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내 '반(反) 윤석열' 대표 인사로 꼽히는 심재철 서울남부지검장과 이정현 대검찰청 공공수사부장이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징계 취소 소송에 증인으로 출석해 윤 전 총장을 일제히 비판했다. 심 지검장은 '재판부 분석 문건' 작성을 윤 전 총장에 의한 불법 행위라고 주장했고, 이 부장은 윤 전 총장이 채널A 사건 수사를 방해했다고 증언했다. 두 사건은 지난해 윤 전 총장 징계의 주된 사유였다.
심재철 지검장과 이정현 부장은 19일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부장 정용석)가 진행한 윤 전 총장의 징계처분 취소 청구소송 첫 변론기일에 증인으로 출석해 윤 전 총장 측과 치열한 공방을 펼쳤다. 이번 소송은 윤 전 총장이 지난해 12월 받은 정직 2개월의 징계에 불복해 제기한 것으로, 윤 전 총장은 당사자 출석 의무가 없어 이날 법정에 나오지 않았다.
우선 심 지검장은 재판부 사찰 문건으로 지목된 '주요 특수·공안 사건 재판부 분석'을 두고 "언론을 통한 (판사) 회유나 협박을 위한 것"이라며 포문을 열었다. 그는 대검 반부패강력부장 당시 수사정보정책관실이 작성해 건넨 문건을 법무부 검찰국장 시절 한동수 대검 감찰부장에게 제보했고, 문건은 이후 법무부 감찰담당관실로 전달돼 징계 과정에서 쟁점이 됐다.
심 지검장은 이날 역시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실은 수사 정보를 취합·관리하는 곳이지 재판부를 분석하는 데가 아니다"라며 "문건을 보자마자 문제가 많다는 것을 알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했다. 윤 전 총장 측은 이에 "문건을 회유나 협박 용도로 사용한 정황을 하나라도 알고 있느냐"고 반박했다. 수사정보정책관실이 정상 업무 범위 내에서 작성한, 공소 유지를 위한 정보라는 취지다.
심 지검장은 문건 작성의 배후로 윤 전 총장을 지목했다. 그는 "사법 농단 등 사건은 무죄가 나올 경우 (윤 전 총장에게) 치명타일 수밖에 없다"며 "윤 전 총장은 목숨을 걸고 어떻게든 유죄를 받아야 하는 정치적 상황에 있었고, 그런 상황에서 문건이 만들어진 것"이라는 주장을 폈다. 심 지검장은 지난해 12월 윤 전 총장 징계를 결정한 법무부 검사징계위원회 회의에도 동일한 내용으로 진술서를 제출했다.
심 지검장은 증인신문 종료 직전 윤 전 총장에 대한 반감도 드러냈다. 그는 "전체적인 징계 과정에서 총장의 정치적 중립에 대한 신뢰 훼손 행위를 가장 중요하게 봤다"며 "총장이 정치적 중립을 지키지 못하면 자격이 없는 것이라 본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정현 부장은 이날 채널A 사건 수사에 윤 전 총장의 부당한 방해 행위가 있었다고 진술했다. 그는 채널A 사건 수사 당시 서울중앙지검 1차장검사로 수사지휘 라인에 있었다.
이 부장은 지난해 6월 대검 형사부 연구관들이 작성한 사건 보고서를 근거로 제시했다. 당시 보고서에는 이동재 전 채널A 기자와의 유착 당사자로 지목된 한동훈 검사장(사법연수원 부원장)에 대한 '무혐의' 판단이 실렸다. 이 부장은 이에 대해 "한 검사장과 관련해서는 겨우 수사 첫발을 내디딘 상황이었는데, 벌써 단계를 뛰어넘어 혐의 여부와 (이 전 기자와의) 공모 등을 따져본 것은 한 검사장에 대해 수사하지 말라는 사인으로 이해할 수밖에 없었다"고 증언했다.
이 부장은 윤 총장이 사건을 대검 감찰부가 아닌 인권부에서 조사하라고 지시하는 바람에 수사의 '골든타임'을 놓쳤다는 주장도 폈다. 그는 "(검찰 고위간부의) 개인적 일탈행위로 특정 방송사의 기자랑 유착했다는 보도였는데 (윤 전 총장이) 인권부에 조사를 지시한 게 이해가 안 됐다"며 "채널A와 이 전 기자를 압수수색했을 때 이미 깡통(이 된) 휴대폰과 노트북을 압수해 안타까웠다"고 했다.
재판부는 8월 30일 2차 변론 기일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날엔 윤 전 총장 측이 신청한 박영진 의정부지검 부장검사가 증인으로 출석한다. 박 부장검사는 채널A 사건 수사 당시 대검 형사1과장으로 수사 방향에 이의를 제기하는 '레드팀 보고서'를 작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