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심히 했지만, 성적은 글쎄..."
16일로 취임 100일을 맞는 박형준 부산시장에 대한 평가를 요청하자, 시 공무원들은 대부분 말끝을 흐렸다. 야당 시장의 한계가 있다는 게 공통적인 이유였다. 전임 여당 시장 시절보다 대정부 로비가 먹히지 않는다거나, 시의회 견제에 발목 잡히는 상황이 자주 연출됐다는 얘기다.
박 시장은 취임 이후 ‘소통’과 ‘협치’를 강조했다. 여당이 절대다수인 시의회 상황, 동남권 메가시티 등 공동 현안을 가진 경남·울산과의 관계, 과도정부의 한계 등을 감안해 강력한 리더십을 행사하기보단, 소통과 협치로 현안 해결에 애썼다. 김경수 경남지사와 송철호 울산시장을 잇달아 초청, 공동 현안 해결 방안 등에 대해 머리를 맞댄 게 대표적이다. 시 관계자는 “예전에 보지 못한 산뜻한 출발이었다”고 말했다. 경남, 울산 수장과 소속 정당은 달랐지만, 동남권이 수도권에 대응하는 균형추로 자리매김해야 한다는 당위에는 여야가 있을 수 없다는 대승적 협조 모습을 보여줬다.
소통과 토론을 중시하는 박 시장은 그의 장기를 십분 활용했다. ‘오픈 캠퍼스 미팅’ 이름 아래 대학을 돌며 취준생들과 간담회를 하고, 지역 대학의 위기를 주제로 100분짜리 라이브 토크쇼를 펼치기도 했다. 또 동네 주민들을 직접 만나 민원을 듣는 ‘15분 도시 부산 비전 투어’, 젊은 서포터들과 소통하는 ‘엑스포와 미래부산 토크쇼’ 등 대민 접촉에 거리낌이 없었다. 특히 벌써 내년 지방선거를 준비한다는 의심을 받을 정도로 시민들과 접촉하고 경청했다.
박 시장의 이 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변화를 체감하거나 ‘성과’에 대해선 고개를 갸웃하는 시민들이 많다. 박 시장의 1호 공약인 ‘어반루프’(도심형 초고속 교통인프라 도입) 용역 예산은 전액 삭감됐고, 이스라엘 요즈마그룹과 1조2,000억 원 규모의 창업펀드를 조성하겠다던 박 시장의 계획은 부실 의혹에 휩싸였다.
시 측은 “MOU(양해각서) 수준”이라고 해명했지만, 시민단체들은 “지난 선거 과정에서도 요즈마의 투자 능력이 불분명하다는 지적이 나온 만큼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유포에 해당한다”며 박 시장을 압박하고 있다. 최근 국회에서 이명박 정부 시절 박 시장이 국가정보원의 불법 사찰에 관여했다는 국정원 문건이 공개된 것도 악재다.
박 시장이 공들였던 ‘이건희 미술관’ 부산 유치가 사실상 무산되고, 프로농구 KT가 연고지를 부산에서 수원으로 이전한 것도 그로선 부담이다. 부산시가 추진한 ‘경부선 지하화’ 사업이 제4차 국가철도망 구축 계획안에서 빠진 것을 두고도 아쉬움을 토로하는 시민들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