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시대를 관통한 보다 완벽한 조연…롤스로이스 팬텀 SWB

입력
2021.07.15 11:00

자동차를 좋아하는 이라 한다면 무릇 ‘드림카’를 마음 속 한 구석에 품고 산다.

드림카는 단순히 자동차는 표현에 종속되지 않는다. 게다가 경제적 이유를 비롯 다양한 주변 요소로 소유하지 못하지만 그럼에도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늘 ‘꿈을 꾸게 만드는’ 존재인 만큼 특별하고 또 큰 의미를 품고 있다.

오늘의 주인공, 롤스로이스 팬텀은 어쩌면 가장 많은 이들의 드림카, 즉 ‘드림카의 아이콘’과 같은 존재일 것이다. 압도적인 체격과 그 체격 안에 담겨 있는 정교하고 섬세한 감성은 분명 많은 이들을 두근거리게 하기에 충분하기 때문이다.

어느덧 8세대에 이른 롤스로이스 팬텀은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까?

시승을 위해 준비된 롤스로이스 팬텀은 국내 판매 사양 중 ‘작은 체격’의 팬텀 SWB(Standard Wheel Base) 사양이다. SWB 사양이라고는 하지만 5,762mm에 이르는 긴 전장은 어지간한 플래그십 세단들의 존재감을 지워낸다.

여기에 2,018mm의 전폭이나 1,646mm의 전고 그리고 3,552mm의 휠베이스 역시 ‘규격 외’의 존재감을 확실히 드러낸다. 참고로 이러한 거대한 체격 덕분인지 2,560kg의 공차중량이 되려 ‘합리적 수치’로 느껴진다.

거대한 신전을 마주하다

롤스로이스 팬텀의 디자인은 말 그대로 압도적 존재감의 발현에 있다. 거대한 스케일, 그리고 단조롭지만 힘을 담아 그려낸 선, 그리고 그런 견고함 속에서도 여유를 느낄 수 있도록 유려한 곡선을 담았다. 이러한 모습은 그저 묵묵히 바라보기만 하더라도 가치가 있을 것이다.

독특한 점이 있다면 팬텀은 말 그대로 시간을 관통한 모습이다. 최신의 디자인 트렌드나 문화의 변화 등을 담아내기 보다는 역사 상 가장 거대하고 대담했던 고대 신전을 품고 있기 때문이다. 덕분에 팬텀이라는 존재 자체가 ‘신에게 봉납된 헌사’처럼 느껴진다.

전면의 거대한 신전을 품고, 신전 위에서 아름다운 여체를 드러낸 여신, 여기에 최신의 기술로 다듬어진 헤드라이트는 마치 어둠 속 찬란히 빛나는 신의 계시를 떠올리게 한다. 여기에 곧게 뻗은 보닛 라인, 볼륨감이 한껏 더해진 바디킷 및 바디킷의 가로의 디테일을 팬텀의 웅장함을 더욱 거대하게 드러낸다.

측면에서는 앞서 보았던 긴 전장과 높은 전고를 앞세운 ‘스케일’을 느끼게 된다. 일반적인 차량에 비해 차량이 높게 그려진 덕분에 긴 전장과 휠베이스가 어색하지 않은 절묘한 균형감을 자아낸다. 여기에 22인치 크기의 알로이 휠 역시 ‘과하지 않은 디테일’로 느껴진다.

팬텀의 후면 디자인은 20세기의 클래식한 자동차를 떠올리게 한다. 마치 버슬백을 얹었던 차량들을 떠올리게 하는 독특한 곡선의 실루엣과 깔끔한 마감을 통해 2021년의 도로 위에서 남들과 다른 감성을 선사한다.

넉넉하게 다듬어진 공간

거대한 체격을 갖고 있는 만큼 팬텀의 실내 공간 역시 넉넉하고 여유로운 모습이다.

최신의 디자인 기조, 기교를 선보이기 보다는 전통적인 구성이다. 특히 흑과 백의 선명한 색의 대비, 그리고 고급스러운 소재를 정성껏 다듬어 곳곳에 배치해 롤스로이스의 ‘격’이 무엇인지 고스란히 드러낸다.

여기에 요트의 방향타를 떠올리게 하는 거대한 스티어링 휠이 이목을 끈다. 대신 계기판이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등의 그래픽 연출, 기능의 구현 등에 있어서는 모기업인 BMW의 감성을 느낄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최고의 차량인 만큼 차량의 다양한 기능을 보다 최신의 것으로 꾸밀 것 같았지만 막상 팬텀의 센터페시아와 각종 컨트롤 패널 등의 모습을 보면 무척이나 아날로그적 감성이 담겨 있다. 특히 공조 부분은 말 그대로 ‘아날로그의 감성’이 가득해 이채로운 수준이다.

대신 각종 다이얼이나 버튼에 더해진 연출과 마감은 최고 수준의 품질을 유지하고 있으며 ‘보다 편안한 자세’에서 조작할 수 있도록 구성해 탑승자 모두를 만족시킬 것 같았다.

높은 전고, 거대한 엔진으로 인해 길어진 보닛을 품고 있는 만큼 1열 공간의 구성은 일반적인 세단과는 차이가 있다. 실제 1열 도어를 열면 높게 위치한 시트가 눈길을 끈다. 이를 통해 공간 여유는 물론 운전자의 시야 확보가 가능하다. 처음 앉았을 때의 감각은 이채롭지만 적응되면 그 섬세함과 고급스러움에 감탄을 하게 된다.

이어지는 2열 공간은 롤스로이스 특유의 도어 개방을 통해 더욱 편안하게 탑승이 가능하다. 넉넉한 공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지 않고, ‘최고의 만족감’을 느낄 수 있도록 구성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덕분에 ‘의전의 가치’를 보다 명확히 드러낸다. 여기에 플로어 매트의 디테일은 마치 ‘신발을 벗고 타고 싶은 욕심’을 자아낸다.

거대한 체격을 기반으로 한 만큼 적재 공간의 여유도 충분하다. 실제 트렁크 게이트를 들어 올리면 넉넉한 공간이 마련된다. 게다가 공간의 구성이나 마감 등에 있어서도 무척 우수해 ‘롤스로이스의 가치’를 한 번 더 느끼게 된다. 특히 고급스럽게 다듬어진 가죽 손잡이는 감탄을 불러 일으킨다.

563마력의 심장을 품은 팬텀

롤스로이스 팬텀의 거대한 보닛 아래에는 거대한 V12 엔진이 자리한다.

실제 거대한 보닛을 들어 올리면 최고 출력 563마력과 91.8kg.m의 압도적인 토크를 과시하는 V12 6.75L의 가솔린 트윈터보 엔진이 시선을 끈다. 여기에 8단 자동 변속기, 그리고 후륜구동의 레이아웃과 함께 ‘최적의 주행’을 효과적으로 드러낸다.

이를 통해 팬텀은 정지 상태에서 단 5.3초 만에 시속 100km까지 가속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최고 속도 역시 250km/h에 이르며 어지간한 고성능 모델과 비교하더라도 부족함 없는 모습이다. 다만 거대한 체격 덕분에 공인 연비는 5.8km/L에 그친다.

대담하게, 우아하게 그리고 고요하게

롤스로이스 팬텀과의 주행을 위해 도어를 열고 시트에 몸을 맡겼다.

독특한 구성의 공간, 높은 시트, 그리고 거대한 스티어링 휠은 지금까지의 일반적인 자동차와는 완전히 다른 감성을 제시한다. 특히 거대한 스티어링 휠은 일반적인 파지법과 달리 ‘요트의 방향타’를 다루는 것과 같은 방식으로 조작을 권하고 있어 더욱 인상적인 모습이다.

이어 엔진 스타트 버튼을 눌러 V12 엔진을 깨우면 ‘정교하게 다듬어진 정숙함’의 가치를 보다 명확히 느낄 수 있다. 게다가 각종 버튼, 다이얼 등을 조작할 때에 느껴지는 ‘독특한 감각’은 다른 브랜드와 다른 ‘롤스로이스의 정체성’을 느끼게 한다.

엑셀러레이터 페달을 밟으면 V12 트윈터보 엔진이 무색할 만큼 부드럽고 매끄러운 출력 전개를 느낄 수 있다. 제원 상 다른 차량들을 압도할 수 있는 성능이지만 ‘팬텀의 격’을 헤치지 않는 모습이다.

게다가 팬텀이라는 자동차의 존재감에 힘을 더하는 게 아니며 그저 소유자의 안락함, 편의에 공을 들이는 것 같다. 덕분에 팬텀을 처음 경험한 소유자라 하더라도 ‘팬텀’을 다룸에 어떤 부담이나 우려 없이 다룰 수 있다는 확신을 느낄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물론 운전자가 조금 더 빠르게 달리기 위해 엑설레이터 페달을 밟으면 ‘차량의 성격’은 명확히 달라진다. 정숙하고 부드러움을 그대로 유지하며 ‘단 번에 고속 영역’으로 소유자 및 탑승자를 보다 안전하게 이끄는 모습이다.

8단 자동 변속기나 후륜구동의 레이아웃은 특별히 언급할 부분이 없다. 이러한 부분을 언급하지 않더라도 팬텀은 그저 묵묵히, 부드럽고 안정적으로 주행을 이어가 모두를 만족시키는 모습이다.

팬텀이 워낙 거대한 체격, 그리고 무거운 무게를 갖고 있는 만큼 차량을 다룸에 있어 부담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실제 주행을 시작할 때에도 이러한 부담을 느꼈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막상 주행을 시작하고 몇 분이 지난 후에는 말 그대로 ‘편하게 다룰 수 있는 차량’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실제 긴 전장, 휠베이스, 또 무거운 무게를 갖고 있지만 어지간한 주행 환경에서 편안한 감성을 느낄 수 있었다.

다만 앞서 설명한 것처럼 거대한 요트의 방향타 같은 스티어링 휠을 다루는 ‘감각’을 새롭게 익혀야 할 것 같다.

파지 위치가 달라지며 조작 방법이 달라졌으며 ‘조향의 의도’로 달라졌다. 실제 일반적인 차량과 같은 ‘정교한 조향’ 보다 ‘가고자 하는 방향성’을 부여하는 것이 더욱 큰 의미를 갖췄던 것 같다.

재미있는 점은 이러한 모습들은 말 그대로 ‘VIP를 위한 라운지’처럼 느껴지지만 이런 와중에도 팬텀은 ‘오너 드리븐’ 성격이 존재한다는 점이다. 푹신하고 부드러운 승차감 저편에는 노면과 차량의 움직임에 대한 정보를 꽤나 선명히 전달되어 ‘운전자에게 주행에 대한 확신’을 제공한다.

그리고 이러한 특성들이 앞서 설명한 것처럼 ‘타인의 시선’을 집중시키기 보다는 ‘소유자’ 그리고 탑승자의 곁을 지키는 것에 초점을 맞춰져 있다는 생각을 들게 만든다. 마치 왕족과 귀족의 곁을 지키는 집사, 혹은 종자처럼 말이다.

좋은점: 압도적 존재감과 공간, 그리고 소유자에 대한 배려

아쉬운점: 절대적 효율성의 아쉬움

탐미하고 싶은 존재, 롤스로이스 그리고 팬텀

겉에서 보았을 때, 그리고 스티어링 휠을 쥐기 전, 롤스로이스 팬텀은 말 그대로 ‘과시욕’이 돋보이는 럭셔리라 생각되었다. 하지만 경험을 하고 난 후의 롤스로이스 팬텀은 ‘주인공’을 자처하지 않은 ‘철저한 조연’을 추구하고 있다.

롤스로이스 팬텀은 그렇게 ‘정말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명확히 이해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이해를 기반으로 한 팬텀은 더욱 탐미하고 싶은 ‘지적 욕심’을 자극했다.

촬영협조: HDC 아이파크몰 용산, 롤스로이스 모터카

모클 김학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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