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료품 보급받다 방역망 뚫렸나… 청해부대 집단감염 미스터리

입력
2021.07.19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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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아덴만 해역에 파병된 청해부대 34진 문무대왕함(4,400톤급)이 코로나19 바이러스에 점령당했다.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19일 오전 8시 기준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179명 늘어 누적 감염자가 247명이 됐다. 청해부대원 301명 가운데 무려 82%가 감염된 것이다. 함장과 부함장까지 확진 판정을 받았다. 역대 최대 규모의 군내 감염으로, 확진자가 더 늘어날 가능성도 상당하다.

청해부대는 한동안 코로나19 청정지대였다. 지난해 이후 6개월 단위로 파병된 31진 왕건함, 32진 대조영함, 33진 최영함은 ‘바다 위 3밀(밀집·밀접·밀폐)’이라는 악조건을 딛고 무사 귀환했다.

이번 사태로 해외 파병 부대가 감염병 관리 실패 때문에 전원 중도 귀환하는 오점을 남기게 됐다. 군 당국의 방역 실패 책임론이 거세질 전망이다.


작전 구역 변경이 감염 부추겼나… 백신도 사각지대

유력한 감염 경로는 지난달 28일에서 이달 1일 사이의 현지인 접촉이다. 육지에 기항해 식료품을 보급받는 과정에서 바이러스가 침투했을 가능성이 있다. 31~33진도 수시로 현지에서 물자를 보급받았으나, 34진은 최근 작전 구역을 바꾼 것으로 전해졌다. 장병들이 물품을 나르는 과정에서 방역복을 입고 있었다고 보고했는데도 왜 방역망이 뚫렸는지, 작전 구역 변경이 결정적 이유인지 등은 앞으로 군 당국 조사에서 밝혀져야 할 대목이다. 기항지에 함정을 대는 과정에서 현지인 도선사가 승선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그가 감염 통로일 가능성도 조사 대상이다.

34진은 백신 접종의 사각지대였다. 문무대왕함이 출항한 건 올해 2월 8일이었고, 국내 백신 접종 시작은 같은 달 26일이었다. 18일의 시차로 승조원들이 백신을 맞지 못한 채 파병된 것이다.

군 당국이 보다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했었다는 지적은 이 대목에서 나온다. 미국이 지난달 제공한 얀센 백신 등을 항공편으로 문무대왕함으로 급히 보냈어야 했다는 주장이다.

국방부는 이를 반박한다. 국방부 관계자는 “얀센 백신은 혈전증 우려로 30세 이상만 접종이 가능했고, 해외로 보내는 건 미국과 별도 협의가 필요한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해외 반출이 됐다고 해도, 해상에 고립돼 생활하는 함정 근무자들의 이상 반응을 감수하고 접종을 강행하긴 어려웠다"고 말했다.

청해부대의 특수성 때문에 백신 접종이 어려웠던 측면도 있다고 국방부는 설명한다. 육지로 파병된 아크부대와 한빛부대는 주둔국과 유엔의 협조하에 백신 접종을 마쳤지만, 해상 상황은 달랐다는 것이다.


초기에 감기약만 처방해 골든타임 놓치기도

그렇다고 군의 책임이 면제되는 건 아니다. 지난 2일 유증상자를 감기 환자로 오판해 감기약만 처방하는 등 방역의 골든타임을 놓친 것은 최대 패착이다. 8일 뒤 유사 증상을 호소하는 인원이 40여 명으로 늘어난 뒤에야 조치를 시작했지만, 그마저도 ‘신속항체검사’를 통한 간이 검사였다. 신속항체검사는 확진 여부 판정 정확도가 떨어진다. 실제 신속항체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은 승조원 중 일부가 확진 판정을 받았다.

코로나 감염 여부를 즉각 판별할 수 있는 ‘신속항원검사’ 키트를 함내에 비치했다면, 무차별적 감염 확산으로 이어지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 유증상자가 나온 초기에 합참에 보고하고 곧바로 장병 귀환 작전을 시작하지 않은 것도 중대한 오판으로 꼽힌다.

한편 공군 급유수송기 두 대가 19일 현지에 도착해 청해부대원 전원이 귀국길에 올랐다. 그러나 확진자 급증으로 귀환 작전은 순탄치만은 않을 전망이다. 수송기 정원은 약 300명으로, 의료진을 비롯한 수송 병력까지 태워야 해 확진자 247명을 수송기 한 대에 몰아 태우지 못했기 때문이다. 확진자와 비확진자를 분리 이송하지 못해 귀국 과정에서 감염자가 추가 발생할 위험이 크다. 군 관계자는 “수송기에 격벽으로 된 격실이 설치돼 있어 확진자와 비확진자를 최대한 분리했다”고 말했다.

청해부대원들은 20일 오후 경기 성남 서울공항에 도착하는대로 코로나 진단 검사를 추가 실시한 뒤 생활치료시설 등 격리시설로 이동할 전망이다. 이날 현지에 파견된 특수임무단 가운데 해군 148명은 2차 방역을 마친 뒤 문무대왕함을 몰고 국내로 복귀한다.


정승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