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통금'을 대비하라..."간편식 온라인 주문" "간식류 챙겨두기"

입력
2021.07.12 15:30
롯데마트, 온라인몰 주문량 전주 대비 18% 증가
주로 생필품 및 먹거리 위주 구매 소비자 많아
식당·카페 등 점주들 울상...문 닫고, 운영시간 축소
해외 관광 도시들도 '통금' 등 다시 빗장

"지난주 4단계 격상 얘기 나올 때 미리 식재료를 주문해 뒀죠."(40대 주부 박모씨)

"오후 6시 이후 식당·카페뿐만 아니라 택시 탑승도 2명밖에 안 된다니, 결국 밤에 '통금'이나 마찬가지네요."(50대 직장인 강모씨)

12일부터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에 최고 수위인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가 시행되자 시민들도 사실상 '외출금지' 상황에서 2주 동안 '집콕생활'이 불가피하게 됐다.

이에 따라 생필품과 식재료를 미리 구입해 놓은 가구가 많았다. 서울에 거주하는 주부 박모(42)씨는 지난주 정부가 거리두기 4단계 격상을 논의한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온라인 쇼핑몰에서 생필품과 식재료를 주문했다.

지난해 '배송 대란'으로 한 차례 홍역을 겪은 적이 있던 박씨. 그는 "일단 필요한 생수와 휴지, 라면 등을 주문했다"며 "2주간 외출을 못하게 될 것 같아서 즉석 음식이나 초등학생 자녀들을 위해 과자 등도 넉넉하게 쟁여놨다"고 말했다.

박씨는 주말에 자주하던 외식을 못할 것 같아 아쉽다면서도 "가급적이면 집에서 '집밥'을 해 먹을 계획"이라고 했다.

4단계 격상을 앞둔 지난 주말에는 전통시장과 대형마트에 사람들이 몰려 인산인해를 이뤘다.

60대 주부 조모씨는 전날 전통시장을 방문했다가 깜짝 놀랐다고 했다. 그는 "평상시 주말보다 사람이 많이 몰려 채소와 과일, 생선 등을 계산하는 데 한참 걸렸다"면서 "직접 물건을 보고 구입하는 게 마음 편하니 전통시장이나 대형마트에 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기도에 거주하는 '워킹맘' 윤모(48)씨는 중학생 자녀가 다니는 학교가 지난주 갑자기 방학식을 하면서 비상이 걸렸다. 이번 주부터 학교에서 원격수업을 진행하고, 일부 학원도 원격수업으로 대체할 것으로 보여서다.

윤씨는 "아이들이 또다시 집 안에서 생활해야 하기 때문에 식사 등이 신경 쓰인다"면서도 "그렇다고 배달 음식을 시켜주자니 그것도 불안해서 가정간편식(HMR) 같은 먹거리를 온라인으로 주문하거나, 고기류와 반찬류를 마트에서 미리 구입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업계에 따르면 지난주 온라인 쇼핑몰 주문량은 늘어났다. 롯데마트는 지난 6~8일 온라인 매출이 전주 같은 요일(6월 29일~7월 1일)에 비해 18% 가까이 증가했다.

G마켓도 같은 기간 가공 식품과 생필품 판매량이 전주 같은 요일 대비 각각 18%, 14% 증가했다.

이들 온라인몰은 지난해 폭발적인 주문 사태로 품절과 배송 대란을 겪었던 '학습 효과' 때문에 큰 혼란은 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오프라인 매장도 마찬가지다. 서울의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휴지 등 위생용품이나 물, 라면 등이 많이 나가고, 계란, 채소도 많이 찾는다"며 "맥주 등 주류 판매도 늘어 냉장고에 채워놓기 무섭게 빠진다"고 했다.

자영업자들 "4단계 연장되지 않기만..."

자영업자들의 한숨소리는 더 깊어질 전망이다. 오후 6시 이전까지는 식당이나 카페에 4명까지 가능하지만, 오후 6시 이후에는 3인 이상 모임 금지로 2명까지만 사적 모임이 허용된다.

직장인 송모(33)씨는 "저녁 약속을 아예 잡지 말라는 조치인 것 같아 약속을 모두 취소했다"며 "퇴근 후에는 곧바로 집으로 귀가할 계획"이라고 했다.

이로 인해 자영업자들은 아예 문을 닫거나 영업 시간을 줄이고 있다. 특히 카페업계는 지난해 11월 말 두 달가량 매장 영업을 하지 못하면서 속앓이를 했었다.

서울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김모씨는 "또다시 가게 운영에 위기를 맞은 것 같다"며 "여름 성수기라서 기대가 컸는데 2주 동안 저녁 장사를 포기해야 하다니, 차라리 그 기간에 휴가를 다녀올까 싶다"고 착잡한 마음을 전했다.

24시간 스터디 카페를 운영하는 이모씨도 걱정이 앞서긴 마찬가지다. 당장 운영시간도 오전 9시~오후 10시로 잠정 조정했다. 하지만 운영시간 단축으로 손님이 뚝 끊길 거라고 말한다.

이씨는 "아무래도 장시간 밀폐된 공간을 이용하는 터라 2주 동안 영업이 안 될 것"이라며 "4단계가 연장되지 않기만 바랄 뿐"이라고 토로했다.


관광객 꿈꿨던 나라들도 '통금'으로 빗장

델타 변이의 확산으로 유럽 등 세계 각국도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백신 접종으로 관광객 유치에 귀를 쫑긋 세웠던 국가들도 다시 제한 조치를 내놓으며 빗장을 걸고 있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포르투갈 리스본은 델타 변이가 확산되면서 2일부터 밤 11시~오전 5시까지 야간 통금을 실시하고 있다. 이번 주에도 이 조치를 유지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는 7일부터 일일 신규 확진자가 3,000명 이상 나오는 등 상황이 나빠지고 있어서다. 결국 식당을 출입할 때는 음성 확인서나 백신 접종 증명서를 제시해야만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이곳 식당 등 외식업계도 한국처럼 야간 영업 제한에 울상을 짓고 있는 상황이다.

스페인도 바르셀로나가 있는 카탈루냐에선 야간 통금이 재도입됐다. 카나리 제도와 발렌시아 등 주요 관광 지역 정부도 통행 금지 조치를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스페인은 코로나19 확산세가 한동안 감소세를 보였으나 델타 변이 유입 등으로 지난달부터 확진자 수가 급증하고 있다.

네덜란드도 젊은층 중심으로 신규 확진자가 급증하자 술집은 자정까지 운영하게 하고, 나이트클럽 등에는 폐쇄 조치를 내렸다.

호주도 시드니가 속한 뉴사우스웨일스주(州)가 봉쇄령을 강화했다. 실외 모임은 2명까지로 제한했고, 생필품 구매를 위해선 하루에 한 번 가족 중 한 명만 외출이 허용되는 등 까다로운 제한 조치를 내렸다.


강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