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전기차 시장에서 꾸준한 인기를 누리고 있는 테슬라는 어느새 브랜드 포트폴리오를 모두 선보이며 브랜드의 입지를 견고하게 다지는 모습이다.
이런 상황에서 대중적 성향을 품은 올라운더 전기차, ‘모델 Y’의 고성능 사양인 ‘테슬라 모델 Y 퍼포먼스’를 마주하게 되었다. 이미 이전에 경험했던 모델 Y 퍼포먼스의 상위 모델인 만큼 더욱 강력한 성능에 대한 기대감을 품고 주행을 시작했다
과연 테슬라 모델 Y 퍼포먼스는 어떤 가치와 매력을 제시할 수 있을까?
시승을 위해 준비된 모델 Y 퍼포먼스는 기본적인 체격이나 구성에 있어서는 여느 모델 Y와 동일한 모습이다. 4,750mm의 전장이나 1,921mm의 전폭은 물론 1,624mm의 전고 역시 특별할 것이 없는 모습이다.
참고로 체격에서 볼 수 있듯 중형 모델에 맞는 2,890mm의 휠베이스를 확보, 공간 가치를 예고한다. 참고로 모델 Y 퍼포먼스의 공차중량은 2,003kg으로 제법 무거운 편이다.
깔끔함, 그리고 소소한 디테일
테슬라 모델 Y 퍼포먼스은 말 그대로 테슬라가 제시했던 디자인을 그대로 이어가며 형제 모델이라 할 수 있는 중형 세단 모델, ‘모델 3’와의 시각적인 통일성을 제시한다. 실제 차량의 전체적인 프로포션은 물론 각종 디자인 요소가 완전히 동일한 이미지를 품고 있다.
다만 퍼포먼스 트림의 특징을 살릴 수 있도록 작고 또 소소하지만 독특한 디테일들이 차체 곳곳에 더해지며 단 번에 일반적인 모델 Y와의 차별화를 이뤄낸다. 특히 여러 디테일들이 흰색의 차체와 대비되어 더욱 인상적이었다.
먼저 모델 Y 퍼포먼스의 전면은 모델 3와 같이 깔끔하게 다듬어진 곡선의 프론트 패널 및 깔끔하게 다듬어진 헤드라이트의 형태, 그리고 마치 유니 바디처럼 다듬어진 바디킷 및 에어 인테이크의 디테일 등이 더해져 만족감을 높인다.
특히 디자인 및 각종 구성 등에 있어 내연기관 자동차가 아닌, 전기차이기 때문에 구현할 수 있는 디자인과 함께 전통적인 자동차의 ‘전형적인 모습’이 공존하고 있는 모습이라 더욱 이채로운 것도 사실이다.
측면에서는 퍼포먼스 트림의 존재감이 살아난다. 실제 흰색의 차체와 선명하게 대비되는 윈도우라인, 도어 캐치 등과 같은 검은색 디테일이 ‘역동성’을 은연 중에 암시할 뿐 아니라 21인치 크기의 퍼포먼스 전용 휠, ‘위버터빈(Überturbine)’이 시선을 집중시킨다.
덧붙여 후면에서도 고성능 모델의 존재감을 더하는 카본파이버 제 리어 스포일러가 더해져 다른 모델 Y와의 확실한 차별화를 이뤄낸다. 다만 모델 Y 자체가 워낙 보편적 디자인이라 ‘더욱 강렬한스타일’이 더해졌으면 좋을 거 같았다.
깔끔하게 다듬어진 실내 공간
테슬라 모델 Y 퍼포먼스의 실내 공간은 일반적인 모델 Y와 다름이 없다. 일전 모델 S 등에서는 일부 고성능 모델의 실내 공간을 독창적으로 다듬은 것이 그리운 순간이다.
그러나 테슬라 특유의 깔끔한 매력이 시선을 끈다. 길게 그려진 우드 패널을 품은 대시보드와 우수한 개방감 및 넓은 공간감을 느끼게 하는 얇은 A 필러, 그리고 깔끔한 스타일의 스티어링 휠과 센터 터널 등은 무척이나 명료한 모습이다.
다만 깔끔한 이미지와 달리 실내 공간을 채우는 여러 소재, 그리고 각 소재의 마감은 여전히 아쉽게 느껴진다.
큼직한 디스플레이 패널은 화면을 분할하여 왼쪽에는 주행 정보 연출에 공을 들이고, 우측에는 내비게이션과 차량 기능 설정, 오디오 및 토이박스 등 차량이 가진 다양한 기능을 사용, 조작할 수 있는 ‘기능 화면’으로 구성되었다.
사이드 미러의 각도 조절은 물론이고 스티어링 휠의 틸팅 및 텔레스코픽 등의 조절도 모두 디스플레이의 인터페이스를 통해 조작이 가능한 편이지만, ‘물리 버튼’을 무리하게 없앤 건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공간은 충분하다. 1열 도어를 열고 실내 공간을 보면 도어를 열기 전 체격에서 보았던 것에 비해 더욱 넓게 느껴진다. 시트를 높게, 전고를 높이며 1열 공간의 레그룸 및 헤드룸의 여유를 제시해 더욱 쾌적함을 누릴 수 있다.
이어지는 2열 공간 역이 이러한 여유를 고스란히 드러낸다. 기본적으로 2,890mm의 휠베이스는 중형 SUV에게 충분한 길이인 만큼 레그룸과 헤드룸 모두 만족스러운 모습이다. 다만 3열 사양을 선택하는 건 ‘체급 대비 욕심’일 것 같았다.
적재 공간은 충분하다. 전면 보닛 아래의 작은 적재 공간은 물론이고 트렁크 게이트 아래 쪽에도 상당히 넓고 깔끔한 공간이 마련되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게다가 상황에 따라 2열 시트 폴딩 시 총 적재 공간 1,926L의 여유를 누릴 수 있도록 했다. 다만 캐빈룸과 적재 공간을 구분하지 못한 점은 추후 차량 사용 시 아쉬운 부분으로 도드라질 것 같았다.
성능을 과시하는 전기차
모델 Y 퍼포먼스의 핵심은 바로 강력한 듀얼-모터 시스템이 자아내는 뛰어난 성능에 있다.
각기 다른 두 개의 모터를 조합한 듀얼 모터 시스템 및 AWD 구조로 총합 360kW, 환산 시 약 462마력이라는 걸출한 출력을 과시한다. 덕분에 모델 Y 퍼포먼스는 정지 상태에서 단 3.7초 만에 시속 100km까지 가속할 수 있으며 최고 속도 역시 250km/h에 이른다.
이와 함께 차체 하부에는 85kWh 급 배터리를 장착해 1회 충전 시 국내 인증 기준 448km의 주행 거리의 ‘여유’를 제시한다. 참고로 공인 전비는 4.8km/kWh(도심 4.9km/kWh 고속 4.7km/kWh)로 균형잡힌 모습이다.
압도적 성능의 발현, 그리고 테슬라
테슬라 모델 Y 퍼포먼스와의 본격적인 주행을 위해 도어를 열고 시트에 몸을 맡겼다. 카드 타입의 차량 키도 인상적이지만 도어 개폐에 따라 반응하는 디스플레이 패널이 꽤나 인상적이다. 일부 기능 및 차량 운영에 앞서 약간의 적응이 필요하지만 ‘인터페이스 구성’ 자체는 우수한 편이다.
지금까지의 모든 테슬라가 그렇듯 시트와 스티어링 휠, 그리고 손이 닿는 여러 요소들의 품질이나 마감은 아쉽지만 반대로 큼직한 윈드실드와 창문, 그리고 글래스 루프 패널 등이 제시하는 개방감과 공간의 여유는 무척이나 매력적이다.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을 위해 마련된 드라이빙 모드, 컴포트 모드에서는 성능의 존재감이 티가 나지 않지만 드라이빙 모드를 스포츠로 바꾸면 차량의 성능이 돋보인다. 특히 비슷한 체급의 전기차 사이에서도 성능이 비교적 우위를 점하는 테슬라의 매력 중 하나라 할 수 있을 만큼의 강렬한 느낌이다.
실제 엑셀러레이터 페달을 밟으면 온 몸이 뒤로 밀리는 듯한, 혹은 혈관의 혈액이 가속도에 짓눌리는 듯한 기분이 든다. 게다가 전기차의 특성 상 고속 주행이 불리함에도 ‘모델 Y’는 250km/h까지 가속할 수 있다는 강점을 과시한다.
덕분에 고객이 말 그대로 빠르고 강렬한 질감을 원한다면 정말 매력적으로 느껴질 것이라 생각되었다.
다만 연출, 그리고 감성의 영역에서는 분명 문제가 있었다. 실제 컴포트 모드는 부드럽게 출력을 조율하기 보다는 마치 차량이 거대한 무게 추, 혹은 족쇄를 채운 듯한 느낌이 있어 운전자로 하여금 부담을 느끼게 한다.
차량의 움직임에 있어서는 분명 이전의 테슬라보다 더 ‘자동차’의 질감, 그리고 운전자 및 탑승자에게 안정감을 전하는 모습이지만, 여전히 건조하고 투박한 모습을 느낄 수 있다. 특히 퍼포먼스는 21인치 휠, 타이어가 장착되어 있어 이러한 특징이 더욱 도드라지는 것 같았다.
조향 질감이라던가 조향에 대한 반응 등 전체적인 움직임의 연출에 있어 초창기 테슬라 차량들과 비교하더라도 더욱 견고하고 잘 조직되어 있는 느낌이라 테슬라에 익숙한 운전자의 만족감은 한층 높아졌으리라 생각된다.
다만 이러한 건 ‘테슬라 내부의 비교’이고 시장의 내연기관 자동차부터 오랜 시간 자동차를 만들고 조율했던 이들의 경쟁 모델과 비교한다면 확실히 ‘자동차 제조업’의 경험의 공백이 느껴진다.
물론 사람에 따라, 그리고 시대의 변화에 따라 이러한 부분을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 이들도 있고, 첫 경험이 테슬라인 사람도 있기 때문에 ‘절대적 열등’이라 표현하거나 단정할 수는 없으리라 생각되었다.
그리고 이러한 건조함 이면에는 테슬라의 다양한 기능을 경험이라는 ‘또 다른 즐거움’이 자리한다.
실제 모델 Y 퍼포먼스는 주행 중 꾸준히 주변의 차량을 파악하고 인식하고, 운전자에게 경고할 뿐 아니라 주도적인 주행 등을 이어간다. 어쩌면 자동차가 아닌 ‘이동 수단’ 플랫폼 중 하나로 ‘기술 발전의 현주소’를 명확히 보여주는 ‘선도자’의 매력을 뽐내는 것도 상당한 즐거움이라 생각되었다.
좋은점: 뛰어난 퍼포먼스, 넉넉한 주행 거리
아쉬운점: 불안한 주행 질감 및 어색한 기술의 표현
‘오토모빌’ 그리고 ‘모빌리티’, 테슬라 모델 Y 퍼포먼스
개인적으로 테슬라의 차량들은 전통적 자동차라 할 수 있는 ‘오토모빌’의 개념보다는 말 그대로 이동수단으로 사용되는 ‘모빌리티’ 플랫폼, 혹은 아이템이라 생각된다.
철저하게 전통적 관념으로 본다면 여전히 불안하고 아쉬운 차량이다. 하지만 새로운 시대, 새로운 흐름 속에서 사람의 이동수단으로 평가한다면 분명 ‘최신의 기술을 적절하게 표현한’ 하나의 존재로 인식될 것 같았다.
시대가 그렇게 변하고 있는 것이다.
촬영협조: HDC 아이파크몰 용산, 테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