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심각한 식량난을 국제사회에 공개했다. 유엔에 제출한 지속 가능 발전목표(SDGs) 검토보고서에서 북한은 경제 제재와 봉쇄로 올해 곡물 700만 톤 생산 계획이 차질을 빚고 있다고 밝혔다. 북한의 식량 사정이 어려운 것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이런 사실을 실토한 것은 그만큼 상황이 엄중하기 때문이다.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국경까지 폐쇄하면서 북한은 제2의 고난의 행군으로 불릴 만큼 심각한 상황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도 6월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지난해 알곡 생산 계획이 미달해 현재 인민들의 식량 형편이 나빠지고 있다"고 인정했을 정도다. 올해 부족분만 해도 유엔 식량농업기구(FAO)는 85만8,000톤, 통일부는 100만 톤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북한은 부족한 식량을 대중 교역으로 해결했으나 2년째 교역이 끊겨 어려움은 가중되는 실정이다. 작년 북중 교역량은 5억4,000만 달러를 밑돌아 전년보다 무려 80%나 줄어들었다. 당장 외부 원조가 없다면 이번 8~10월이 고비가 될 수 있다는 게 FAO의 우려다.
이 같은 현실에서 북한이 해결 방안으로 우호적인 나라들과의 관계발전에 치중하겠다고 밝힌 대목은 실망스럽다. 이는 어느 때보다 중국과의 밀월 관계를 강조해온 것과 같은 맥락이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도 최근 시진핑 주석에게 보낸 축전에서 북중 친선을 새로운 전략적 높이로 발전시키자고 제안했다. 미중 신냉전 구도에서 노골적으로 중국 편에 서겠다는 선언이나 다름없는 입장과 발언이다.
북한이 제재 국면과 식량난 해소를 위해 중국을 끌어들이는 것은 한반도의 미래를 불안정하게 만들 악수다. 한반도 문제를 미중 패권경쟁의 틀 속에 빠뜨리게 되면 남북이 설 땅은 더 비좁아질 수밖에 없다. 그러잖아도 피로 맺은 북중 관계를 유난히 강조하는 중국은 북한을 대미 카드로 활용할 속내를 감추지 않고 있다. 우리 정부로서는 남북 협력, 국제사회 지원을 통해 식량난과 코로나19 사태를 해소할 수 있다는 신호를 북한에 지속적으로 보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