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종할 수 있겠죠?"... 모더나 예약 재개에도 불안한 50대

입력
2021.07.14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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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 예약이 대학 수강 신청이나 인기 가수 콘서트 예약에 비할 게 아니네요."

14일 서울 은평구에 사는 이모(25)씨는 57세 어머니의 모더나 백신 예약을 위해 이날 저녁 일정을 비워 뒀다. 준비물은 컴퓨터와 스마트폰, 그리고 실시간 본인인증을 위한 어머니, 마지막으로 이씨의 손가락이다. 백신 예약이 하루도 안 가서 중단될 줄 몰랐던 이씨 어머니는 아무래도 안 되겠다 싶었는지 딸에게 도와달라고 부탁했다. 이씨는 "집에서 인터넷이 가장 빠른 자리에 노트북을 옮겨 두고 초시계를 켜둔 뒤 기다릴 것"이라며 "50대도 이런데, 앞으로 40대 이하 접종 예약이 시작되면 얼마나 더 치열해질지 벌써부터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이날 오후 8시 만 55~59세 대상 코로나19 백신 사전 예약이 재개된다는 소식에 접종을 기다리는 이들 사이엔 긴장감마저 돌고 있다. 지난 12일 모더나 백신 보유 물량 부족으로 '조기 마감'을 겪은 터라 '예약 성공'을 위해 잔뜩 벼르는 모양새다.

온라인으로 예약해야 하니 디지털 기기 사용이 서툰 부모를 대신해 자녀들이 나서면서 '백신 효도 성공 후기'도 떠돈다. 일종의 '예약 성공 팁'이다. "대리 예약보다 본인 예약이 간편하다", "본인 인증은 아이핀이 제일 빠르더라", "사전예약 시스템에 미리 접속해 있어야 한다", "컴퓨터로 할 경우 팝업 해제를 미리 해둬야 한다" 같은 정보들이다. 30대 직장인 전모씨는 "어머니가 백신 예약을 도와달라고 하셔서 수차례 시도 끝에 겨우 성공했다"며 "엄마 친구는 성공했다길래 백신 효도에 질 수 없어 끈기를 갖고 시도했다"고 말했다.

다음 주부터 시작되는 50대 초반 예약자들의 경우, 예약이 일시에 몰리는 것을 막기 위해 연령별로 예약 가능 시간을 나눴다. 53∼54세(1967∼1968년 출생자)는 19일 오후 8시부터, 50∼52세(1969∼1971년 출생자)는 하루 뒤인 20일 오후 8시부터 시작된다. 50대 초반 성인들은 디지털기기를 다루는 데는 상대적으로 익숙한 편이지만, '광클 전쟁'을 겪어본 경험은 적어 불안해하긴 매한가지다.



50대들은 예약 자체보다 모더나 백신 물량 공급을 더 걱정했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이 이날 "3분기 모더나 백신 물량은 50대 연령층이 1·2차 접종을 모두 받을 수 있을 만큼 충분하다"고 설명했지만, 구체적 시기는 여전히 모호해서다.

경기 고양시 덕양구에 사는 강정원(52)씨는 "우리 세대는 상대적으로 나이가 있어서 코로나19 감염 걱정을 하면서도 고령자 우선 원칙 때문에 접종이 뒤로 밀린 채 몇 달을 기다리고 있다"며 "하루라도 빨리 접종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정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