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계속된 무더위에 전력 수급에도 비상이 걸렸다. 특히 이번 주엔 폭염이 예고되면서 대규모 정전사태인 '블랙아웃'도 우려되고 있다. 일각에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늘어난 '집콕' 시간 탓에 전력 수요도 늘어나고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하지만 전체 전력량 가운데 일반 가정의 주택용 비중은 10% 중반대인 것으로 나타났다.
19일 한국전력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전체 전력량에서 공장 가동에 들어간 산업용(58%)이 1위를 차지했다. 이어 자영업자들의 사업장 운영을 위한 일반용(23%)과 주택용(16%), 학교 시설 등의 교육용(2%) 순이었다. 정부 관계자는 “이번 여름철의 전력 수급 불안정성은 전례 없는 강한 폭염과 코로나19 회복에 따른 산업 생산 증가가 주요 원인”이라며 “주택용에서 냉방을 위해 에어컨을 가동한다고 블랙아웃이 발생할 정도로 영향을 주진 않는다”고 말했다.
다만 정부는 산업용 다음으로 비중이 큰 일반용에 대해선 관리가 필요한 만큼 전력 수급에 문제가 생길 경우 가게 문을 열어놓고 냉방을 가동하는 ‘개문(開門) 냉방’에 대해선 자제를 요청할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앞서 지난 2016년 사상 처음으로 전국에 폭염특보가 내려지자, 상가밀집지역을 대상으로 개문 냉방 단속을 실시해 두 번째 적발된 업소를 대상으로 과태료 50만 원을 부과했다.
이번 여름철 전력 수급 상황이 불안한 추세를 이어가고 있다는 점에선 관계당국도 잔뜩 긴장한 모습이다. 한국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전력 피크타임(오후 4~5시) 기준 전력 공급 예비력은 14.2기가와트(GW)로 잠정 집계됐다. 공급능력에서 현재 사용 중인 전력을 제외한 수치인 전력 공급 예비력은 10GW를 넘겨야 안정적 수준으로 여겨지는데, 이날 일부 지역에 소나기가 내려지면서 전력수요가 일시적으로 감소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지난 15일 전력 공급 예비력이 8.8GW를 기록한 이후 10GW대를 회복하지 못했고 21~22일에는 한낮 기온이 섭씨 36도까지 치솟으며 전력 공급 예비력이 올해 최저를 기록, 전력수급에 첫 고비를 맞을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도 특별점검에 나섰다. 박진규 산업부 차관은 이날 전남 나주에 위치한 한국전력거래소를 찾아 전력 수급 현황을 점검했다. 한전은 21일 전력 수요 급증 상황을 대비한 ‘전력 수급 비상 모의훈련’을 실시할 예정이다. 특히 정부는 이날 전력 수급 안정을 위해 오후 2시부터 오후 5시까지 공공기관의 권역별로 30분씩 에어컨 정지를 요구하는 공문을 전국에 내려보내기도 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에어컨 가동 정지는 지난 2013년 이후 처음 요청하는 것으로 코로나19에 따른 전력 수요 급증 상황이 고려됐다"며 "다만 의무가 아닌 권고 사안"이라고 전했다.
정부는 공급전력 예비력이 5.5GW 이하로 떨어지면 전력 수급 비상경보를 발령해 가정용에 대해서도 절전을 권고할 예정이다. 비상경보는 준비와 관심, 주의, 경계, 심각 등 5단계 순으로 강화된다. 준비(5.5GW 미만)에선 냉방기 사용 시 실내온도를 섭씨 26도 이상으로 유지하고, 관심(4.5GW 미만)에선 냉방기 사용을 자제하고 실내 온도를 28도 이상으로 유지해 줄 것을 촉구한다. 전력거래소 관계자는 “이번 여름철 비상경보는 준비와 관심 수준 정도로 예상한다"면서도 “마지막 심각(1.5GW 미만) 단계까지 가면 안전을 위해 1개의 조명을 제외한 모든 전자기기의 플러그를 뽑으라고 요청하게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