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경보기 울릴 때마다 6차례나 껐다...쿠팡 물류창고 화재도 인재

입력
2021.07.19 16:30
10면
경찰, 소방시설 전담 하청업체 직원 3명 입건
쿠팡 본사 연루 여부 확인했지만 정황 없어

지난달 경기 이천의 쿠팡 덕평물류센터 화재는 전기에 의해 발생했으며, 화재업무를 담당하는 방재실 직원이 경보 시스템을 6차례나 초기화해 불이 확대된 것으로 확인됐다.

경기남부경찰청 수사전담팀은 화재 예방, 소방시설 설치·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쿠팡 물류센터 내 전기 및 소방시설을 전담하는 A업체 소속 팀장인 B씨와 직원 2명을 입건했다고 19일 밝혔다. 또 양벌규정에 따라 A업체 법인을 같은 혐의로 입건했다.

B씨 등 3명은 지난달 17일 오전 5시 20분쯤 쿠팡 물류센터 지하 2층에서 불이 났을 당시 화재경보기가 울리자 현장 확인 없이 6차례에 걸쳐 방재 시스템 작동을 초기화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결과 쿠팡 방재 시스템은 화재경보기가 울리면 설치된 센서가 연기와 열을 감지하고, 감지 결과가 설정된 기준을 넘어서면 스프링클러가 작동하도록 하는 시스템인데, 이들은 화재 여부 확인 없이 ‘화재복구키’ 버튼을 지속적으로 눌러 초기화 시켰다. 화재복구키는 순차적으로 일어나는 시스템을 무력화해 처음으로 되돌리는 기능이다.

결국 화재경보기가 6차례 제대로 작동했지만, 이들이 시스템을 6차례 초기화하는 바람에 10분 동안 불이 확산됐다는 게 경찰 판단이다. 실제 당시 경보기가 처음 울린 시간은 오전 5시 27분이지만 스프링클러가 가동한 시간은 오전 5시 40분쯤으로 13분 정도의 차이가 발생한다.

경찰 관계자는 “해당 시스템이 오작동을 자주 일으켜 당시에도 오작동으로 오인해 초기화 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며 “다만 이들 소속이 쿠팡이 아닌 방재시스템을 전담하는 하청업체 소속이라 이번 입건 대상에 쿠팡이 빠진 이유”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들이 해당 시스템을 초기화하는 과정에 쿠팡 본사 등 상부 지시가 있었는지에 대해 수사했지만 관련 정황은 없다”고 덧붙였다.

이번 화재는 지난달 17일 오전 5시 20분쯤 지하 2층에서 발생, 2시간 40분 만에 진화되는 듯했으나 오전 11시 50분쯤 내부에서 불길이 다시 치솟기 시작해 건물 전체로 번졌고, 결국 화재 발생 6일 만에 완전 진화됐다.

화재 당시 쿠팡 직원들은 모두 대피했지만, 경기 광주소방서 119 구조대 김동식 구조대장(52)이 인명 검색을 위해 건물 지하 2층에 진입했다가 화재가 확산할 때 미처 빠져 나오지 못해 숨졌다.

임명수 기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