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도시산업선교회마저… 인천 근대 건축물 또 철거 논란

입력
2021.07.20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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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년대 민주화·노동운동 상징
동구 화평동 재개발 지역 포함
시민들 "문화적 연구 선행돼야"
국내 첫 비누공장도 이미 철거
조병창·미쓰비시 사택도 위기

‘보존이냐, 개발이냐...’

인천시가 민주화·노동 운동의 역사를 간직한 옛 인천도시산업선교회(현 미문의일꾼교회) 건물 철거를 포함한 재개발 정비 사업을 승인, 고시하면서 논란이 거세다. 역사적 가치가 있는 건축물 철거 논란은 부산과 원산보다 늦게 개항했지만, 수도와 인접한 항구로서 일제강점기, 미군정기에 지어진 수많은 건축물을 보유하고 있는 인천에서 반복되고 있는 일이다. 문화유산에 대한 사회·문화적 연구가 선행돼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20일 '인천도시산업선교회(인천산선) 존치를 위한 범시민대책위원회(대책위)'에 따르면 이들은 21일 인천시청 앞에서 인천시 규탄 기자회견을 연다. 앞서 19일 인천시는 인천산선이 포함된 동구 화평동 1-1번지 일대 18만㎡에 지하 3층~지상 29층 규모로 공동주택 3,183가구를 짓는 '화수화평 재개발 정비계획 변경'을 고시했다.

대책위 관계자는 "재개발 정비 계획 고시 철회를 요구하기 위한 것"이라며 "인천시는 인천산선 건물을 건축자산에 포함하고 등록문화재로 선정해 존치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책위에는 78개 시민단체가 참가하고 있다. 교회 존치를 요구하며 29일째 단식 중인 김정택(71) 목사도 집회에 참여한다. 김 목사는 인천산선 총무를 지냈다.

인천산선은 인혁당 사건 피해자들을 위해 공개 기도회를 여는 등 유신정권에 맞서 민주화 운동을 벌인 조지 E. 목사가 1961년 설립했다. 1978년 국가기관이 개입한 대표적 노동조합 탄압 사례인 동일방직 분뇨 투척 사건 당시 여성 노동자들이 피신한 곳이기도 하다. 현재 건물은 1976년 지어졌다.

논란에 대해 인천시 관계자는 “화수화평 재개발은 사업시행자가 조합으로, 법적 절차를 밟아오면 정비계획 고시를 거부할 수 없다”며 “실제 철거까지 시간이 있는 만큼 교회 존치를 위한 협의를 계속하겠다”고 말했다.

인천에서는 역사적 가치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라진 근대건축물이 부지기수다. 부평 미군기지 일대에서 1950~70년대 번성했던 기지촌 역사를 간직한 '드림보트 미군클럽'은 지난해 철거됐다. 동구의 산업유산 중 하나로 평가받던 만석동 신일철공소와 국내 최초 비누공장인 '애경사(현 애경그룹)' 터에 세워진 붉은 벽돌 건물 3채도 굴착기 삽날에 사라졌다.

또 1919년 창립한 조일(朝日·아사히) 양조회사의 중구 선화동 양조공장과 1960~70년대 전성기를 누렸던 중구 신포동 동방극장은 현재 주차장으로 쓰이고 있다. 일제가 한반도를 병참기지화했다는 증거인 부평 미군기지 내 조병창(일본 육군의 무기공장) 병원 건물과 일제강점기 강제 동원된 노동자들의 합숙소로 쓰인 부평구 부평동 미쓰비시 줄사택 등도 철거 위기에 놓여 있다.

이연경 인천대 지역인문정보융합연구소 학술연구교수는 "문화유산은 없애고 나면 그것으로 끝"이라며 "문화유산의 사회문화적 가치가 얼마나 되는지 연구·조사가 우선으로, 조사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철거를 논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환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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