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재판 나온 심재철 "정치적 중립 없는 총장 자격 없다"

입력
2021.07.19 1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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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 분석 문건 "재판부 회유 협박 목적" 주장
"실제 회유한 사실 말해보라" 반박엔 답변 회피

검찰 내 대표적인 ‘반(反)윤석열’ 인사로 꼽히는 심재철 서울남부지검장이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징계 취소소송에 출석해 “’재판부 분석 문건’ 작성은 명백한 불법”이라고 주장했다. 재판부 분석 문건은 지난해 법무부가 윤 전 총장에게 정직 2개월의 징계를 내리면서 제시했던 핵심 사유로, 심 지검장은 대검찰청 감찰부에 문건을 제보해 법무부가 해당 문건을 확보하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심 지검장은 19일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부장 정용석)가 진행한 윤 전 총장의 징계처분 취소 청구소송 첫 변론기일에 증인으로 출석해 재판부 분석 문건의 내용과 작성 전후 과정 등을 두고 윤 전 총장 측과 치열한 공방을 펼쳤다. 이번 소송은 윤 전 총장이 지난해 12월 받은 징계에 불복해 제기한 것으로, 윤 전 총장은 당사자 출석 의무가 없어 이날 법정에 나오지 않았다.

심 지검장은 재판부 사찰 문건으로 지목된 '주요 특수·공안 사건 재판부 분석'을 두고 “(판사들에 대한) 회유나 협박을 위한 것”이라며 포문을 열었다. 그는 대검 반부패강력부장 당시 수사정보정책관실이 작성해 건넨 문건을 법무부 검찰국장 시절 한동수 대검 감찰부장에게 제보했고, 문건은 이후 법무부 감찰담당관실로 전달이 돼 징계 여부 결정에 주요 쟁점이 됐다.

심 지검장은 이날 역시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실은 수사 정보를 취합·관리하는 곳이지 재판부를 분석하는 데가 아니다”라며 “문건을 보자마자 문제가 많다는 것을 알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했다. 판결의 정치적 성향 등을 분석한 내용이 정상적인 공판 활동과는 무관하다는 판단을 했다는 것이다.

윤 전 총장 측은 곧바로 “문건을 회유나 협박 용도로 사용한 정황을 하나라도 알고 있느냐”고 반박했다. 심 지검장의 추측에 불과하다는 지적으로, 윤 전 총장 측은 줄곧 문건에 대해 “수사정보정책관실이 정상 업무 범위 내에서 작성한 공소 유지를 위한 정보”라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심 지검장은 그러나 “문건을 전달해준 대검 수사지휘지원과장은 공판검사에게로 전달하라는 지시가 있었다고 했다”고 반박했다. 공판부에 문건을 전달, 실제 재판에 영향을 주려는 시도를 했다는 주장이다. 이어 "공판검사에게도 배포됐다고 보고받았기 때문에 확인해보라고 지시했고, 그런 보고를 받지 않았다면 배포 여부를 확인하라고 왜 지시했겠느냐"고 반문했다. “당시 수사지휘과장은 이 문건을 공판 검사들에게 전달하지 않았고 공판 검사가 알아야 할 내용이 아니어서 보낼 수도 없다고 진술했다”는 윤 전 총장 측 주장을 반박한 것이다.

심 지검장은 문건 작성의 배후로 윤 전 총장을 지목하기도 했다. 그는 윤 전 총장 징계를 결정한 법무부 검사징계위원회 회의 당시에도 “윤 총장이 판사 사찰 문건을 만든 이유는 현 정부와 사활을 건 싸움에서 유죄가 선고돼야 하기 때문”이라는 주장을 담은 진술서를 제출한 바 있다. 이날 역시 “사법농단 등 사건은 무죄가 나올 경우 (윤 전 총장에게) 치명타일 수밖에 없다”며 “윤 전 총장은 목숨을 걸고 어떻게는 유죄를 받아야 하는 정치적 상황에 있었고, 그런 상황에서 문건이 만들어 진 것”이라는 주장을 반복했다.

증인신문 종료 직전엔 윤 전 총장에 대한 반감도 서슴없이 드러냈다. 심 지검장은 “전체적인 징계 과정에서 총장의 정치적 중립에 대한 신뢰 훼손 행위를 가장 중요하게 봤다”며 “총장이 정치적 중립을 지키지 못하고 공무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자격이 없는 것이라 본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신지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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