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이 e프로리그 구단을 품는다. 국내 최대 항구 도시 부산이 e스포츠 성지(聖地)로도 ‘굳히기’에 들어가는 것이다. 수도권이 아닌 지방 도시가 지역 연고 구단을 갖는 것은 국내 e프로리그 사상 처음이다.
13일 부산시에 따르면 ‘샌드박스 게이밍’은 구단 본사를 부산으로 이전해 부산 연고 구단으로 뛰게 된다. 샌드박스 게이밍은 전 세계 대표 e스포츠 리그인 리그오브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LCK)의 프랜차이즈 구단 중 하나다. LCK는 지난해 봄 시즌 전 세계 시청자 수가 107만 명에 이르는 가장 큰 e스포츠 리그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그동안 야구나 농구 등 전통적 스포츠에서만 이뤄졌던 지역연고제가 국내 e스포츠 프로리그 최초로 부산에 도입되는 것”이라며 “거는 기대가 매우 크다”고 말했다. 부산시와 샌드박스 게이밍은 14일 부산시청에서 e스포츠 프로리그 구단을 유치하는 협약식을 갖는다.
부산이 지방 도시 최초로 연고 구단을 갖게 된 데는 그간의 노력 덕분이다. e스포츠를 위한 각종 대회, 인프라, 투자를 유치하거나 구축, 게임을 새로운 스포츠 영역으로 키우는 데 작지 않은 역할을 했다. 국내 최대 게임 쇼인 지스타(G-star) 행사 개최지로 자리를 잡을 수 있었던 것도 그 덕분이다. 지스타가 처음 열린 2005년부터 2008년까지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기간을 제외하고 2009년부터 현재까지는 모든 지스타 행사가 부산 벡스코(BEXCO)에서 열리고 있다.
부산이 e스포츠산업 육성에 공을 들이는 배경엔 경제 효과가 첫손에 꼽힌다.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게임콘텐츠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부산시는 지난해 10월 159억 원 규모의 펀드를 결성한 데 이어 올해도 290억 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 중이다. 시 관계자는 “향후 5년간 1,000억 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 지역 게임산업을 육성할 것”이라며 “지역의 게임산업 분야 전반에 활력을 불어넣고, 기업이 성장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노력 덕분에 부산의 게임 관련 기업은 2009년 24개사에서 지난해에는 127개사로 늘었다. 매출액은 2009년 129억 원에서 2019년 1,335억 원으로 10배 이상으로 늘었다.
최근 e스포츠 기반 시설 확충도 최근 이뤄지는 등 게임산업을 신성장 동력으로 삼기 위한 부산시의 계획은 착착 진행되고 있다. 지난해 11월 문을 연 ‘부산e스포츠 아레나’가 대표적이다. 부산진구 서면 삼정타워 15층과 16층에 마련된 이 경기장은 2,739㎡ 면적에 330개 관람석을 갖춘 주경기장과 128석의 보조경기장 2개를 갖췄다.
강정아 부산시 게임산업팀장은 “이번 e프로리그 구단 유치로 부산지역에서의 e스포츠 저변이 확대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며 “이를 바탕으로 e스포츠 연관 산업의 발전과 성장도 탄력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