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수뇌부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대선 이후 쿠데타를 일으킬 수 있다고 우려해 비공식적인 대비를 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14일(현지시간) 자사 기자인 캐럴 리어닉과 필립 러커가 공동 집필한 책 ‘나 홀로 고칠 수 있어: 도널드 트럼프의 재앙적 마지막 해’에 실린 일화를 소개하며 이 같이 보도했다.
저자들은 마크 밀리 미 합동참모본부 의장과 최고위급 군 간부들이 트럼프 전 대통령과 그의 협력자들이 쿠데타를 시도하거나 다른 위험하고 불법적인 조치를 할 수 있다고 우려해 이를 저지할 다양한 방법을 계획했다고 전했다.
이들은 트럼프가 불법이거나 위험한 명령을 내리면 한 명씩 차례로 사임할 계획을 세웠다. 밀리 의장은 대선 직후 마크 에스퍼 당시 국방장관이 경질되자 트럼프 전 대통령이 측근들에게 국방부 권력을 쥐어줄 것으로 우려했다고 저자들은 밝혔다.
저자들은 밀리 의장이 동료들이나 의원들에게 쿠데타 위험이 있고 다가올 일을 경계해야 한다고 말하며 “그들이 시도하더라도 성공하지는 못할 것이다”며 “군과 중앙정보국(CIA), 연방수사국(FBI) 도움 없이는 그렇게 할 수 없다”고 했다고 일화를 소개했다.
저자들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이 퇴임 직전 핵무기를 사용할 것이라는 우려도 컸다. 낸시 펠로시 하원 의장이 밀리 의장에게 “‘위험한 미치광이’ 트럼프가 핵무기를 사용할 수도 있어 깊이 우려한다”고 하자 밀리 의장은 “(핵 사용 관련) 절차들이 매우 잘 돼 있고, 우리는 합법적 지시만 따를 것이다”라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저자들은 지난해 1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의 의회 난입 이후 1월20일 조 바이든 대통령 취임식을 앞두고 밀리 의장은 충돌 사태를 우려해 군사 훈련에서 “우리가 2차 대전 때 싸웠던 나치와 같다고 생각하라”며 경계 태세를 높였다고 주장했다.
저자들은 우려했던 쿠데타가 일어나지 않아 깊이 안도한 밀리 의장의 속내도 밝혔다. 밀리 의장은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 선서를 한 직후 소감을 묻는 미셸 오바마 여사의 말에 “마스크 때문에 안 보이겠지만 오늘 나보다 크게 미소 짓는 사람은 없다”고 답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