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 이어 모더나 백신도 '펑크' ... 커지는 정부 책임론

입력
2021.07.13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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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약 안내와 관리를 정확하게 하지 못해 국민께 불편을 드렸다. 국민 입장에서 더 편리하고 예측이 가능하도록 예약시스템 예약방식을 개선하겠다."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출석한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이 다시 고개를 숙였다. 전날 모더나 백신 접종 예약시스템 오류에다 물량 부족으로 인한 조기 마감 사태에 대한 사과였다. 하지만 50대 일반 성인에게 맞힐 모더나 백신 공급 문제에 대해서는 뚜렷한 답을 내놓지 못했다.

정 청장은 전날 0시부터 시작된 백신 접종 사전예약 때 예약시스템이 몇 시간 동안 오류를 일으킨 것을 두고 "좀 더 분산해 불편을 줄일 수 있는 방식으로 개선하겠다"고 했다. 현재 백신 접종 예약은 당일 0시부터 받는 방식인데 이 때문에 밤새도록 대기해 '광클(광속 클릭)'하게 한다는 불만이 컸다. 앞으로는 예약 사이트 개통 시간을 오후 6시나 근무 시간 이외 시간대로 변경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것이다.

또 전날 예약 시작 반나절 만에 백신 물량 부족으로 예약이 중단된 것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예약 대상자인 55~59세 인원은 352만 명에 이르는데, 준비된 모더나 백신 물량은 185만 명분에 불과했다. 하지만 이런 사실을 미리 알리지 않아 하루 종일 지리할 정도로 오래 기다렸던 예약 희망자들은 예약 중단 소식에 분통을 터트리기도 했다. 정 청장은 "예약 안내와 관리를 정확하게 하지 못했다"며 "(예약자) 연령을 세분화하고 시간도 조정하는 등 개선 방안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이번에 예약하지 못한 이들에 대해서는 19일부터 예약을 재개하겠다지만, 이 또한 같은 문제를 반복하리란 우려가 나온다. 모더나 백신의 경우 주 단위로 백신이 공급되는데 그 공급량에 맞춰 예약을 받다 보면 결국 또다시 '선착순 광클' 사태가 일어날 수밖에 없다. 박혜경 추진단 접종시행반장은 "앞으로 돌발적인 예약이 중지되는 경우는 없을 것"이라거나 "예약중단 사태가 일어나지 않도록 순차 예약 등 여러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고만 했다.

백신 접종 문제가 엉키고 있는 가운데 코로나19 확산세는 날로 위력을 더해 하고 있다. 13일 0시부터 오후 9시까지 총 1,440명이 코로나19로 확진됐다. 전날 같은 시간대보다 433명 늘어난 수치다. 이로써 14일 발표되는 하루 신규 확진자 수는 또다시 최다 기록을 갈아치우게 됐다. 확산세가 가장 심각한 서울의 확진자 수는 이날 0시부터 9시까지 613명으로 집계됐다. 같은 시간대로 비교하면 지난해 코로나19 사태가 시작된 이래 가장 많은 숫자다. 기존 18시간 최다치였던 6일보다 45명 많다.

방역당국은 사면초가로 내몰리는 분위기다. 이날 중앙방역대책본부가 내놓은 ‘4차유행의 감염패턴과 분석 결과'를 보면 △서로 다른 세대 간 감염이 뚜렷했던 3차와 달리 동일 연령대 감염이 두드러지고 △확진자 중 60세 미만 비중이 3차 70%에서 4차 86.6%로 높아졌고 △60대 이상 고령층의 비중은 30%에서 13.4%로 낮아졌으며 △가족을 통한 감염(61.7→41.9%)보다는 지인ㆍ동료를 통한 감염(23.8→40%)이 크게 늘었다.

한마디로 활동이 왕성한 수도권 젊은층을 중심으로 한 확산세가 크다는 얘긴데, 정작 20~40대에 대한 접종 일정은 시작도 못했을뿐더러, 50대 접종조차 혼란을 빚고 있는 셈이다. 정재훈 가천대 길병원 예방의학과 교수는 “확진자 숫자를 떨어뜨리는 데 백신 접종만이 유일한 수단이기 때문에 정부가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며 “현재 백신 공급이 국민이 만족할 만한 속도는 아니기 때문에 공급 확대를 위한 추가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접종 공백 우려에 대해 방역당국은 어쩔 수 없다는 태도다.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 관계자는 "7월 말부터 50대 등 2,000만여 명에 대한 대규모 접종을 진행해야 하기에, 그전에 준비하는 기간을 설정해뒀다"며 “공백처럼 보일 수 있지만 하반기 접종계획에 따라 어느 정도 준비 기간을 미리 계획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청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