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이 대선주자 행세를 한다는 것 자체가 '삶은 소도 앙천대소(仰天大笑·하늘을 보고 크게 웃음)할 노릇'이다."
북한이 야권 유력 대선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향해 날 선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보수 야당에 대한 북한의 '반감'을 배경이라고 보기에는 유독 윤 전 총장을 향한 비판 횟수가 많고, '삶은 소', '장식품' 등 노골적으로 조롱하는 표현까지 동원하고 있다. 북한이 야권 대선주자 가운데 윤 전 총장에게 집중포화를 퍼붓는 이유는 뭘까.
북한 대외선전매체 우리민족끼리는 19일 기고문을 통해 "(윤 전 총장의 가치는) 국민의힘 적자들의 인기 상승에 리용(이용)해 먹으려는 '양자', '장식품'이 아닐까 싶다"며 "앞으로 써먹다가 리용(이용) 가치가 없어지면 시궁창에 버려도 아쉬움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윤 전 총장이 향후 입당을 선택하더라도 국민의힘 소속 대선주자로서 가치가 없을 것이라는 비아냥이다.
북한이 그간 선전매체 등을 통해 국민의힘 등 보수 야당을 비판해왔지만 특정인을 콕 집어 공세를 퍼붓는 사례는 상당히 이례적이다. 윤 전 총장을 겨냥한 비난성 논평과 기고는 그가 대권 도전을 선언한 지난달 29일 이후 5차례에 이른다. 이달 2일과 7일엔 윤 전 총장의 가족 의혹들을 거론하며 "뻔뻔스럽게 놀아댄다"고 했고, 14일과 16일에는 윤 전 총장의 정치 행보에 대해 "삶은 소도 앙천대소할 노릇", "비정상의 극치"라고 비방했다.
이러한 태도에는 내년 3월 한국 대선 결과에 따라 대남 및 대미 정책을 수정해야 하는 북한의 고민이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윤 전 총장은 지난달부터 천안함 생존자와 해상에서 북한군에 피살된 공무원 유족 등을 잇따라 만나며 안보를 강조해왔다. 야권 대선주자 가운데 가장 지지율이 높아 본선 후보가 될 가능성이 높은 윤 전 총장의 안보 강조 행보는 북한 입장에선 반가울 리 없다. "윤석열이 되면 한반도 평화는 어려워진다"는 메시지 발신과 함께 '대북 강경론'을 앞세운 보수 야당의 태도 변화를 촉구하는 시도로 풀이된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북한이 내년 대선을 대비해 유력 야권 후보인 윤 전 총장에 초점을 맞추면서 남북·북미 관계에서 유리한 상황을 만들기 위한 전략을 그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