 걸쳐 사상구의 면모가 체계적으로 정리돼 있다. 1980년대 초까지 부산을 먹여 살렸다는 신발산업 전시 코너가 특히 인상적이다. 당시 부산 제조업 종사자 중 40%가량이 신발산업에 종사했다고 한다. 그 시절 국제상사와 프로스펙스는 대한민국 대표 신발 브랜드이자 사상구 발전의 견인차였다. 당시 신발산업에 종사했던 해설사로부터 생생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사상구 7번 마을버스 덕포시장·사상생활사박물관 하차.
무더위를 피하는 이색 명소로 부산도서관을 추천한다. 일반도서(철학·종교·과학·예술·언어) 및 국외 자료가 빼곡한 책누리터, 부산 관련 자료를 모아놓은 부산애뜰, 만화·신문·잡지 등이 가득한 책마루, 인터넷 사용과 문서 작성이 가능한 디지털실, 꿈뜨락 어린이실 등을 갖춘 책 세상이다. 손닿는 대로 집어 책장을 펼치면 그대로 무더위 쉼터다. 부산지하철 2호선 덕포역 또는 33·148-1·160번 시내버스 덕포시장 하차.
부산서부버스터미널은 부산지하철 2호선, 부산김해경전철이 만나는 서부산의 교통 중심지다. 타 도시나 부산의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기는 편리하지만, 주변과의 연결성은 다소 불편했다. 사상구청과 문화복지공동체 부산프린지가 협력해 이곳에서 감전동 포플러거리까지 8곳에 2020 공공미술프로젝트 ‘거리-움(um)’을 조성했다. 나라찬, 꿈꾸는 풍선, 화어(畵語), s-um, 여행객, Emotion territory, 희망캡슐, 문화놀이터 등 조형물과 스트리트아트로 연결한 예술이 숨 쉬는 거리다.
지하철 2호선 사상역의 ‘여행객’은 대한민국을 동경하는 전 세계 한류 팬들의 메시지로 장식돼 있다. ‘나라찬’은 사상구의 여성 작가들이 삭막한 도심에서 넓은 바다로 나아가는 이상을 고래로 표현한 작품이다. ‘s-um’은 사상구의 아름다운 풍경과 소리를 영상으로 표현했다. 경전철 교각의 경관 조명(사상역~르네시떼역 717m)이 다양한 색상으로 변화하며 명품가로공원과 어우러지는 야경 명소다. 77·110·138-1번 시내버스 괘법르네시떼역 하차 후 명품가로공원에서 감전동 포플러거리까지 걷기.
실패 없는 사상의 식당 세 곳을 소개한다. 사상구 향토전통음식점 제1호 ‘삼락하동재첩국(낙동대로1518번길 33)’은 시원하고 담백한 맛의 재첩 요리가 일품이다. 여름 별미인 밀면에 한우사골·사태살·야채·한약재를 우려낸 육수에 육전이 더해진 ‘장원육전밀면(가야대로 274-11)’은 가슴 속까지 시원한 맛을 선사한다. 덕포시장 ‘김해통닭(사상로285번길 20-7)’은 바삭하고 고소한 튀김옷에 촉촉한 속살이 그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