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인근 해역에서 작전 중이던 해군 청해부대 34진 문무대왕함에서 발생한 코로나 확진자가 전체 승조원(301명)의 82%인 274명으로 집계됐다. 문무대왕함 집단감염은 최근 110명이 확진된 충남 논산 육군훈련소의 2배를 웃돌고 지난해 2월 군내 최초 확진자 발생 이후 규모가 가장 크다. 승조원 전원이 공군 수송기로 귀국할 예정인데, 2009년 청해부대가 파병된 이후 중도 귀환하는 일은 초유의 사태로 우리 군의 파병사에 큰 불명예로 남게 됐다.
아무리 물자와 인원이 제한되는 해외파병이라 해도 문무대왕함에서의 집단감염은 막을 수 있거나 감염자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군의 주먹구구식 대처는 변명할 여지가 없다. 국방부는 백신을 보내지 못했던 이유로 이상반응 발생 시 응급상황 대처가 어렵다는 점, 함정 내 백신 보관기준 충족이 제한된다는 점 등을 근거로 들었지만 책임 회피성이다. 지휘부가 결심만 했다면 청해부대원들에게 백신을 접종할 수 있었다는 게 군 안팎의 지적이다.
청해부대는 3월부터 최근까지 7, 8차례 기항한 것으로 보이는데, 기항 일정에 맞춰 백신을 공수하거나 현지 협조를 받아 백신 접종을 시도할 수도 있었다. 실제로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에 주둔 중인 우리 군 아크 부대는 유엔의 협조로 현지에서 백신 접종을 2차까지 완료했다. 청해부대 파견이 유엔 안보리 결의를 근거로 이뤄진 것인 만큼 상황이 여의치 않을 경우 유엔에 협조를 구하는 일도 가능했다. 군 장병들이 맞는 화이자 백신도 6월부터 완화된 기준에 따르면 영상 2~8도에서 보관이 가능한 만큼 의지만 있었으면 이런 사태를 방지할 수 있었다.
8월 귀환을 앞두고 있어 그새 설마 무슨 일이 터질까 하고 지휘관들이 요행을 바라지 않았다면 어떻게 단계마다 허술한 대처가 나왔는지 납득이 가지 않는다. 군은 이번 사태를 철저히 복기해 집단감염 사태의 재발을 막아야 한다. 특히 왜, 누가 감염 위험이 높은 청해부대에 백신을 수송하지 않기로 결정했는지 책임 소재를 명확히 밝혀내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