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만에 '흑자' 본 車보험, 보험료도 낮출까?...업계 "적자 많아 힘들어"

입력
2021.07.15 19:00
코로나로 이동 적어 차보험 손해율 낮아
여름 변수 '장마'도 피해 없이 끝나
거리두기 강화로 하반기도 실적 좋을 듯
"보험료 낮춰라" 압박 높지만, 업계는 "부정적"

장기화된 사회적 거리두기 영향으로 4년 만에 상반기 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보이는 자동차보험 업계가 개선된 실적을 바탕으로 향후 보험료 인하에 나설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자동차보험의 손해율을 높이는 장마가 올해는 별 피해 없이 사실상 끝난 데다,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가 강화되면서 하반기에도 자동차보험 실적 개선세는 이어질 전망이다. 금융당국과 보험 가입자를 중심으로 보험료를 낮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다. 하지만 업계는 누적된 적자를 이유로 보험료 인하에 부정적이다.

15일 손보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자동차보험 부문은 4년 만에 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체 자동차보험 업계 점유율 85%에 달하는 대형 4개사(삼성화재·현대해상·KB손해보험·DB손해보험)의 상반기 누적 손해율이 78.5~79.4% 수준에 그쳤기 때문이다.

4개사 손해율은 6개월 만에 6%포인트가량 낮아졌다. 손해율이 1%포인트 하락하면 전체 손보업계에 1,500억 원가량의 손익 개선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상반기 사회적 거리두기가 계속 유지된 영향으로 나들이철 자동차 운행량 자체가 줄어든 데다, 지난해 보험료가 평균 3%가량 인상된 영향도 컸다. 업계 관계자는 "통상 80% 선을 손익분기점으로 보는 만큼, 올해 상반기는 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반기 전망도 좋다. 피해가 클 것으로 예상됐던 올해 장마가 사실상 끝나면서 사고 및 침수 피해가 적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관측 사상 가장 길었던 49일간의 장마 등으로 1,157억 원에 달하는 손해액을 부담해야 했던 손보업계는 안도하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 격상으로 휴가철 자동차 통행량이 줄어드는 것도 손보업계에는 '희소식'이다. 업계 관계자는 "자동차 운행량이 줄면 자연스레 '과잉진료' 현상도 줄어들어 손해율이 낮아진다"고 말했다.

자동차보험 업계가 4년 만에 숨통이 트이면서 하반기부터는 보험료 인하 압박이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보험은 '의무 보험' 성격을 가진 만큼 당국이 요금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실제로 266억 원의 흑자를 냈던 2017년엔 평균 손해율이 78%를 밑돌자 감독당국 압박 등으로 일부 보험사들이 연이어 보험료를 평균 2.6%가량 낮춘 바 있다.

그러나 업계에선 "인상 요인이 여전히 크다"며 보험료 인하에 부정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하반기 자동차 정비업계와 정비 수가를 산정해야 하는데, 업계에서 수가를 8%대로 높여달라고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매해 30% 이상씩 급증하고 있는 한방진료비도 손보업계의 골칫거리다. 업계 관계자는 "자동차보험 실적이 일시적으로 개선되긴 했지만, 지난 10년간의 누적 적자만 7조3,700억 원에 달한다"며 "보험료를 내리면 곧바로 손해율이 다시 악화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곤란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곽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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