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인기를 끄는 온라인 플랫폼 서비스들은 숙명처럼 오프라인 관련업체들과 충돌을 빚고 있다. 변호사회와 부딪힌 법률정보 앱 로톡, 의사협회와 갈등을 빚는 성형정보 앱 강남언니 등이 대표적이다. 여기에 얼마 전부터 부동산 플랫폼 앱 직방이 가세했다.
지난 14일 한국공인중개사협회는 "막대한 자본과 축적된 데이터를 갖고 직접 부동산 중개시장에 진출해 생존권을 침해한다"며 직방에 반대하는 성명을 냈다. 지난 15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같은 내용의 글이 올라왔다. 그만큼 관련업계에서는 직방을 위협적으로 보고 있다.
그럴 만도 한 것이 수많은 부동산 정보 앱 가운데 직방은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 1위다. 모바일인덱스 등에 따르면 직방은 전체 부동산 정보 앱 가운데 MAU 비중이 30%다. 여기에 직방이 2018년 인수한 아파트 시세 정보 앱 호갱노노의 MAU 35%를 합치면 사실상 65%로 압도적 1위다.
그만큼 많은 사람이 부동산 거래 시 직방을 이용한다는 뜻이다. 과연 무엇이 직방을 1위 부동산 앱으로 만들었는지, 공인중개사협회와의 갈등은 어떻게 풀 것인지 신생기업(스타트업) 직방의 안성우(42) 대표를 만나 과거와 미래를 들어봤다.
직방은 안 대표의 경험에서 탄생했다. 그는 공인회계사가 되기 위해 2002년 서울 신림동 고시원에서 공부를 하다가 원룸을 구했다. 그는 생애 처음 집을 구하면서 온갖 고생을 했다. "직접 가보기 전에 알 수 있는 정보들이 없다보니 숱한 시행착오를 겪으며 좋지 않은 경험을 했죠. 집을 사는 것은 인생에서 중요한 일인 만큼 좋지 않은 경험을 좋게 바꾸고 싶었죠."
안 대표는 2012년 사람에게 꼭 필요한 의식주 가운데 주(住)를 책임지는 회사를 만들겠다는 목표로 부동산 매물 정보를 제공하는 직방을 시작했다. "원래 2010년 창업 당시 사명은 채널브리즈였어요. 페이스북에서 '마켓위'라는 이름의 전자상거래 사업을 했는데 잘 안 돼서 2012년 직방을 시작하며 사명을 바꿨죠."
처음에는 원룸과 오피스텔 정보로 시작했다. 그러나 이용자가 없는 상태에서 하다보니 시장에 대한 확신이 없었다. "많은 스타트업들이 시장에 확신이 없는 상태에서 시작할 겁니다. 그만큼 부동산 정보를 모으는 것이 어려웠죠."
안 대표는 직접 공인중개사들과 원룸, 오피스텔 주인을 찾아다니는 등 발로 뛰며 부동산 매물 정보를 모았다. "1년 반 동안 사무실 밖에서 일했어요."
그때 안 대표가 차별화 전략으로 정한 것이 사진이다. '직접 찍은 방 사진'의 약자인 직방처럼 부동산 매물을 업계 최초로 사진으로 보여주는 전략이 성공 요인이었다. "당시 부동산 정보는 '로열층' '신축 건물'처럼 막연했어요. 이를 사진으로 보여주고 이용자들이 직접 찾아가지 않아도 될 곳들을 추릴 수 있게 했죠."
이때 등장한 것이 심상민 전 호갱노노 대표가 개발한 아파트 시세 정보 '호갱노노'다. 더는 부동산 시장에서 속기만 하는 '호구 같은 고객'(호갱)이 되지 말자는 뜻에서 등장한 이 서비스는 아파트 실거래가 정보를 제공해 급부상했다.
안 대표는 부동산 시장에서 아파트가 차지하는 몫이 워낙 큰 만큼 이를 눈여겨봤다. 2018년 안 대표는 호갱노노를 약 230억 원에 전격 인수하면서 직방이 원룸, 오피스텔에 이어 아파트 정보까지 다루는 종합 부동산 플랫폼 업체로 자리매김하게 만들었다.
안 대표는 올해 아파트 거래에 일대 변화를 꾀하는 중요한 전략을 발표했다. 서비스 10주년을 맞아 ‘직방 2.0’이라고 이름 붙인 이 전략은 매물과 전·월세로 나온 아파트 정보를 3차원 컴퓨터그래픽과 직접 찍은 실내 사진으로 보여준다. 이를 통해 발로 찾아다니는 아파트 거래를 온라인으로 바꾸겠다는 것이 안 대표의 야심 찬 계획이다.
예를 들어 3차원 그래픽으로 표시한 아파트 건물에서 별도 표시된 매물을 선택하면 가상현실처럼 찍은 내부 사진을 스마트폰으로 볼 수 있다. 실내 사진 등은 직방과 협력하는 공인중개사들이 촬영해 올린다. "3차원 컴퓨터 영상은 건축물 대장, 등기부 등본, 지적도 등 공개 정보를 이용해 만들고 실내 사진은 매물 소유자 동의를 얻어 촬영합니다. 이를 통해 앞 동이 전망을 얼마나 가리는지, 해가 얼마나 비치는지 일일이 확인할 수 있죠."
그림이나 사진으로 알 수 없는 소음, 냄새 등의 정보는 어떻게 확인할까. 이런 정보들은 음성으로 제공한다. "촬영한 영상과 사진에 위층 소음이 얼마나 들리는지, 벽지에서 곰팡이 냄새가 나는지 말로 설명하죠. 자세히 알고 싶으면 매물을 중개하는 공인중개사와 온라인 상담도 할 수 있어요."
그만큼 이용자들 입장에서는 발품을 팔지 않고 아파트 매물 정보를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예전처럼 직장에 휴가를 내고 아파트 매물을 확인할 필요가 없어요. 퇴근 후 간단하게 스마트폰으로 살펴보면 되죠."
안 대표는 공인중개사들이 직방을 도구로 활용해 추가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온택트 파트너스’라는 프로그램도 준비 중이다. 여기 참여하는 공인중개사들은 집 구할 때 필요한 청소, 도배, 실내장식, 정수기 판매 등 각종 부가 서비스를 연결해 주고 추가 수익을 올릴 수 있다.
이렇게 되면 단순 중개만 하고 너무 비싼 복비를 받는 것 아니냐는 공인중개사들의 수수료 논란도 줄일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해외에서는 공인중개사들이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해요. 국내에서는 매매 중개 외에 다른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으니 비싼 수수료 논란이 끊이지 않아요."
안 대표는 온택트 파트너스가 공동 중개망의 고질적 문제를 극복하는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다. 공동 중개망은 각 지역의 공인중개사들끼리 부동산 매물 정보를 공유하는 배타적이고 폐쇄적인 지역 사설 정보망이다. 다른 지역이나 새로 자격증을 딴 공인중개사들이 쉽게 아파트 거래를 하지 못하는 이유가 공동 중개망을 이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공동 중개망은 아파트 매물의 경우 동, 호수가 공개되지 않는 부정확한 정보로 중복 매물을 양산하고 있다. 이를 근절하려면 투명하고 정확한 매물 정보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그래서 안 대표는 공동 중개망과 달리 직방에서 제공하는 아파트 매물 정보에 동, 호수를 정확하고 투명하게 공개한다. 또 온택트 프로그램에 참여한 공인중개사들이 매물 정보를 서로 공유하며 다른 중개사의 매물을 소개해 거래가 성사되면 수수료를 나눠 추가 수익을 올릴 수 있도록 했다.
이렇게 되면 안 대표는 공인중개사들이 가장 걱정하는 부동산 직거래도 줄어들 것으로 본다. 당근마켓 등 중고거래 앱에 18억 원짜리 아파트가 올라오는 등 온라인에서 부동산 직거래가 늘고 있다. "부동산 중개에 대한 만족도가 떨어지니 복비에 의문을 제기하며 직거래가 늘어납니다. 공인중개사가 있어도 별다른 서비스를 받을 게 없다는 생각들이죠. 이런 문제는 공인중개사들이 더 많은 서비스를 제공해 해결해야 합니다."
안 대표는 고가 상품인 부동산 거래에서 발생하는 위험을 줄이기 위해 직거래를 지양하고 공인중개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수수료를 아끼려고 직거래를 하다가 잘못되면 피해가 크죠. 공인중개사는 이런 위험을 줄여주기 때문에 필요합니다."
그래서 직방은 협력관계인 공인중개사들의 거래에 보증을 서는 제도도 만들었다. 직방 자회사인 온택트파트너스 중개법인이 공인중개사와 공동으로 날인해 문제가 발생하면 피해를 전액 보상한다. 이를 위해 직방은 100억 원 규모의 보증보험에 가입했다. 대신 협력관계인 공인중개사가 받는 거래 수수료를 직방 자회사와 나눈다.
이 때문에 공인중개사협회는 직방이 직접 부동산 거래에 뛰어든다고 비난한다. 하지만 안 대표는 이를 부인했다. "거래가 잘못됐을 때 책임을 누가 지느냐 문제일 뿐 직거래와 상관없습니다. 공인중개사와 직방 자회사가 공동으로 책임지기 때문에 수수료를 절반씩 나눌 뿐이죠."
안 대표는 공인중개사의 중요성을 절감하기에 이들의 창업을 지원하는 제도도 도입했다. 공인중개사가 새로 창업해 직방과 손잡고 일을 하면 연 5,000만 원의 수익을 보장하는 파격적인 제도다. "무작정 현금을 주는 것이 아니라 얼마나 노력했는지 보고 연 수익이 5,000만 원에 미치지 못하면 차액을 지원할 예정입니다. 그러나 월간 계약량 할당 등 강제 기준은 없어요."
직방은 일종의 공인중개사 육성 프로그램인 이 제도를 통해 사업에 필요한 각종 교육도 제공할 계획이다. "46만 명의 공인 중개사 가운데 일하는 사람은 11만 명이에요. 나머지 35만 명은 폐쇄적 진입 장벽 때문에 일을 못 하죠. 이를 우리가 해결해 주겠다는 겁니다."
안 대표는 직방을 부동산이 아닌 '정보기술(IT) 기업'이라고 강조했다. "의식주가 디지털 중심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직방은 집과 관련된 디지털 콘텐츠를 만드는 회사입니다."
이는 직방의 미래를 보여주는 '메타폴리스'에서 확인할 수 있다. 직방은 지난달을 끝으로 실제 사무공간을 없애고 사옥을 가상공간(메타버스)으로 옮겼다. 전 직원이 출근하지 않고 가상공간에서 온라인으로 일한다. 이를 위해 게임회사처럼 아예 메타폴리스 개발팀과 서비스 운영팀을 따로 두고 있다.
안 대표는 메타폴리스를 협력관계인 공인중개사뿐 아니라 외부 스타트업에도 개방할 생각이다. "현재 메타폴리스 4층을 약 300명의 직원이 사용하는데 공간이 부족해 한 층 더 늘리기로 했어요. 나머지 공간은 2, 3개월 뒤 외부 기업에 개방할 겁니다."
서울대 통계학과를 졸업한 안 대표는 게임 '단군의 땅'을 개발한 마리텔레콤과 엔씨소프트에서 게임 개발자로 일했다. 어려서 컴퓨터를 좋아한 그는 학원을 다니며 프로그래밍을 독학했다. 이후 공인회계사(CPA) 시험에 합격해 삼일회계법인에서 3년간 일하고 블루런벤처스라는 투자업체에서 투자심사 팀장을 지냈다. "게임회사와 회계법인에서 일하며 창업에 관심을 갖게 됐어요."
그러나 안 대표는 스타트업 창업에 신중한 편이다. "창업은 가족 등 여러 사람의 인생이 달린 문제여서 신중하게 고민해야 합니다. 미래에 대한 확신이 없는 상황에서 시작했다가 여러 사람에게 평생 안 좋은 기억을 심어줄 수 있어요. 실패하면 나중에 또 도전하면 된다는 생각은 굉장히 위험해요."
안 대표는 직방의 증시 상장을 당분간 고려하지 않을 생각이다. "장기적으로 상장도 검토하고 있지만 당분간 계획이 없어요. 각종 사업이 잘되면 그 후에 고민해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