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는 일방적으로 원칙을 강조했던 정책적 결정이 사회적으로 큰 갈등과 인명피해까지 낳게 되는 경우를 너무 많이 보아왔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2009년 1월 용산 재개발 철거 참사 사건이다. 서울시와 조합 측의 재개발 명분에 철거민들이 적정 보상비를 요구하며 경찰과 대치하던 중 무리하게 특공대까지 투입하던 과정에서 6명이 사망하고 24명이 부상한 사건이다. 재개발 절차와 법에 따른 추진이었다지만 결국 주민과 경찰이 목숨을 잃었다. 13년이 지났지만 이 사건은 지난 4월 서울시 보궐선거에서도 또다시 화제가 될 정도로 우리에게 생생하다. 최근 대한민국의 관문인 인천공항공사의 경우도 비슷한 상황이다. 20년 가까이 협력해온 스카이72 골프장 협력업체의 계약 기간 만료를 앞두고 법적 다툼을 벌이고 있다. 공사 측은 계약 만료에 따른 협약을 준수하라며, 기존 업체는 그간의 노력을 보상해 달라며 대치하고 있다.
용산 사태가 정부와 민간이 갈등을 원만하게 풀지 못하면 그 피해는 모두에게 돌아간다는 교훈을 주었지만 아쉽게도 우리 사회는 사회적 갈등과 물리적 충돌이 여전하다. 갈등을 대화와 협상으로 풀기보다 더 큰 비용과 후유증이 남는 소송에 의존하고 있다는 비판도 그중 하나다. 실제 2017년 기준 우리나라의 연간 소송 건수는 약 670만 건으로 우리보다 인구가 2배나 많은 일본이 100만 건에 불과한 것에 비하면 사실상 13배에 달한다. 이처럼 과잉소송이 된 데는 정부와 공공기관의 책임이 적지 않다. 소송 이전에 조정, 중재, 협상 같은 대체적인 갈등해결 방안을 모색하기보다 후유증이 큰 법원 소송이 빈번하다.
행정소송 숫자는 문재인 정부 출범 직전 해인 2016년 3만6,799건이었는데, 매년 늘어 지난해엔 4만73건을 기록했다. 이는 10년 새 가장 큰 증가세이기도 하다.
사회적 갈등이 유발하면 정부뿐만 아니라 국민, 기업들의 세금과 소송 비용은 급증하고, 결국 사회적 부담으로 연결된다.
최근 수십 년을 통틀어 가장 성공한 지도자로 꼽히는 독일의 메르켈 총리의 장수 비결이 요즘 회자되고 있다. 지난 20여 년간 독일을 제2의 부흥으로 이끈 비결에는 이념이 다른 정당과도 목표를 위해서라면 하나씩 양보하고 더해 갈 수 있는 연정을 꼽고 있다. 경쟁자와도 협력해 더 큰 이익을 만들어 가는 리더의 모습이다.
우리 현실에서 메르켈의 화합 리더십은 되새겨 봐야 할 덕목이다. 정부와 공공기관부터 가장 가까운 직원, 협력사들, 나아가 국민들에 대해 소송보다는 제대로 된 대화와 협상으로 갈등을 줄여야 한다. 갈등과 소송 만능주의를 벗어나 비용과 후유증이 덜한 협상, 조정 등의 대체적 분쟁해결에 정책의 우선점을 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