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인트루이스 김광현(33)이 체인지업을 앞세워 시즌 4승 달성에 성공하며 전반기를 마쳤다.
김광현은 11일(한국시간)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의 리글리필드에서 열린 시카고 컵스전에 선발 등판, 6이닝 동안 무실점 투구(5피안타 1볼넷 7탈삼진)를 하며 팀의 6-0 승리를 이끌었다.
올스타전 휴식(13~16일)을 앞두고 달성한 시즌 4승(5패)이자, 1일 애리조나전(5이닝 1실점), 6일 샌프란시스코전(7이닝 무실점)에 이은 3연승이다. 투구수는 93개였고, 평균 자책점은 3.39에서 3.11로 낮췄다.
김광현은 공격적인 투구를 펼쳐, 경기 초반 위기 때마다 병살타(2개)를 유도했고 장타도 맞지 않아 상대에 3루 출루조차 허용하지 않았다.
세인트루이스 타선은 대량 득점하며 김광현의 어깨를 가볍게 했다. 상대 선발 잭 데이비스에게 1회 선취점을 뽑은 데 이어 5회 강타자 폴 골드슈미트가 솔로홈런을 치는 등 홈런 3방으로 5점을 뽑으며 빅 이닝을 만들었다. 골드스미트는 “시즌 내내 부상과 싸워온 김광현이 대단한 일을 했다”며 “계속해서 무실점 투구하며 상대에게 부담을 안겨 우리가 점수를 낼 수 있었다”고 칭찬했다.
김광현 호투 비결은 제구에 있다. 초구 스트라이크 비율을 높이며 볼넷 허용을 줄이고, 승부를 빠르게 이끌었다. 이날 제구가 힘든 비 내리는 궂은 날씨였지만, 스트라이크 비중은 67%(62개)나 됐다. 마이크 실트 세인트루이스 감독은 “3볼 카운트가 2번밖에 없었고, 6이닝 중 5번을 선두타자를 잡을 만큼, 제구와 리듬, 페이스가 좋았다”며 “손에서 공이 나올 때는 모든 공이 똑같아 보였지만, 마지막에 다르게 움직여 타자 입장에서 정말 치기 힘들었을 것”이라고 치켜세웠다.
김광현은 제구가 뒷받침되다 보니, 구종에 변화를 줄 수 있었다. 부상 회복으로 볼 끝에 힘이 생긴 직구를 아끼며 주무기인 슬라이더에, 10%에 불과했던 체인지업 비중을 16%(15개)까지 끌어올려 우타자를 8명이나 배치한 상대 타선에 혼란을 줬다.
좌투수인 김광현의 슬라이더는 우타자 몸쪽으로 붙고, 체인지업은 바깥으로 빠져나가기 때문에 두 구종을 동시에 사용하면 스트라이크존을 보다 넓게 활용할 수 있다. 컵스전에 던진 체인지업의 절반 가까이인 7개나 헛스윙이 나온 이유다. 김광현은 경기 후 화상 인터뷰를 통해 “체인지업에 스윙이 많이 나와 긍정적이다. 경기 전 몰리나와 장타자가 많기 때문에 낮게 많이 던지자고 했다”며 “한국에서부터 계속 훈련해왔던 것을 지금 잘 써먹고 있다. 체인지업에 자신감이 좀 생기지 않았나 싶다”고 설명했다.
김광현은 4회말 2사 2루 위기에서도 이안 햅에게 초구 직구로 스트라이크를 잡은 뒤 직구 2개를 보여주고 슬라이더(파울)→직구(볼)→체인지업(헛스윙)을 차례로 던지며 삼진처리했다. 김광현은 햅을 잡아내며 주먹을 불끈 쥐고 포효하기도 했다. 햅은 지난해 김광현을 상대로 홈런을 친 타자다. 김광현은 “경기를 즐기고 싶은 마음에 감정이 표출된 것 같다. 내 방식이고, 앞으로도 계속 웃는 날이 많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김광현은 타석에서도 3호 안타를 만들며 타율을 0.150로 높였다. 김광현은 “팀에서 경기마다 상대 투수는 어떤지 등을 알려줘 좋은 결과로 이어지는 듯하다”면서 “컨디션을 잘 관리해 후반기에도 지금 분위기가 이어갈 수 있도록 하고 싶다”고 강조했다.