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 학생에 인분 먹여’... 도쿄올림픽 음악 감독의 ‘학폭’ 논란

입력
2021.07.18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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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올림픽 개회식의 음악을 담당한 일본의 뮤지션 오야마다 게이고(52)가 약 30년 전 고백한 잔혹한 학교폭력 가해 사실로 사퇴 압력을 받고 있다. 공식 홈페이지와 트위터에 사과문을 올렸으나 파문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개회식이 1주일도 채 남지 않았는데도 인터넷엔 ‘사퇴하라’는 목소리가 줄지 않고 있다.

오자와 겐지 등과 함께 1989년 ‘플리퍼스 기타’로 데뷔한 오야마다는 1990년대를 풍미하며 하나의 문화 현상이 된 ‘시부야계 음악’의 조류를 만들어 내며 일본 음악계에 엄청난 영향을 미쳤다. 1997년부터는 ‘코넬리우스’라는 1인 밴드로 활동하면서 명반을 잇따라 내놓아 해외 진출에도 성공했고, 지금까지도 많은 해외 뮤지션과 협업하고 있다. 대회 조직위로서는 개회식 작곡가로 적격이라고 생각했을 법하다.

하지만 발표가 난 다음 날부터 그가 1994, 1995년 음악 잡지와 했던 인터뷰가 인터넷에서 다시 논란이 되기 시작했다. 그는 학창 시절 급우와 이웃 학교 학생에게 집단 괴롭힘을 가했던 사실을 고백했는데, 그 내용이 매우 잔혹했다. 장애가 있는 학생을 상대로 억지로 옷을 모두 벗도록 하거나, 심지어 배설물을 먹게 하기도 했다는 것이다. 인터뷰 기사에서 입에 담기 힘든 가해 행위를 자세하게 열거한 그는, 반성의 기색조차 없이 웃으면서 마치 무용담처럼 말했다.

오래전 인터뷰이긴 해도 여태까지 한 번도 반성이나 해명조차 한 적 없는 그가 ‘다양성과 조화’를 기본 이념으로 내세운 도쿄올림픽의 개회식 음악 감독을 맡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인터넷과 트위터를 중심으로 거세게 일어났다. 일부 비평가들은 “지금과 상식 자체가 달랐던 오래전 잡지 인터뷰를 가지고 비판하는 것은 ‘초법적 린치’”라며 그를 옹호하기도 했다. 그러나 오히려 ‘괴롭힘에 시효 따윈 없다’ ‘잔혹한 행위를 옹호하지 말라’는 비판을 받았다.

파문이 가라앉지 않자 오야마다는 16일 오후 “많은 분들을 매우 불쾌하게 해 죄송하다.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공식 사과문을 올렸다. 그는 “학창 시절에 동급생 및 인근 학교의 장애가 있는 분에 대해 저지른 어리석은 발언이나 행위를 반성하지 않고 말했던 것이 사실이며, 비난하는 것은 당연하다”면서 “인터뷰 당시의 나는 피해자들의 마음을 상상할 수 없는 매우 미숙한 인간이었다”고 말했다.

세간에 이 사실이 잘 알려져 있었는데도 수십 년 동안 공식 사과하거나 설명하지 않았던 것에 대해서도 “어리석었다”며 “(피해자가) 받아들여 준다면 직접 만나서 사과하고 싶다”고 밝혔다. 다만 올림픽 크리에이티브팀 사퇴 요구에 대해서는 “조금이라도 힘이 될 수 있다면 하는 생각에 의뢰를 받았고, 힘껏 노력해 왔다”며 사퇴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표명했다. 조직위 역시 1주일도 남지 않은 개회식 작곡가를 바꾸는 데는 난색을 표하고 있다.

도쿄= 최진주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