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사 딸 납치 사건에…아프간 "파키스탄 있는 외교관 본국 귀환"

입력
2021.07.19 13:30
파키스탄의 '경호 강화' 약속 불구
아프간 고위외교관 모두 불러들여
납치 사건 용의자 아직 체포 안 돼
'탈레반 문제' 이어 양국 갈등 증폭

파키스탄 주재 아프가니스탄 대사의 딸이 납치당하는 사건이 발생하자 아프간 정부가 대사를 비롯한 현지 고위급 외교관들을 모두 본국으로 불러들이는 대응 조치를 취하고 나섰다. 파키스탄 정부의 '경호 강화' 약속에도 불구하고 안전상 우려가 매우 크다고 판단한 것이다. 아프간 무장조직 탈레반을 둘러싸고 갈등을 빚던 양국 관계는 또 다른 악재를 맞게 됐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18일(현지시간) 아프간 정부는 성명을 통해 "(대사 딸) 납치 사건 이후 안전에 대한 위협이 사라질 때까지 대사와 고위 외교관들을 소환한다"고 밝혔다. 파키스탄 정부를 향해 신속한 납치범 체포 및 기소도 촉구했다. 앞서 주파키스탄 아프간 대사의 딸인 실실라 알리힐(26)은 지난 16일 파키스탄 수도 이슬라마바드에서 귀가하던 중 괴한에 납치됐다. 머리를 포함한 여러 신체 부위에 심각한 폭행을 당한 그는 약 5시간 만에 풀려나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다.

사건 직후 아프간 정부는 자국 주재 파키스탄 대사를 초치해 강력히 항의했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이 사건의 구체적 경위는 전혀 밝혀지지 않고 있다. 체포된 사람도 없다. 파키스탄 외무부는 대사 가족에 대한 경호 강화를 약속했지만, 아프간 정부로선 수사가 지지부진하다고 판단해 결국 외교관 소환이라는 강수를 두게 됐다. 파키스탄 정부는 "아프간 정부가 결정을 재고하기를 바란다"며 유감을 표명한 뒤, 현재 최고 수준의 강도 높은 수사를 진행 중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번 납치 사건으로 한층 더 고조된 양국 간 긴장은 당분간 쉽게 해소되지 않을 전망이다. 이미 탈레반 문제로도 오랜 갈등을 겪고 있었던 탓이다. 아프간은 파키스탄이 탈레반에 은신처를 제공하고 있다고 비난해 온 반면, 파키스탄은 아프간 정부가 탈레반의 자국 활동을 방치하고 있다고 반박해 왔다. 특히 지난달 미군을 포함한 아프간 주둔 외국군 철수 행렬이 시작되면서 탈레반 폭력 사태가 급증하자, 아프간과 파키스탄 갈 갈등도 심화하고 있다고 영국 BBC방송은 전했다.

진달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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