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위 '큰손'이라 불리는 서울 강남구 거주자들의 부동산 투자가 강남을 넘어 서울 전역으로 확산하는 양상이다. 최근 수년간 부동산 가격이 치솟으면서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과 '금관구(금천·관악·구로구)' 등의 투자가치가 높은 집합건물에까지 손을 뻗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19일 부동산정보업체 직방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강남구 거주자들의 마용성과 금관구 집합건물 매입 비중은 각각 12.1%와 14.3%로 집계됐다. 지난해 동기(마용성3.5%·금관구 3.4%) 대비 약 3, 4배 증가했다. 9년 전인 2012년부터 5% 수준을 기록했던 강남구 거주자들의 매입 비중이 올해 들어 급증한 것이다. 집값이 폭등한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에서도 올해 상반기 강남구 거주자들의 집합건물 매입 비중은 2.8%로, 성북구 주민들에 이어 2위다.
집합건물은 한 동의 건물을 구조상 여러 개로 나눠 독립 소유할 수 있는 건축물을 말한다. 보통 아파트와 다세대·연립주택, 오피스텔과 상가건물 등 단독주택을 제외한 대부분의 실거주용과 상업용 건물이 집합건물에 속한다.
강남구 거주자들의 매입 비중이 높아진 반면, 정작 마용성 등에 사는 이들의 지역 내 매입 비중은 감소했다. 매수자가 주소지 동일 권역에서 집합건물을 매입한 비중은 마용성의 경우 9년 전 48.6%에서 올해 상반기 34.2%로 14.4%p 낮아졌다. 노도강은 69.5%에서 48.5%, 금관구는 32.2%에서 22.0%로 각각 줄었다. 소유자와 실거주자의 불일치 현상이 가속화하고 있는 셈이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부동산 가격이 폭등하면서 '외지인'의 서울 투자는 늘어나고 있다. 올해 상반기 서울 집합건물 매수자 중 서울 거주자는 74.7%로, 9년 전(83.0%)보다 8.3%포인트 감소했다. 이 기간 경기·인천 거주자 비중은 11.3%에서 15.9%로 증가했다.
이 같은 추세에도 강남구 거주자들의 올해 상반기 강남구 내 집합건물 매입 비중은 42.2%다. 10년 전(44.6%)보다 4.5%포인트 낮아졌지만 최하점을 찍었던 2019년(37.52%) 이후 반등해 40%대를 유지했다. 부동산 가격이 뛰는 지역에서 매입에 열을 올리면서 강남구 내 투자도 충실히 하고 있다는 의미다.
시장에서는 정부의 다주택자 규제 등의 영향으로 '똘똘한 한 채'에 집중하면서도 금전적 여유가 있는 강남의 자산가들이 마용성, 금관구 등에서 투자를 늘리는 것으로 분석한다. 직방 관계자는 "최근 강남3구 자산가들의 매입 비중이 신흥 고가 지역으로 부상한 마용성 등에서 증가하고 있다"며 "투자 흐름에 따라 지역별로 변곡점이 발생할 수 있어 자산가 계층의 움직임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