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터키 대사에 제프 플레이크(58) 전 공화당 상원의원을 깜짝 지명했다. 공화당 인사가 민주당 정부에 발탁된 건 이례적이다.
백악관은 13일(현지시간) 플레이크 전 의원을 터키대사로 지명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플레이크 지명자는 18년간 의정 활동을 한 베테랑 정치인으로, 2001~2013년 하원의원을, 2013~2019년 상원의원을 지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재임 시절 “정치의 질적 저하와 행정부의 비정상정 행태”를 질타하며 비판자로 돌아섰고, 지난해 대선에선 바이든 대통령을 공개 지지했다.
애리조나주(州)를 지역구로 둔 플레이크 지명자의 지지 덕분에 바이든 대통령은 보수 성향이 강한 이 지역에서 승리를 거둘 수 있었다. 애리조나주에서 민주당 후보가 공화당을 이긴 건 1996년 빌 클린턴 전 대통령 이후 무려 24년 만이었다.
역시 애리조나를 기반으로 공화당 대선후보까지 지낸 고(故) 존 매케인 전 공화당 상원의원의 아내 신디 매케인도 최근 유엔식량농업기구(FAO) 미국대사로 지명됐다. 당파를 뛰어넘는 화합의 메시지를 전하는 동시에 대선 승리를 견인한 애리조나주에 대한 보은의 의미도 담긴 인사로 풀이된다.
플레이크 지명자는 “이번 지명으로 바이든 행정부는 미국 외교 정책 최고의 전통인 ‘당파 정치는 위기 앞에서 멈춰야 한다’는 신조를 재확인했다”며 “미국 외교 정책은 초당적일 수 있고 또 그래야만 한다. 그것이 나의 신념이자 약속”이라고 말했다.
플레이크 지명자 앞에는 만만치 않은 과제가 놓여 있다. 미국과 터키는 같은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 회원국이지만 관계가 껄끄럽다. 바이든 대통령은 터키 인권 문제를 줄곧 비판해 왔고,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미국이 이스라엘에 무기를 판매했다며 바이든 대통령을 향해 ‘피의 손’을 가졌다고 맹비난했다.
두 정상은 지난달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나토 정상회의를 계기로 꼬인 매듭을 조금씩 풀어 가는 중이다. 최근 터키가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군이 철수한 이후 카불공항을 운영하겠다고 제안하면서 이 문제가 양국 사이 간 새로운 협력 분야로 거론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