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기난사 당했던 美신문 '캐피털가제트', 부활할 수 있을까

입력
2021.07.19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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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총기 난사로 기자 등 5명 희생
총격범 '가석방 없는 종신형' 선고 전망
지난해 8월 자금 문제로 뉴스룸 폐쇄

미국 메릴랜드주(州) 주도 아나폴리스에 있는 지역신문 ‘캐피털가제트’ 뉴스룸에서 총성이 울리기 시작한 시각은 2018년 6월 28일 오후 2시 34분(현지시간)이었다. 범인은 먼저 뒷문 비상구를 막은 뒤 신문사 유리문을 통해 샷건을 쏘아댔다. 기자들이 휴지통을 던지고 소리를 지르며 저항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칼럼니스트이자 사설면 책임자 제럴드 피시맨(61)을 비롯해 기자와 직원 5명이 숨졌고, 3명이 부상을 입었다. 미국 독립도 이뤄지기 전인 1727년 창간해 300년 가까운 역사를 자랑하던 유서 깊은 지역신문 뉴스룸이 유린된, 미 언론 역사상 최악의 참사였다.

현장에서 경찰에 붙잡힌 범인은 39세 남성 재럿 워렌 라모스였다. 그는 자신의 유죄 판결 기사와 관련해 2012년 이 신문사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해 법정 다툼을 벌이고, 직원을 위협하는 등 평소 갈등 관계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사건 한 달 뒤 라모스는 1급 살인 등 23개 혐의로 기소됐으나 그는 “오랜 기간 정신질환에 시달렸다”며 무죄를 주장해 왔다.

총기 난사 사건 발생 3년여 만인 15일 “라모스가 법적으로 제정신이고 형사적 책임이 있다”는 배심원들의 평결을 판사가 받아들였다고 캐피털가제트가 보도했다. 4명을 먼저 총으로 쏴 숨지게 한 뒤 책상 밑에 숨어 있던 마지막 희생자를 발견하곤 그를 죽이기 위해 던져 버렸던 총을 찾으러 갔고, 원래 죽이려던 기자 2명이 뉴스룸에서 탈출한 사실에 화를 냈던 점 등 계획 범행이었을 가능성이 높다는 증언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9월 중 선고를 할 전망이다. 미 언론들은 메릴랜드주 최고 형량인 ‘가석방 없는 종신형’ 선고를 점치고 있다.

이처럼 총기 난사를 단죄하기 위한 정의는 차근차근 실현되고 있지만 캐피털가제트의 운명은 더 가혹해지고 있다. 사건 직후에도 캐피털가제트 직원들은 온라인으로 기사를 내고, 인근에 임시 뉴스룸을 만들어 신문을 만들어 왔다. 이듬해 4월 미국 언론계의 대표적 상인 퓰리처상 특별상도 수상했다.

그러나 뉴욕의 헤지펀드인 알든글로벌캐피털에 신문사가 인수된 뒤 지난해 8월 물리적 공간인 뉴스룸이 폐쇄되는 등 사실상 폐간 수순을 밟고 있다. 나머지 소규모 직원들은 원격으로 근무하고 있지만 앞날을 장담할 수 없다. 지역신문 독자가 줄어들며 수익이 나지 않자 소유주가 비용을 줄이려 취한 조치였다.

개빈 버클리 아나폴리스 시장은 미 AP통신에 “2018년 그날 기자들을 잃었고 이제는 지역신문도 잃어버리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우리는 신문이 유지되도록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할 것이다. 우리는 캐피털가제트가 필요하다”라고 밝혔다. 캐피털가제트는 과연 총격의 트라우마를 딛고, 신문산업 쇠퇴 흐름을 극복하며 기적 같이 되살아날 수 있을까.

워싱턴= 정상원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