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출마선언 봇물... 원조는 19대 문재인 후보

입력
2021.07.17 17:00
방역 비상 상황에서  대선주자들 유튜브로 출마 선언
19대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도 영상으로만 출마 선언
당시 태극기부대 광화문 점령, 세월호 인양 등 고려



20대 대통령 선거에 나서는 여.야 예비 주자들의 출마선언이 이어지고 있다. 대선 출마선언은 자신의 정치철학과 그 상징성을 담아낼 수 있는 장소에서 수많은 지지자 앞에서 하는 게 일반적이지만, 올해는 코로나19 사태가 위중한 만큼 영상을 통한 출마선언이 대세다.

여권 내 지지율 1위를 달리는 이재명 경기지사의 영상 출마선언은 그에 앞선 야권 1위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대선출마 풍경과 대비되면서 주목을 받았다. 지난 6월 윤석열 전 총장은 서울 서초구 매헌 윤봉길기념관에서 ‘나라 바로 세우기’를 내세우며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해 제한된 인원만 참석하는 기자회견 형식을 빌렸으나, 회견장 밖에 지지자 수백 명이 몰려와 '윤석열'을 연호하는 바람에 뜻하지 않게 방역지침 위반 논란이 일었다.

광역단체장으로써 코로나19 방역 책임자이기도 한 이 지사는 보란듯 영상을 통한 '비대면' 출마선언을 하고 나섰다. 이 지사 캠프는 지난 1일 오전 미리 제작한 출마 영상을 유튜브와 페이스북 채널을 통해 중계했고, 언론에는 그보다 앞서 영상 원본을 전달하며 공개 시간을 제시하는 등 치밀한 '작전'을 실행했다. 윤 전 총장에 대항할 유일한 여권 후보로 부각된 만큼, 대규모 오프라인 행사를 통해 세를 과시하기 보다, 방역에 대한 국민적 우려를 불식하며 호감을 사는 '실익'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영상 대선 출마선언은 대선 시계가 상대적으로 빠른 여권에서 유행처럼 이어졌다. 지난달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경기 파주의 한 스튜디오에서 처음으로 영상 출마선언을 했다. 선언 공간은 작은 스튜디오였으나 '평화와 통일을 여는 길목' 파주에 위치한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5일 서울 여의도 한 극장에서 유튜브 채널 ‘이낙연TV’를 통해 출마를 선언했다. 선언 장소에는 제한된 일부 의원과 측근만 참석했다.

국민의힘 김태호 의원도 15일 유튜브 비대면 출마선언에 동참했다. 당초 출마선언 장소로 국회 기자회견장을 선택했지만, 코로나19 확진자와의 접촉으로 자가격리를 하게 되면서 영상을 활용해야 했다.

역대 대통령 선거에서 영상 출마선언의 원조는 19대 대선에 나선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였다. 문 후보는 2017년 3월 출마선언을 영상으로 제작해 언론과 SNS를 통해 공개했다. 당시 문 후보 측은 촛불 혁명의 '성지' 광화문 광장에서 출마선언을 하는 것을 검토했으나,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무효를 주장하는 '태극기부대'의 시위가 격렬해 광화문 선언을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유력 후보로 부상한 문 후보 측은 대규모 선언 행사 대신 4분 분량의 대선 출마 영상을 경선캠프 기자실에서 상영했다. 탁현민 성공회대 교수가 총괄 제작한 영상에는 국민 통합의 의미를 담아 시민들이 함께 출마선언을 낭독하는 '국민 출마' 콘셉트가 적용됐다.

문 후보 측은 당시 세월호 인양이 본격 시작되자 온 국민과 함께 애도의 뜻을 나누는 차원에서 출마선언 영상 공개를 예정보다 하루 늦추기도 했다.










오대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