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뒤숭숭한 분위기 속에 23일 개막하는 도쿄올림픽이 다소 김빠진 대회로 치러질 전망이다. 프로 선수들이 출전하는 대표적 올림픽 개인 종목인 테니스와 골프에서 세계적인 스타들이 줄줄이 불참 선언을 해 '별' 볼 일 없는 대회가 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남자 테니스 세계 랭킹 1위인 노박 조코비치(세르비아)는 11일(현지시간) 윔블던 테니스대회 남자 단식 우승을 차지한 후 인터뷰에서 도교올림픽 출전 가능성에 대해 “50대 50”이라며 “최근 며칠 사이에 들려온 소식 때문에 그렇다”고 밝혔다.
코로나19 확산세가 거세지면서 도쿄 올림픽이 사실상 무관중 대회로 열리게 되자 출전에 소극적으로 바뀐 것으로 추측된다. 조코비치는 지난 5월 인터뷰에서 “무관중으로 열리는 올림픽에는 불참할 수도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사상 최초의 남자 테니스 ‘골든 그랜드슬램’을 눈 앞에 둔 조코비치의 올림픽 출전은 테니스 종목뿐만 아니라 도쿄올림픽 최고의 흥행 카드다.
테니스 메이저대회 남자 단식 최다 우승(20회) 기록을 보유하고 있는 라파엘 나달(3위ㆍ스페인)은 6월 중순 막을 내린 프랑스오픈 이후 “몸이 제대로 회복되지 않았다”며 일찌감치 도쿄올림픽 불참을 발표했다.
도미니크 팀(6위ㆍ오스트리아)과 로베르토 바우티스타 아굿(14위ㆍ스페인)은 올림픽 대신 남자프로테니스(ATP) 투어 대회에 나서겠다는 뜻을 드러냈다. '코트의 악동'으로 불리는 닉 키리오스(58ㆍ호주)는 “텅 빈 경기장에서 경기하는 것은 나와 잘 맞지 않는 일”이라며 '무관중'을 불참 사유로 내놨다.
'테니스 황제' 로저 페더러(9위ㆍ스위스)는 윔블던 8강 탈락 후 올림픽 출전 여부에 대해 확답하지 않고 있다.
여자 테니스 스타들의 불참도 이어지고 있다. 테니스 '여제' 세레나 윌리엄스(16위ㆍ미국)도 지난달 말 불참 의사를 공식화했다.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 단ㆍ복식 금메달을 휩쓰는 등 통산 4개의 올림픽 금메달을 딴 윌리엄스는 명확한 이유를 밝히지는 않았으나 지난 5월 “딸과 떨어져 지내야 한다면 올림픽에 나갈 생각이 없다”고 부정적인 의견을 내비쳤었다.
지난해 호주오픈 우승자인 소피나 케닌(4위ㆍ미국)도 코로나19로 인한 여러 제약들로 인해 출전을 포기했다. 그는 "이번 올림픽에 누구와도 함께 갈 수 없는 상황이고, 나는 누군가 데려가기를 원했다"고 불참 이유를 설명했다.
2019년 US오픈 단식 우승자인 비앙카 안드레스쿠(5위ㆍ캐나다)도 코로나19로 인해 도쿄행을 포기했다. 종아리 부상으로 프랑스오픈, 윔블던에 출전을 포기한 시모나 할렙(9위ㆍ루마니아)도 부상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다며 도쿄올림픽에 나서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골프 종목 역시 스타들의 불참 선언이 이어지고 있다. 남자 골프 세계랭킹 1위인 더스틴 존슨(미국)은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 전념하고 싶다며 지난 3월 일찌감치 도쿄올림픽에 출전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올해 US오픈 준우승자인 루이 우스트히즌(13위ㆍ남아프리카공화국)도 도쿄올림픽보다는 PGA 투어에 집중하는 쪽을 택했다. 세르히오 가르시아(51위ㆍ스페인)도 지난달 말 미국과 유럽의 골프 대항전인 라이더컵에서 유럽 팀에 자력으로 들어가는 것이 목표라며 도쿄올림픽을 건너뛰겠다고 전했다.
10위로 영국 선수 가운데 세계랭킹이 가장 높은 티럴 해턴(잉글랜드)은 코로나19 우려로 도쿄올림픽에 참가하지 않기로 했다. 호주의 골프 스타 애덤 스콧(43위)은 도쿄올림픽에 나서는 대신 세 자녀와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여자 골프에서도 영국의 찰리 헐(44위)과 조지아 홀(53위)이 나란히 불참을 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