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일 배송? 이젠 '1시간 내' 배송 경쟁...백화점·대형마트도 속도전

입력
2021.07.18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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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백화점, '이동형 마이크로 풀필먼트 센터' 운영
SSG닷컴도 주문 마감시간 늘려 '당일 배송' 확대
업계 관계자 "배송에 3~4일? 상상할 수 없다"

유통업계의 배송 경쟁이 갈수록 점입가경이다. 이젠 ‘하루’ 단위에서 벗어나 ‘시간’ 경쟁으로 치닫고 있다. 배달 플랫폼을 시작으로 백화점과 대형마트까지 즉시배송 서비스를 도입하고 나서면서다. 익일 배송을 내건 쿠팡의 로켓배송, 마켓컬리의 샛별배송을 넘어 ‘1시간’이나 ‘15분’ 등의 주문 즉시 배송(퀵 커머스)이 대세로 자리잡고 있다.

"무조건 빠른 배송"... 백화점, 대형마트도 '즉시배송' 나서

18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각 기업은 퀵 커머스 도입에 사활을 걸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4차 대유행으로 외부활동이 제한되면서 비대면 소비가 늘어난 데다, 빠른 배송 상품에 대한 재구매율이 높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산지 직송 상품도 당일에 배송되는 등 배달 속도에 대한 소비자의 눈높이가 이미 달라졌다”며 “배송에 3~4일씩 걸렸던 과거 모습은 이제 상상할 수 없다. 무조건 빨리 해야 한다”고 최근 달라진 유통업계의 배송 분위기를 귀띔했다.

현대백화점은 이날 냉장·냉동 운반 및 보관(콜드체인 시스템) 성능을 갖춘 전기트럭으로 30분 내 프리미엄 신선식품 배송 서비스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백화점이 즉시배송 서비스를 도입하는 건 현대백화점이 처음으로, 과일·야채·정육 등 60여 종의 신선식품이 배송 대상이다. 전기트럭은 현대차그룹이 개발한 ‘소형 물류총괄대행시설(이동형 마이크로 풀필먼트 센터)’를 기반으로 한다. 현대백화점은 압구정 본점 반경 3㎞ 지역을 대상으로 시범 운영한 이후 점차 확대할 예정이다.

신세계의 SSG닷컴도 이날부터 일부 매장의 쓱배송 주문 마감시간을 오후 1시에서 오후 7시로 늘렸다. 당일 배송을 확대하기 위해서다. SSG닷컴은 이마트 성수점 PP센터를 시작으로 10월까지 수도권과 지방 광역시 20개 매장 PP센터의 주문 마감 시간을 늘릴 계획이다. 안철민 SSG닷컴 SCM담당은 “저녁 시간대 당일 배송 주문에 대해 고객 선호 경향이 뚜렷해지면서 배송시간을 늘리는 것을 검토해왔다”고 말했다.

배민·요기요·쿠팡 "15~30분 내 생필품 배송 완료"

배송 속도 경쟁에 불을 붙인 건 배달 플랫폼이다. 배달의민족은 2019년 11월부터 서울과 인천, 경기 일부 지역에서 30분 이내 생필품을 배달하는 ‘B마트’ 서비스를 선보인 뒤 확대하고 있다. 요기요도 지난해 9월부터 ‘요마트’를 통해 즉시 배송 서비스에 착수했다. 이에 쿠팡도 이달 초부터 10~15분 내 배송 원칙의 '쿠팡이츠 마트' 서비스를 시작했다. 쿠팡은 아예 서울 송파구 일대에 창고형 물류 거점 센터를 세우고 주문이 들어오면 전담 배달기사를 통해 빠르게 배달하고 있다.

하지만 ‘즉시 배송’ 확대에 편의점 업계의 위기감은 고조되고 있다. 취급 품목이 비슷한 데다, 편의점의 강점으로 꼽히는 ‘접근성’이 사라진다는 이유에서다. 때문에 자체 배달에 나선 편의점도 있다. GS25는 주문한 물건을 1시간 내 배달하는 주문 전용 앱 ‘우딜(우리동네 딜리버리)’을 지난달 선보였다. 이 외에도 GS25는 배달 서비스 부릉을 운영하는 메시코리아의 지분 19.53%를 인수하고, 배달앱 2위 요기요 인수 후보에 이름을 올리는 등 퀵 커머스 시장 진출도 예고했다.

조소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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