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무줄 체중' 40세 이상 남성, 암 걸릴 위험 높아진다

입력
2021.07.14 10:52
체중 변화 시 염증 일으킬 가능성
폐암·간암·전립선암 걸리기 쉬워

‘고무줄 체중’이라는 말이 있다. 몸무게가 고무줄처럼 쉽게 늘었다 줄었다 바뀐다는 뜻이다. 마음만 먹으면 곧잘 살을 뺄 수 있다는 은연한 자랑이기도 하다.

그런데 고무줄 체중이 결코 건강에 좋은 것이 아니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박민선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팀은 40세 이상 남성이 체중 변화가 심할수록 암에 걸릴 위험이 높아진다고 했다.

박 교수팀은 국민건강보험 데이터를 활용해 2002~2011년 5회 이상 건강검진을 받은 40세 이상 남성 170만 명을 추적·관찰한 결과, 1만1,500명이 암에 걸렸다.

정확한 통계를 위해 이전에 암에 걸린 적이 있거나 연구 기간 중 사망한 표본은 제외했다.

박 교수팀은 체중 변화량에 따라 표본을 5개 그룹으로 분류했다. 평균 체중 변화량이 큰 그룹일수록 암 발생 위험이 꾸준히 늘었다.

예를 들어 평균 체중 변화량이 가장 큰 5그룹(2.5㎏ 초과)은 가장 작은 1그룹(1.22㎏ 미만)에 비해 전체 암 발생 위험이 22% 증가했다.

암 종별로는 분류하면 5그룹은 1그룹보다 폐암과 간암, 전립선암 위험이 각각 22%, 46%, 36% 높았다. 절대적인 표본은 적지만, 콩팥암 위험도 38% 상승했다.

평균 체중 변화량이 가장 큰 5그룹(2.5㎏ 초과)은 가장 적은 1그룹(1.22㎏ 미만)에 비해 암 발생 위험이 22%가량 높았다.

평균 체중 변화량이 큰 그룹일수록 암 발생 위험이 일관되게 상승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이런 경향은 고령, 비만, 규칙적 운동 여부와 관계없이 나타났다. 잦은 체중변화 그 자체만으로도 암 발생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박 교수는 그 원인으로 염증을 지목했다. 체중 변화 시 근육량 감소 혹은 지방 증가가 염증을 일으키거나 방어능력에 문제를 일으킨다는 것이다.

많은 연구에서 여성의 반복적인 체중 변화가 콩팥암ㆍ유방암ㆍ자궁내막암 위험을 높일 수 있다고 알려졌지만 남성은 연구가 비교적 부족했다.

박민선 교수는 “이번 연구로 중ㆍ장년층 남성이 체중 변화량이 크면 암에 걸릴 위험이 커진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며 “열량 섭취를 과도하게 줄이는 등 급격한 체중 변화를 일으키는 행동을 조심해야 한다”고 했다.

연구 결과는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s)’ 최신 호에 실렸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