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정신건강, 확신 말고 의심해 보자

입력
2021.07.18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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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인한 우울증이 대폭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병·의원 가기를 거부하는 사람들이 매우 많다. 대부분은 정신과에 대한 오해와 편견 때문일 것이다. 일반적으로 '편견(prejudice)'은 어린 시절에 부모나 주변 사람들을 통해 보고 들으며 그 사회집단에서 오랫동안 학습·유지되어 온 것으로 한 번 형성된 후에는 자신의 강한 신념으로 굳어져서 객관적인 사실이 확인되어도 쉽게 변화되지 않는 특징이 있다.

'정신질환자'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오랫동안 혐오와 두려움, 공포의 대상으로 인식되어 왔기 때문에 자신이나 가족이 정신질환을 앓게 되었을 때 이런 사실이 주변에 알려지는 것을 지극히 꺼리는 문화가 여전히 만연해 있다. 간혹 정신과 의사가 교과서적인 분류기준을 적용해도 명확하게 판단하기 어려운 사례를 일반화하면서 정신질환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주장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정신질환은 뇌의 생물학적인 변화와 연관되어 있으며 약물치료로 인해 호전될 수 있다는 과학적 근거야말로 수없이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정신질환을 앓고 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이유는 환자들이 병의 특성을 잘 모르거나 낙인효과를 우려해서 증상을 감추려고 하기 때문이다. 정신질환에 대한 무지나 잘못된 확신은 주위의 다른 사람에게 바이러스처럼 전파되기도 한다.

백민관 신부의 저서 '가톨릭에 대한 모든 것'은 참인지 거짓인지 알 수 없는 명제에 대하여 일반적으로 취하는 태도를 제시하고 있다. 명제에 대하여 전혀 모를 때 이것을 '무지(ignorance)'라고 부르며, 주저함이 없이 긍정하거나 부정할 때는 '확신(certitude)'이라고 칭할 수 있다. 약간의 근거를 가지고 긍정 또는 부정으로 기우는 경향이 있을 때 이것을 '회의(懷疑)' 또는 '혐의(嫌疑, suspicion)'라 하며 만일 긍정 또는 부정 어느 한쪽을 선택하지 못할 때 이것을 '의심(疑心, doubt)'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안타깝게도 정신건강에 문제가 생겼을 때 자신에게 생긴 변화를 의심하기보다 그럴 리가 없다는 확신에 따라 판단하는 경우가 많으며 결국 치료시기를 놓치게 되는 결과를 초래한다.

확증 편향(confirmation bias)은 일반적으로 내가 원하는 바대로 정보를 수용하고 판단하는 것을 말한다. 정신과 약물을 복용하면 득보다 실이 많을 것이라는 확신이 강할수록 전문가의 설득이 귀에 들어올 리가 없다. 찰스 다윈은 '무지가 지식보다 더 자주 확신을 안겨준다'고 했다.

앤서니 욤은 정신건강 이해력(mental health literacy)이란 개념을 만들면서 정신질환이 무엇인지를 잘 인식하고 편견에 사로잡히지 않는 신념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하였다. 우울증의 경우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얼마든지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절망적인 삶을 살다가 급기야는 극단적인 선택에 이르기도 한다.

자신의 감정이나 신체에 뭔가 이상징후를 느꼈다면 아무 일 없을 것이라고 믿는 것보다는 의심을 통해 확인하는 작업이 반드시 필요하다. 미국의 저널리스트 헨리 루이스 멩켄은 '인간은 믿음의 의지가 아니라 의심의 준비 정도에 따라 문명화된다'고 했다. 정신건강에 대한 확신은 자신이 똑똑하다고 믿을수록 더 자주 범하는 실수이다.



박종익 강원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