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 대권주자로 꼽히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닮은 듯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두 사람은 서울대 법대를 나온 법조인 출신에다 문재인 정부 감찰·사정 기관 수장이었고 정권과의 갈등을 출마의 명분으로 삼았다는 공통분모를 갖고 있다. 그러나 제1 야당과의 관계 설정과 캠프 입지와 실무진 구성 등은 초반부터 확연히 갈리고 있다.
대권주자의 동선에는 정치적 함의가 집약돼 있다. 정치권뿐 아니라 여론이 유력주자들의 행선지에 주목하는 이유다. 그런 점에서 윤 전 총장과 최 전 원장이 초반 각각 내세우고자 한 메시지는 달랐다.
윤 전 총장은 민심탐방의 첫 행선지에서부터 '반(反)문재인' 기조의 선명성을 부각했다. 대전을 방문해 천안함 희생용사의 묘역을 참배한 후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비판했다. 정권교체의 선봉자라는 인식을 강조한 것이다. 최근 들어 보수·반문 편향 행보라는 비판을 의식한 듯, 17일 '진보의 심장'인 광주 5·18 민주묘지를 방문했다. 당분간 국민의힘 입당에 거리를 두고 중도로의 외연 확장에 나설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최 전 원장은 국민의힘 입당 후 첫 행보로 17일 부인과 함께 부산 해운대 하천변에서 쓰레기를 줍는 봉사활동에 나섰다. 통합·치유·공존이라는 메시지로 국민에게 다가가겠다는 최 전 원장의 의지가 반영됐다는 게 주변의 설명이다.
2시간 정도 진행된 봉사활동에는 '미담 제조기'로 불리는 최 전 원장의 장점을 최대한 부각하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 봉사활동을 함께한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은 10년 전 생후 80일 된 딸을 입양해 키우고 있는데, 최 전 원장도 자녀 중 두 아들을 입양했다. 다수의 국민의힘 당원들이 참여하는 봉사활동을 택한 것에도 당에 빠르게 녹아들겠다는 최 전 원장의 의지가 담겨 있다.
캠프 구성에서도 양측의 지향점은 다르다. 윤 전 총장은 '중도 지향' '민생 탐방'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반영해 캠프 사무실을 광화문에 잡았다. 정치권과 일정 거리를 두고 민심을 듣는 데에 보다 집중하겠다는 취지다.
후보를 돕는 실무진 인선도 정치권과 최대한 거리를 뒀다. 이석준 전 국무조정실장이 캠프를 총괄하고 있고 공보라인에는 기성 정치권에 몸담은 인물이 눈에 띄지 않는다. 윤 전 총장 측은 전날 황준국 전 주영국대사를 후원회장으로 선임했다. 그는 박근혜 정부 당시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겸 6자 회담 한국 수석대표를 맡은 북핵 전문가로 정책 조언을 겸한다.
최 전 원장은 여의도 대하빌딩에 캠프를 마련했다. 과거 김대중·박근혜 전 대통령이 캠프 사무실로 쓰던 건물로, 정치권에서 명당으로 알려진 곳이다. 국회와 가깝고 국민을 대신하는 언론과 소통하기 좋은 곳을 택했다는 게 캠프 측 설명이다.
실무진도 정치권 경험이 있는 인사들로 구성됐다. 김영우 전 의원과 김기철 전 청와대선임행정관이 각각 캠프 실장과 공보팀장을 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