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AI 날개 단 로보 택시·디지털 헬스...IT 연금술의 파노라마
①전기를 동력으로 가는 개인 비행물체(미국 인보 '개인 비행체'), ②미세한 전력으로 혀를 자극해 저염 식품의 짠맛과 감칠맛을 더해주는 숟가락(일본 기린 '전기 소금 스푼'), ③얼굴을 비추면 심전도 등 건강 상태를 알려주는 거울(대만 페이스하트, '페이스 하트 미러'). 공상과학(SF)영화 속 이야기가 아니다. 글로벌 기업들이 곧 시장에 선보이겠다고 선언하며 2025년 벽두에 내놓은 전자제품 '샘플'이다. 한 해 동안 산업계를 이끌 최신 기술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 'CES 2025'가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서 7~10일(현지시간) 열린다. 전 세계 4,500여 개 기업이 참가할 예정으로 역대 가장 큰 규모다. 지난해보다 기업 수가 29% 늘었다. 구글, 아마존, 엔비디아, 퀄컴 등 글로벌 500대 기업 중 309개 기업이, 한국 기업과 기관 800여 곳이 기술을 뽐낸다. 2024년에 이어 올해도 인공지능(AI)이 전시회의 주인공이 될 전망이다. 이번 CES의 주제는 '다이브 인'(Dive In, 몰입하다). 다양한 산업 분야가 첨단 기술로 뛰어든다는 의미를 담았다. AI 기술 산업의 원년으로 꼽힌 지난해 CES가 AI 기술이 각 산업 분야에서 어떻게 이용되는지 방향을 제시했다면 올해는 AI 기술이 실제 생활에 스며든 모습을 볼 수 있을 전망이다. 5일 CES를 주관하는 미국 소비자기술협회(CTA)에 따르면 혁신 제품과 서비스에 주는 'CES 혁신상' 출품작 중 AI 분야 제품이 지난해보다 49.5% 늘었다. AI 분야는 지난해 처음 혁신상 출품 분야에 이름을 올렸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2018년 이후 7년 만에 기조연설자로 나선 건 AI 산업의 위상 변화를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이다. 그는 전시회 개막 전날인 6일 차세대 AI 칩 블랙웰 관련 현황을 공유하고 AI와 가속 컴퓨팅 기술이 인류의 삶에 미칠 영향을 설명할 예정이다. AI를 전면에 내세운 제품보다 AI를 가능케 하는 부품, AI 기능을 입혀 집사처럼 움직이는 가전, 로봇, 자동차 등이 주인공이 될 것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예상이다. ④중국 업체 위슨 로보틱스는 인간 근육을 흉내 낸 소프트 근육 로봇 기술에 AI를 결합한 '플라이어봇'을 발표하고, ⑤미국의 톰봇은 치매 환자를 위한 반려동물 로봇 '제니'를 선보인다. 한국 기업들은 개별 전자제품뿐 아니라 집 시스템 전체를 AI로 제어하고 관리하는 연결 기술을 강조할 예정이다. ⑥LG전자는 AI기술로 고객의 경험과 공간을 연결·확장하는 미래 청사진을 제시한다. 조주완 LG전자 사장은 지난해 CES에서 AI의 개념을 고객 경험 관점에서 공감 지능으로 재정의했다. ⑦삼성전자도 'AI 홈' 기능이 들어있는 가전 신제품을 대거 공개한다. AI 홈은 터치스크린을 이용해 전용 소프트웨어에 연결된 모든 가전을 멀리 떨어져서도 점검하고 제어하는 설루션이다. ⑧SK그룹은 AI 반도체, 데이터센터(IDC), 에너지 설루션 등을 더한 종합 설루션을 앞세워 그룹 AI 전략을 소개한다. 중국의 TCL과 하이센스의 전시를 관통하는 주제도 AI다. 다만 AI 기기의 연결보다는 최신형 AI 전자제품의 기능을 보여주는 데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AI 기술을 등에 업고 빠르게 변하는 분야 중 하나인 모빌리티는 이번 행사의 중요 관전 포인트다. 이번 행사에서 자율주행, 차량용 소프트웨어, 커넥티드카, 전기차, 도심항공(UAM) 등 AI 기술을 품은 모빌리티 분야 최신 기술들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다. ⑨세계 자동차 1위 업체 도요타가 5년 만에 CES에 모습을 드러낸다. 도요타는 일본 시즈오카현 후지산 인근에 건설 중인 미래 스마트 도시 프로젝트 '우븐시티'의 현황과 전기차 비전, 콘셉트카를 선보일 예정이다. 무인 모빌리티 시장을 이끄는 구글 웨이모의 테케드라 마와카나 공동 CEO는 기조연설자로 나서 자율주행차(로보택시)의 미래를 소개한다. 일본 혼다도 전기차 시제품을 공개하고 독일 메르세데스-벤츠는 생성형 AI를 기반으로 한 가상 비서와 이를 활용한 전기차를 내세운다. 국내 기업들도 자율주행·전기차 등 트렌드에 맞춰 다양한 설루션과 부품을 전시한다. ⑩현대모비스는 사람과 기술의 경계를 허문 '휴먼 테크'를 주제로 독일 자이스와 협업한 차량 전면 유리창에 각종 정보를 띄워주는 홀로그래픽 디스플레이 기술, 뇌파를 기반으로 운전자 상황을 모니터링하는 기술 등을 공개한다. LG이노텍은 미래 모빌리티를 테마로 전장(電裝·자동차 전자장치)·센싱 부품을 소개한다. CTA는 CES 2025의 공식 테마로 AI, 모빌리티와 함께 디지털 헬스를 뽑았다. 1차 CES 혁신상 수상작 중 가장 많은 43개가 디지털 헬스 분야에서 나왔다. ⑪미국 재뉴어리AI는 사용자가 음식 사진을 찍으면 AI가 음식 섭취에 따른 혈당의 변화를 예측하는 설루션을 선보인다. ⑫미국 잔다르 카디안은 신생아의 호흡, 심박수 등 건강상태를 실시간 모니터링하는 스마트 침대로 혁신상을 받았다. ⑬일본 스타트업 바이오닉M은 전기 모터와 센서를 담아 이용자의 편의성을 개선한 의족을, ⑭한국의 한양대는 가상현실 기술을 적용한 이명 치료 기기를 CES에서 선보인다. 초고속 대용량 연산을 가능케 하는 양자컴퓨팅은 이번 전시회에서 주목할 차세대 기술로 꼽힌다. CES 2025에서는 글로벌 최대 양자 행사인 '퀀텀 월드 콩그레스'와 협력해 9일 '양자 기술이 곧 비즈니스'를 주제로 세미나를 연다. 3대 양자 기술로 꼽히는 양자 컴퓨터, 양자 통신, 양자 센서에 대한 신기술을 선보이고 양자 기술의 사업화 방안 등을 논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