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20일 청해부대에서 발생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감염 사태와 관련해 "안이하게 대처했다는 지적을 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해외 파병 장병에 대한 방역조치를 허술하게 관리한 정부 책임을 인정한 것이다. 김부겸 국무총리와 서욱 국방부 장관의 사과도 잇따랐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신속하게 군 수송기를 보내 전원 귀국 조치하는 등 우리 군이 나름대로 대응했지만 국민의 눈에 부족하고 안이하게 대처했다는 지적을 면하기 어렵다"며 "비판을 겸허하게 받아들이면서 치료 등 조치에 만전을 기해달라"고 당부했다.
국군통수권자인 문 대통령의 청해부대 관련 발언은 첫 확진자가 발생한 다음 날인 16일 공중급유수송기 2대를 현지로 급파해 환자들을 국내로 후송하라고 지시한 지 나흘 만이다. 청해부대원 전원이 이날 오후 귀환함으로써 사태가 수습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부대원들이 충실한 치료를 받고 조속히 회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주기 바란다"며 "애가 타는 부모님들에게도 상황을 잘 알려서 근심을 덜어줘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의 발언 후 서 장관은 서울 국방부 청사에서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열었다. 서 장관은 "청해부대 장병 및 가족 여러분들과 국민 여러분께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장관으로서 무거운 책임을 통감한다"며 고개를 숙였다. 앞서 김 총리는 정부세종청사에서 주재한 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국가를 위해 헌신하는 우리 장병들의 건강을 세심하게 챙기지 못해 송구하다"고 했다.
야권은 책임자 경질 등을 요구하며 공세 수위를 끌어올렸다.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에서 "대통령이 국민 앞에 나와 직접 회견하면서 총체적 방역 실패에 대해 대국민 사과를 하는 것이 도리"라며 서 장관 경질도 요구했다. 국방위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은 26일 긴급 현안질의에 서 장관을 불러 집단감염 책임을 추궁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