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동생 맞나? 누나 살해·유기 후 여행 간 동생에 무기징역 구형

입력
2021.07.13 11:22
검찰 "살해 후 5일 뒤 여자 친구와 여행"
친동생인지 죄책감 있는지 의문 들 정도
아버지 "딸에게 용서… 아들에게 선처를"

친누나를 살해한 뒤 인천 강화군 석모도 농수로에 유기한 20대 남동생에게 검찰이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누나를 살해, 유기해 놓고 5일 뒤 여자 친구와 여행을 다녀오는 등 죄책감이 전혀 없다는 이유에서다.

인천지법 형사12부(김상우 부장판사) 심리로 13일 열린 결심 공판에서 검찰은 살인 및 사체유기 혐의로 구속 기소한 A(27)씨에게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검찰은 구형에 앞서 “피고인은 흉기 끝이 부러질 정도의 강한 힘으로 누나를 수십 차례 찔러 살해한 것을 보면 친동생이 맞나 싶다”며 “더욱이 사건 발생 후 5일 만에 여자 친구와 여행을 가는 등 범행 후 태도를 보면 일말의 죄책감이 있었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이어 “그럼에도 범행에 대한 책임을 누나에게 전가하는 태도는 납득하기 어렵다”며 “더욱이 숨진 누나의 휴대폰으로 360여만 원을 소액결제하고, 피해자의 저축을 모두 사용하고도 1,000만 원가량 대출을 받아 사용하며 경찰과 부모를 속이기 까지 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A씨 측 변호인은 “잦은 늦은 귀가 등 평소 행실을 지적하던 누나가 욕설을 하며 나무라고 부모에게 이르겠다고 하자 감정이 폭발해 범행했다”며 “딸한테는 미안하지만 아들에 대한 선처를 부모가 바라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해 최대한 선처해달라”고 했다.

A씨는 최후진술을 통해 “순간의 감정을 억제하지 못하고 저를 사랑하고 걱정해줬던 누나에 대해 범행했다”며 “부모와 제 주변에 씻을 수 없는 마음의 상처를 준 점, 천번 만번 고개를 숙여 사죄해도 부족하지만 죄송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고 했다.

A씨의 아버지도 “아들에게 온갖 욕설과 손가락질을 해도 사랑하는 아들”이라며 “딸에게는 미안하지만 딸에게 죽을 때까지 용서를 구하면서 죄인으로 살겠으니, 아들을 선처해 달라”고 했다.

A씨는 지난해 12월 19일 오전 2시 50분쯤 인천 남동구 한 아파트에서 30대인 누나를 흉기로 30여 차례 찔러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누나로부터 가출과 과소비 등 지적을 받자 언쟁을 벌이다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누나의 시신을 여행 가방에 담아 열흘간 아파트 옥상 창고에 방치했다가 렌터카를 이용해 인천 강화군 삼산면 석모도에 있는 농수로에 유기했다.

A씨는 누나의 휴대폰 유심(가입자 식별모듈)을 다른 휴대폰에 끼운 뒤 누나가 살아 있는 것처럼 메시지를 주고받고, 모바일 뱅킹을 이용해 누나 명의의 계좌에서 돈을 이체해 사용해 온 것으로 확인됐다.

올 2월 14일 A씨의 부모가 누나의 가출신고를 하자 누나의 유심을 넣어 둔 휴대폰을 이용해 부모에게 메시지를 보내 지난 4월 1일 가출신고를 취소하게 했다. 같은 방법으로 경찰 수사관까지 속인 것으로 드러났다.

A씨의 행각은 지난 4월 21일 누나의 시신이 발견되면서 발각됐다. A씨는 같은 달 29일 경찰에 체포됐다.

선고 공판은 8월 12일 오후 2시에 열린다.

임명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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