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 74조 자산을 12조로 저평가하곤 적자 핑계로 땅장사"

입력
2021.07.13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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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실련, SH 보유 공공아파트 205개 단지 분석
"토지 시세 총 68조인데 장부상 7조도 안돼"

서울주택도시공사(SH)가 보유한 공공 아파트 시세가 장부가격의 6배이고, 토지시세만 떼어 보면 장부가의 10배라는 시민단체의 분석이 나왔다. 이처럼 저평가된 보유자산 가치를 감안하면 SH가 공공주택사업 적자 보전 명목으로 '땅장사'(공공택지 매각)와 '집장사'(공공분양)를 하는 건 설득력이 없다는 게 단체의 주장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13일 서울 종로구 경실련 강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SH공사 공공주택 자산 현황'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SH가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SH 자산 현황(지난해 말 기준)'과 KB국민은행, 다음 부동산 등의 시세 정보가 분석에 활용됐다. 분석 대상은 SH가 1991년 이후 취득한 공공주택 중 시세가 파악되는 205개 단지 9만9,484가구다.

경실련에 따르면 SH가 보유한 공공주택(아파트)의 토지 시세는 총 68조1,909억 원으로 장부가액(6조8,363억 원)의 10배다. 토지와 건물을 합친 아파트 시세는 총 74조1,298억 원으로 장부가액(12조7,752억 원)의 5.8배이고, 취득가액(15조9,628억 원)의 4.6배다. 아파트의 장부상 가격(장부가액)이 아파트 조성 비용(취득가액)보다 낮은 이유는 SH 장부에 건물 감가상각(시간에 따른 가치 하락)은 반영됐지만 토지 취득 이후 시세 변동이 전혀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단지에 따라서는 토지 시세가 취득가(장부가)의 수십 배에 달하는 곳이 여럿이다. 가장 많이 오른 단지는 강남구 대치1단지로 토지 취득가액은 142억 원이지만 현재 시세는 그보다 109배 높은 1조5,000억 원이다. 이어 양천구 신트리2단지(96배), 강남구 수서6단지(91배), 마포구 성산단지(83배) 순으로 배율이 높았다. 배율 상위 10위 단지의 토지 시세는 취득가보다 평균 65배 높았다.

경실련은 SH가 자사가 공급해온 공공주택의 가치를 터무니없이 저평가하고는 '공공주택이 적자 사업'이라고 호도한다는 입장이다. 윤순철 사무총장은 "SH가 74조 원을 갖고 있으면서도 12조 원밖에 없다고 하는 셈"이라며 "이렇게 자산을 저평가해놓고 부채율 등을 내세워 땅장사와 바가지 분양에 치중해 부당이득을 챙기려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앞서 지난 3월 경실련이 "SH가 민간에 공공택지를 팔아 5조5,000억 원 규모의 이익을 올렸다"고 지적하자, SH는 "공공주택 건설사업으로 매년 3,500억 원 수준의 손실이 발생하고 있어, 공공분양이나 택지 매각을 통해 재원을 확보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윤한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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