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의 정부를 어떻게 효율화할 것이냐는 관점에서 보면 여성부나 통일부는 제일 먼저 공격을 당한다. 통일부 없앤다고 했을 때는 통일 안 한다는 얘기였나."(이준석 대표, 7월 8일 KBS 라디오)
"항상 얘기한 게 여가부와 통일부다. 남북관계는 통일부가 주도하는 게 아니라 보통 국정원이나 청와대에서 바로 관리했다. 여가부나 통일부 이런 것들은 없애야 한다."(이준석 대표, 7월 9일 CBS 라디오)
6일 유승민 국민의힘 전 의원이 대선 후보로서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을 내건 이후, 이준석 대표는 이를 뒷받침하는 과정에서 통일부를 갑작스레 꺼냈다. 8일에는 "여성가족부와 통일부가 제일 먼저 공격을 당했다"고 하더니, 9일에는 아예 "통일부를 없애는 것이 본인 지론이었다"는 취지로 말했다.
여성가족부 이야기를 하다가 갑작스레 나와 갑자기 커진 통일부 폐지론에, 정부 여당은 물론 야당에서조차 반대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국민의힘 중진인 권영세 의원은 "국정은 수학이 아니다"라며 "지금 우리의 통일부가 할 일은 당장 통일을 이뤄내는 것이 아니라, 분단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남북 간 교류 협력을 담당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이준석이 여성부 폐지 내걸고 뻘짓하다가 분위기가 이상하게 돌아가니, 출구 전략으로 애먼 통일부 끌어들여 철 지난 작은 정부 타령 모드로 갈아탄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그럼에도 이 대표는 한 동안 두 부처를 한데 묶어 여러 차례 비슷한 주장을 전개했다.
사실 당내에서조차 '너무 많이 나간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정치권에선 아무도 반기지 않은 의제를 유독 반기는 이들이 있었으니, 바로 '젊은 남성'을 자처하는 네티즌들이 많이 모인다는 인터넷 커뮤니티였다.
오래전부터 반(反) 여가부 정서가 매우 강하게 퍼져 있는 이들 커뮤니티에서는 이 대표의 주장을 퍼나르며 응원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 대표가 통일부와 여가부를 함께 거론한 것에 대해 "신의 한 수였다" "여성 혐오 프레임을 씌울 수 없도록 다른 부처까지 한꺼번에 거론했다" 등의 반응이 나왔다.
그런데 한가지 눈에 띄는 것은 이들 커뮤니티에서 통일부를 폐지 대상으로 삼자는 주장은 이 대표가 꺼내기 이전부터 거론됐다는 점이다.
이 대표가 통일부를 처음 언급하기 이전인 7일 대표적 남초 커뮤니티로 꼽히는 '에펨코리아' 사이트에는 "여가부보다 쓸모 없는 게 통일부다. 통일 자체가 나라의 재앙인데, 통일을 추진하는 부서가 있다는 게 말이 안 된다"는 취지의 주장이 올라왔다. 여가부와 통일부를 한데 묶어 "필요 없는 부서"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8일에는 이 대표가 KBS 인터뷰에서 잠시 통일부를 언급한 한 줄을 유난히 강조하는 게시글이 올라왔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여가부나 통일부를 폐지 대상으로 언급하는 것은 이 대표가 '작은 정부론'을 제기하면서 두 부처를 등장시킨 것과는 취지가 다르다.
반면 남성 젊은층 사이에서 유행하는 '반통일' '반페미니즘' 주장을 노골화한 것이기 때문이다.
분명한 것은 젊은층 특히 군 복무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20대 남성들 사이에서 '반통일' 정서가 두드러지면서 이 같은 시각이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활발히 드러나고 있다는 점이다.
통일연구원의 2020년 통일의식조사 보고서를 보면 현재의 20대에서 30대에 걸쳐 있는 '밀레니얼세대'와 'IMF세대'는 북한과의 관계에서 통일을 선호하는 비중이 각각 17.9%, 19.3%로 나타나, 평화 공존 선호(63.6%, 55.9%)에 비해 크게 적었다.
이 때문에 이 대표가 정치권에서 다소 '뜬금없어 보이는' 통일부 해체를 주장하고 그 강도를 더 높여가며 이를 포기하지 않고 있는 것은 이런 2030 남성들의 정서와 관련이 있으며 온라인 남초 커뮤니티가 이 대표의 주장을 강화하도록 하는 '반향실(Echo-chamber)' 역할을 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이들은 '같은 민족이니 통일해야 한다'는 민족주의 의식이 약해지고 북한에 대한 무관심도도 70% 전후로 조사되고 있다. 북한에 대한 상대적으로 낮은 관심과 부정적 인식이 문재인 정부 대북 정책에 대한 반발감과 겹쳐 강화하는 양상이다.
그도 그럴 것이 이준석 대표는 당대표 이전부터 2030남성에 큰 관심을 갖고 다른 정치권 인사들과 비교해 이들과의 소통에 상당히 신경을 써왔다.
앞서 이 대표와 역시 여성부 폐지 공약을 내건 하태경 의원 등은 '2030 남성'들의 모임으로 알려져 있는 '남초 커뮤니티'의 정서를 공략하는 정치 전술을 펼쳐 왔다는 평가를 받았으며, 이를 딱히 숨기지 않고 있다.
4월 보궐선거 직후 이 대표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페이스북에 "민주당이 2030세대 남성의 표 결집력을 과소 평가하고 여성주의 운동에만 올인해 참패했다"며 "성 평등이라고 이름 붙인 왜곡된 남녀 갈라치기를 중단하지 않으면 민주당에 20대 남성표가 갈 일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자 남초 커뮤티니를 중심으로 온라인에서 2030 남성들은 이 대표가 자신들의 마음을 잘 대변한다면서 '준스톤' 등의 애칭을 붙여가며 응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