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리로 남은 실종

입력
2021.07.26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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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6 스테이시 아라스의 요세미티 실종사건


거칠고 너른 미국 국립공원에선 하루 평균 1.5건 이상의 실종 사고(사건)가 일어난다. 2017년 1~11월 사이 3,454건의 실종 수색작업이 벌어졌고, 182명이 숨졌다. 하루 평균 약 10건 꼴이다. 그중에는 구조는커녕 실종자의 흔적조자 찾지 못한 채 미스터리로 남게 되는 사고도 있다.

1981년 7월 25일, 요세미티 선라이즈 하이 시에라 캠프에서 일어난 14세 소녀 스테이시 아라스(Stacey Arras) 실종사건은 미 국립공원 실종사건(사고)을 통틀어 가장 미스터리한 사건으로 꼽힌다. 아버지를 포함, 가이드 등 일행 7명과 함께 평원 승마 투어에 나선 그는 캠프에 도착한 뒤 카메라를 들고 약 1.5마일 떨어진 호수 풍경 사진을 찍겠다고 떠났다. 아버지가 쉬겠다고 해서 혼자 길을 나선 터였고, 트레킹화로 갈아 신으라는 아버지의 주문도 마다한 채 플립플랍 슬리퍼 차림이었다. 트레일 대부분이 평지였고, 성수기여서 관광객도 많았다. 그의 캠프에도 9개 동에 34명이 묵고 있었다.

일행이 다 볼 수 있는 지점서 77세 여행 동료 제럴드 스튜어트와 의기투합해 함께 길을 나선 아라스는 잠깐 앉아서 쉬던 스튜어트를 두고 먼저 길을 살펴보겠다며 멀어진 뒤 증발하듯 사라졌다. 캠프 관광객 전원이 동원돼 인근을 뒤졌고, 이어 산악구조대원 67명을 포함한 국립공원 수색팀 150명이 수색견과 함께 투입됐지만 스튜어트와 헤어진 자리 인근에 떨어진 카메라 렌즈 뚜껑 외 아무런 흔적조차 찾지 못했다.

짐승에게 당했으리라는 설, 호수에 빠졌으리라는 설, 납치 등 범죄에 희생됐으리라는 설, 가출설 등 설만 분분했다. 하지만 혈흔도 없고 카메라 등 소지품도 사라졌다는 점에서 짐승설은 설득력이 없었고, 호수 수색도 무위로 끝났다. 범죄설이 입증되기에는 우연이 너무 겹쳤고, 가출설 역시 당시 정황으론 설명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그의 신발과 장비로는 혼자 공원을 벗어날 수 없다고 결론지었다. 전설의 거대 괴물 '빅풋'의 소행이라는 설도 있었다.

최윤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