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과열 양상을 보이는 서울과 세종에서 서민대출인 '보금자리론'을 빌리는 사람이 올해 들어 크게 줄었다. 집값이 수직 상승하면서 보금자리론 대출 조건인 6억 원 이하 아파트가 줄고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 시장이 너무 뜨거워진 탓에 거래가 끊긴 여파도 있다.
19일 한국주택금융공사(주금공)의 '최근 5년간 17개 시도 보금자리론 공급 건수'에 따르면 올해 1~3월 서울, 세종 내 보금자리론 공급 건수는 각각 3,700건, 200건으로 집계됐다. 이 속도대로라면 서울, 세종의 연간 공급 건수는 각각 1만4,800건, 800건으로 지난해 대비 4,000건, 2,000건 감소하게 된다.
보금자리론은 연 소득 7,000만 원 이하 서민에게 2% 후반대 금리로 집값의 최대 70%까지 주택담보대출을 해주는 정책금융 상품이다. 주택 면적에 제한은 없지만, 6억 원 이하 주택을 살 때에만 이용할 수 있다.
2018년 6만300건이었던 17개 시도 전체 보금자리론 공급 건수는 지난해 16만6,400건으로 3배 가까이 증가했다. 올해 연간 공급 건수는 17만9,600건으로 예상된다. 서울, 세종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전국 보금자리론 공급 건수와 비슷한 추이로 늘었다. 하지만 올해 들어 서울, 세종에서 보금자리론 이용 건수는 전국 통계와 달리 감소했다.
서울, 세종 지역 부동산 가격 급등에 따라 6억 원 이하 아파트가 줄면서 이 지역 보금자리론 이용 건수 역시 감소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KB국민은행이 발표한 6월 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11억4,283만 원으로 전년 대비 2억1,774만 원 뛰었다.
금융당국은 서울 아파트의 83.5%(2월 기준)가 6억 원을 넘는다고 보고 있다. 보금자리론 대출 조건에 맞는 서울 아파트는 10채 중 2채도 안 된다는 의미다. 세종은 지난달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이 5억7,300만 원으로 조사됐다. 평균 매매가만 보면 보금자리론 대출 조건을 밑돈다. 하지만 평균 매매가가 1년 전보다 2억 원 가까이 올라 6억 원 이하 아파트도 그만큼 줄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서울, 세종 내 보금자리론 감소는 아파트 거래가 크게 줄어든 영향도 있다. 서울, 세종 집값은 고평가됐다는 기류가 형성되면서 최근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었다. 실제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을 보면 올해 상반기 서울, 세종 아파트 매매 거래는 각각 2만5,960건, 2,046건으로 전년 대비 1만9,034건, 3,128건 떨어졌다.
주금공 관계자는 "보금자리론 공급 건수는 주택 거래량과 정비례한다"면서 "서울, 세종의 보금자리론 감소는 주택 거래가 위축된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