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무성의로 끝내 무산된 문 대통령 방일과 정상회담

입력
2021.07.20 04:30
27면

한일 양국이 도쿄 하계올림픽을 계기로 추진해온 정상회담이 무산됐다. 청와대는 19일 문재인 대통령이 도쿄 올림픽에 참석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과 스가 총리의 첫 회담이 다시 실패하면서 한일관계가 풀릴 기회도 당분간 사라졌다.

청와대는 거론하지 않았지만 회담 무산의 직접 배경은 일본의 무성의와 일본발 악재였다. 당장 눈앞에 다가온 중의원 선거를 앞둔 스가 정부는 정상회담이 도움되지 않는다며 끝까지 소극적이었다. 결정되지 않은 사안들이 연일 일본 언론에 등장하며 한국 정부를 떠보기도 했다. 때맞춰 일본은 독도 영유권 주장을 담은 2021방위백서까지 발표하며 반일 여론까지 자극했다. 막판에는 소마 히로히사 주한 일본대사관 총괄공사가 문 대통령에 대해 부적절한 성적(性的) 발언을 한 사실이 공개되면서 발목을 잡았다.

청와대는 이날 오전까지 모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열린 자세로 임하겠다며 성의 있는 조치를 촉구했다. 하지만 오후 1시 가토 관방장관은 “대단히 부적절한 발언”이라며 유감을 표했으나 소마 공사 조치는 본국 소환 방식의 ‘경질’이 아닌 일본대사의 ‘엄중 주의’에 그쳤다.

하지만 ‘주의 ’는 정상회담 성과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악화된 여론을 잠재우기 힘든 실망스러운 조치였다. 이에 청와대도 4시간 뒤 방일 추진 취소를 발표하게 된 것이다. 박수현 소통수석은 "상당한 이해의 접근은 있었지만, 정상회담의 성과로 삼기에는 여전히 미흡했다"면서 "그 밖의 제반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이같이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정상회담 무산까지 양측이 벌인 공방은 실망스러운 한일 관계의 현주소를 다시 보여주고 있다. 이렇다면 한일 사이 난기류도 상당기간 지속될 수밖에 없다. 양국 모두 과거사에 발목 잡혀 냉정을 잃어서는 한반도와 동아시아에 평화를 정착시키기 어려워진다. 이런 문제를 차기 정권에 미룬다면 갈등의 악순환을 끊기는 더 힘들어진다. 시간이 많지 않지만 차후에라도 두 정상이 손을 잡고 정치가 아닌 외교를 복원하는 모습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