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시작된 50대 후반 코로나19 백신 접종 예약이 접수 개시 후 15시간 만에 중단됐다. 현재 공급 일정이 확인된 물량이 185만 명분인데 접수 폭주로 하루도 안 돼 예약이 차버렸기 때문이다. 이날부터 엿새 동안 진행할 계획이던 예약 대상 인구는 모두 352만여 명인데 백신도 확보하지 못한 상태에서 예약을 받다가 벌어진 일이다. 접수 시스템 마비로 겪은 불편도 이만저만이 아닌데 느닷없는 예약 중단이라니 불만이 터져 나올 만하다.
질병관리청은 분기 단위 도입 물량은 확정됐지만 나눠서 언제 들어올지는 매주 협의하는 상황에서 생긴 일이라고 한다. 백신 수급 불안정을 이해 못할 바 아니지만 문제는 이런 일이 계속 반복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달 60~74세 고령자와 30세 미만 사회필수인력 접종도 각각 해당 백신이 부족해 예약이 조기 마감되고 일부 접종이 미뤄졌다. 백신 확보 물량이 정확하지도 않은 상태에서 예약·접종 시기를 공표하고 접수하는 실수는, 있는 그대로 소통하려는 태도만 가졌더라도 없었을 일이다.
예약 때마다 반복되는 접수 인터넷사이트 정체도 벌써 몇 차례 겪지만 개선되지 않고 있다. 이번 50대 예약자 중 일부는 접속자가 몰려 상당 시간 대기해야 했다. 앞서 지난주 보육 종사자 사전 예약 때도, 지난달 예비군 민방위 대상 얀센 백신 예약 때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그런데도 질병관리청은 "동시 접속은 충분할 정도로 확충했다"는 해명 아닌 해명만 내놓는다.
이날 열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선 여야 할 것 없이 최근 방역 위기와 백신 예약 문제에 대한 질타가 이어졌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이 인정한 대로 "거리 두기 개편과 예방 접종 인센티브 발표"가 잘못된 메시지가 돼 4차 유행을 부추긴 것은 분명하다. 이 고비를 넘으려면 철저한 거리 두기와 신속한 백신 접종 외에 달리 길이 없다. 방역당국은 공개 가능한 정보를 사실대로 밝히고 그에 바탕한 접종 계획을 세워 더 이상 방역 불신을 자초하지 말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